대한민국이 沈沒한 23분-전원책
가슴이 떨린다. 천안함이 침몰한 데 대한 분노에다 이 나라 국방을 맡고 있는 높은 분들의 말과 언론의 작태를 보면 울화가 치밀어오른다. 대한민국은 우스운 나라가 되고 말았다.
* 초계함인 천안함이 두 동강났다. 함장은 '맞았다'고 판단했다. 침몰 35분 뒤 A급 대잠경계태세가 발동되고 링스헬기와 전투기가 급파된다. 침몰 1시간 뒤에야 잠수함 탐색작업이 시작됐다. 침몰 1시간 32분 뒤인 밤 11시 55분 속초함은 42노트의 고속으로 북상중인 물체를 발견하고 5분간 76mm 함포사격을 했다. 이것이 현재까지의 상황이다.
* 나는 무엇보다도 우리 軍의 느슨함에 놀란다. 천안함이 침몰한 뒤 포술장 김 모 대위가 2함대사령부 상황반장 김 모 소령에게 휴대폰으로 상황을 보고한 것은 21시 28분이다. 2함대사령부에서 해군작전사령부에 서면보고한 시간은 21시 30분, 다시 함동참모본부에 보고한 것이 무려 15분이 지난 21시 45분이다. 첨단 정보화시스템은 그때 아무런 역할을 못했다. 거기에다 군령권자인 함참의장은 지휘선상에 있지 않았다. 절대 지휘선상을 벗어나서 안 될 사람이 祕話機가 없는 기차 안에 있었다.
침몰상황이 해안 6초소에서 TOD로 녹화된 시간은 21시 23분, 한국지질연구원에서 기록된 지진파발생시간은 21시 21분 58초이니 침몰시간이 21시 22분이다. 이 21시 22분부터 함참에 보고된 시간이 23분이나 걸린 것이다.
현대전에서 23분은 한 쪽이 괴멸되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함경북도에서 발사된 노동3호 미사일이 서울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10분 미만이다. 재래전이 아닌 미사일전이 일어난다는 것을 가상하면 전쟁징후는 과거처럼 24시간이 아니다. 국지전에 이은 전면 기습전은 순식간에 발발할 수 있다. 전쟁은 예고 없이 일어난다.
이 23분을 누가 책임질 것인가. 김태영장관은 인사청문회 때 한미공조하에 북한의 전략거점을 선제타격한다고 밝힌 사람이다. 선제타격은 고사하고 이 23분에 대한민국이 沈沒한다. 戰爭은 입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 野黨은 입을 다물라. 한미연합사를 해체하고 김정일의 핵을 對美用이라고 말하며 김정일과의 화해 협력만 줄창 읊어대는 안보불감증의 야당이 안보를 말할 자격이 있는가.
제2차 연평해전이 벌어졌을 때 '소극적 대응'이란 교전규칙을 명령한 자는 누구이며, 여섯 명이 전사하고 참수리 고속정 357호가 침몰한 교전상태가 벌어졌는데도 무려 4시간 35분이 지나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연 정권은 어느 정권인가. 전사자를 조문하지 않고 부상자를 위문하기는커녕 월드컵결승전을 참관하기 위해 동경으로 날아간 대통령은 누구인가. 한밤 북한이 미사일을 쏘았을 때 아침 7시가 넘어서야 태연하게 회의를 한 정권은 어느 정권인가.
천안함이 침몰한 뒤 6.25 때 기뢰가 터진 것이라거나, 물이 새던 노후한 배라거나, 선박피로로 동강난 것이라거나, 암초에 충돌한 것이라거나, 심지어는 내부자 소행이라는 얼토당토 않은 말들을 태연자약하게 해대는 자들은 도대체 상식은 어디다 버린 것이냐. 당신들도 입을 다물라. 안보는 그대들이 찧고 까불 영역이 아니다. 기본적인 군사지식이 없는 자들이 안보에 대해 공론에 나서는 것 자체가 利敵이 된다.
* 우리는 이 政權만은 안보에 대해 다르리라고 믿었다. 믿고 싶었다.
그런데도 이명박대통령의 대응은 괴이하기만 하다. 언론보도가 사실이라면, 상황이 보고된 뒤 청와대는 처음 '북이 연관되지는 않은 것 같다'고 했다. 대통령은 함포사격을 보고받고 너무 과도한 조치가 아니냐고 했다.
현장의 함장은 피격당했다'고 판단했고, 인근의 속초함은 '자위권 차원'에서 130여발이나 함포를 쏘았다. 백령도 해역 리히터지진계는 진도 1.5, 180kg의 TNT가 터진 진도를 가리켰다. 이런데도 청와대는 적의 도발이 아닌 단순 '사고'로 판단한 것이다. 아니 그렇게 판단하고 싶었던 것이다. 아니면 세상의 유언流言처럼 남북 핫라인이라도 가동되어 김정일의 변명을 들은 것인가. 그도 저도 아니라면 남북정상회담에 목을 맨 것인가.
* 軍의 사후조치는 더 기가 막힌다. 우리 초계함의 잠수함과 어뢰 탐지능력은 물론, 함정들의 전투능력이 다 까발려지고 대응체계와 암호체계까지 공개되는 판이다. 기본적인 사실관계는 물론 피격시간조차 몇 차례 바뀌는 동안 군은 냉정을 잃고 당황했다. 국방부장관은 함참의장이 없어 자신이 대신 공격명령을 내렸다는 말을 태연하게 했다. 생환한 장병들은 환자복을 입고 무슨 죄수처럼 끌려나와 신문 당하듯 언론에 나섰다.
言論 역시 마찬가지다. 장삼이사들이 해대는 암초니 선박피로니 하는, 말도 안 되는 침몰원인을 무슨 소설 쓰듯 써댔다. 확인되지 않은 21시 15분에 집착한 나머지 15분과 22분 사이 '7분의 진실이 무엇인가' 하는 선정적인 보도에 매달렸다. 어뢰공격을 주장하는 기사를 정치적으로 이해하는 진짜 '정략적'인 기사를 부끄럼 없이 내보냈다.
이 판에 속세의 일이 못내 분해서 눈물을 보인 어느 스님은 '침몰한 천안함의 실종자엔 고위공무원 아들이 없을 것'이라는 선동적인 말이나 하고 신문은 또 이 말을 요란스럽게 전했다. 65만 국군 가운데 천안함 근무자 백여 명에 하필 고위공직자 아들이 복무했어야 옳았다는 얘기인가.
* 처음부터 어뢰에 의한 被擊을 상정해야 했다. 북한이 안티 소나, 스텔스 기능을 갖춘 어뢰를 개발한 것을 의심해야 했다. 북한의 어뢰 공격이라면 그 배후는 당연히 김정일일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김정일의 '도발'과 함께 북한 군부 강경파들의 '도발'도 판단해야 한다. 북한 군부의 오극렬 김영춘 체제는 통제되지 않는 '화약고'일 수 있다.
천안함이 인양되고 어뢰 파편이 나온다면 진실은 드러날 것이다. 그때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 전쟁을 벌일 것인가. 누구 말처럼 북의 잠수함 기지를 폭격할 것인가.
그런 감정적인 처사보다 더 급한 것은, 미사일 방어체제가 갖추어지고 자주국방태세가 완비될 때까지 한미연합사 해체를 중지하는 일이다. 무상급식 같은 복지타령보다 우선 국방비를 증액하여 군 현대화부터 하고 볼 일이다.
6.15선언 같은 위헌적 합의부터 폐기해야 한다. 김정일과 더 이상 교류협력을 끊고 그 체제를 포위압박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야만을 더 이상 용서해선 안 된다. 김정일이 핵을 끝내 포기하지 않는다면 자위권에 기한 핵을 개발할 수밖에 없다는 점도 밝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