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音韻學[음운학]과 情報理論 觀點[정보이론 관점]에서 본 한글專用[전용]과 漢字混用[한자혼용]

超我 2009. 6. 30. 21:21

音韻學[음운학]과 情報理論 觀點[정보이론 관점]에서 본 한글專用[전용]과 漢字混用[한자혼용]

 

 
兪萬根 (成均館大學校 敎授)


“… 만약 漢字를 폐지한 뒤라도 現行 正書法(정서법) 그대로 족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似而非學者(사이비학자)라고 烙印(낙인)을 찍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李基文)          
     
1.  成大 한글전용 贊․反 낙서판

서울 성균관대학교 내 연구실에서 멀지 않은 31608호 강의실에 가보면, 하얀 벽에 주먹만한 글씨로 다음과 같은 낙서판이 펼쳐져 있다.

       ― 한자를 쓰지 말자.
       ― 學問發展 前提條件은 漢字使用 日常化.
       ― 漢字使用과 學問發展이 무슨 關係냐?
       ― 나는 漢字를 800餘字 아는데 그 有用性을 모르겠다.
       ― 漢字보다 차라리 영어를 쓰는 게 낫다.
       ― 헛소리하지 마!
       ― 너나 헛소리하지 마!

이런 식으로 더 계속된다.
광복 후 50여 년간 우리 학계에서 벌여온 한글전용 贊反 논쟁 수준은, 언어학적으로 볼 때 과연 이 낙서 수준보다 얼마나 더 높은지 얼른 斷言(단언)하기 어렵다.

2.  한글전용에서 보는 音韻學的 問題와 情報傳達 水準

한글 字母가 優秀하다는 것은 이미 自他가 共認하는 事實이지만, 反面에 현행 한글맞춤법은 긴소리(長韻素, chroneme) 표기미비 등으로 정보 전달력이 漢字는 물론 서양 각국 로마자 스펠링보다 훨씬 못하다는 것은 엄연한 事實인데, 이것을 우리들이 대개 까맣게 모르거나 외면하고 있다. 현행 맞춤법은 영어로 말하면 fill과 feel, 또는 pull과 pool을 구별하지 않고 적는 것 같은 엉성한 수준인 것이다. 그래서 가령 ‘상장’은 喪章(sangjang)/ 賞狀(sangczang)/ 上場(sahngjang) 중 어느 것인지, ‘성적’문제는 成績(saungjaug)문제인지 性的(suhngczaug)문제인지, 지금 문맥 없이는 발음과 뜻을 아무도 모른다. (15세기 訓民正音 표기에서는 모두 구별되었다.)

3.  異音同綴語 問題

同音語 아닌 이런 異音同綴語가 한 언어에 수십 개 또는 수백 개쯤이면 혹시 견딜 수도 있겠지만, 지금 國語辭典엔 數千 쌍이 있다. 그 例를 몇 개만 더 들어보자.

     시조(時調 sijo)           회의(懷疑 hweui)        매장(埋葬 maijahng)
    :시조(始祖 sihjo)        :회의(會議 hwehui)     :매장(賣場 maihjang)

     반(班 ban)               화기(和氣 hwagy)
    :반(半 bahn)            :화기(火氣 hwahgy)    

     병(甁 byaung)           여권(旅券 yaukwaun)  
    :병(病 byuhng)          :여권(與圈 yuhkwaun)

     소식(消息 sosig)         부자(父子 bouja)         금주(今週 gumjou)
    :소식(小食 sohsig)      :부자(富者 bouhja)      :금주(禁酒 guumjou)  

이런 數千 쌍 例 때문에 哲學, 科學 등 學術書籍에서 영어나 漢字 도움 없이 한글만으로는 情報密度가 너무 낮아, 迅速․正確을 요하는 오늘날 情報化 時代에 우리가 딴 문명국과 경쟁이 안 된다. (만약 漢字를 2,000자 以上 알고 나서 한글전용을 하면 그나마 좀 낫다. 북한은 결국 대학졸업 때까지 3,000자를 가르치기로 했다.)

4.  現行 맞춤법 制定 背景

그러면 한글맞춤법이 왜 이 지경으로 엉성한가? 여기서 李基文 박사의 글을 조금 引用해보면 그 理由가 克明하게 드러난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놓쳐서는 안 될 사실은, 그 때(1933)에 이루어진 맞춤법은 이른바 國漢混用體를 기본으로 해서 이루어졌다는 사실이다. 그 때에 나온 ‘한글맞춤법통일안’ 初版이 題目을 제외하고는 모두 國漢混用體로 표기되어 있다는 사실이 무엇보다도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물론 그 내용을 보면, 이 사실이 自明한 것으로 드러난다.
이 중대한 사실, 즉 우리의 現行 正書法은 어디까지나 國漢混用體를 위주로 이루어졌다고 하는 사실이 오늘날 文字 問題, 특히 漢字 問題에 대한 論議에서 완전히 잊혀지고 있다는 것은, 이 論議가 아직 問題 核心을 건드리기조차 못하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漢字문제, 즉 지금처럼 國漢混用을 그대로 쓰는 것이 우리의 文字 生活에 유리한가, 漢字를 없애고 한글만을 쓰는 것이 가능하며 또 유리한가 하는 문제의 핵심 하나는, 바로 純한글體를 위한 맞춤법을 制定할 수 있는가, 그저 가능할 뿐만 아니라  그것이 文字生活에 간편하고 유리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따라서 似而非 한글 專用論者가 아니라 진정한 한글 專用論者가 무엇보다도 먼저 해야 할 일은, 이러한 새로운 맞춤법 試案을 부분적으로나마 제시하는 것이다. 만약 漢字를 폐지한 뒤라도 現行 正書法 그대로 족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似而非 學者라고 烙印을 찍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는 漢字語는 漢字로 쓰는 것을 前提로 하고, 더 기본적으로는 漢字 知識을 前提로 하여 만들어진 現行 正書法이, 漢字 知識이 전혀 없어질 時代에는 不適當하게 되리라는 自明한 사실을 덮어두고 있기 때문이다. …”  (‘漢字 問題의 本質’ 「새교육」 170호, 1968. 12.)

5.  휘갑: 時急한 맞춤법 改善과 漢字敎育

光復 후 지금까지 초중고교에서 漢字와 표준어발음 교육을 소홀히 한 채, 한글 ‘字母 우수성’만 가르쳤지, ‘맞춤법 劣惡性’을 전혀 안 가르쳐 그 改善 使命感에 불타야 할 청소년들이 어른들 따라, 情報傳達 理論上 멍청한 소리를 거침없이 하게 되었다. 앞으로 南北韓이 擧族的으로 서둘러, 表音面에서 15세기만도 못한 현행 맞춤법을 크게 改善하는 것만이 새 천년에 한글文化를 꽃피우는 길이다.
情報傳達面에서 水準以下인 現行 한글맞춤법을 가지고, 주로 표준어 발음을 모르는 사람들 一部가 信念的으로 덮어놓고 主張하는 한글전용은 言語學的으로 볼 때 그야말로 딱하기 그지없는 ‘억지春香’이니, 우선 音聲․音韻 學者들이 맞춤법 改善․補完을 서둘러 착수하여 長韻素(모음길이)와 사이 된소리 완전表記방식을 마련한 후에 한글전용 論議를 本格的으로 다시 始作할 것이다. (그 때 나는 한글전용론을 主導하고 싶다.)
한편, 大學敎育을 받을 사람은 이 때나 그 때나 한글 전용 與否와 상관없이 漢字 2,000字쯤을 어려서 쉽게 미리 배워 놓도록 制度的으로 施策을 講究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 한국이 三流國으로 轉落하지 않고 知彼知己 高地에서 中國, 日本과 경쟁해 살아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