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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교육의 '필요성'

超我 2009. 7. 24. 23:19
한자 교육의 '필요성'

한 언어가 타언어에 의존하고 있는 현상은 단지 한국에서만은 아니다. 독일이나 여러 유럽권의 나라에서도 아직까지 라틴어로부터 완전 독립을 한 것이 아니고 여전히 라틴어라는 큰 틀에 매여서 각각 자국의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

한국에서 마치 한자어가 상위층으로 갈 수록 어떤 인텔리라는 이미지를 만들어 내고 있는 것과 같이 독일어나 타 유럽언어에서도 라틴어는 고급단어로 사용되고 있기도 하다.

'라틴어의 힘?'

이런 라틴어는 인문학 전공을 하는 특히 철학이나 예술학 (미술역사, 음악역사)신학 전공생들에게는 필수이고 의학이나 법학에서도 필요로 한다. 그렇다고 독일에서 모든 학생들이 라틴어를 고교과정으로 배우는 것만도 아니다. 대 부분의 학교가 몇몇 인문고등학교를 제외하고는 선택으로 채택하고 있고 아에 고교과정에서 빼어 버린 학교도 있다.

라틴어가 독일어에서 어느 정도 무게가 있음이 인정됨에도 한국이 한문교육을 각 사공립학교에서 의무화한 것과는 분명 대조적이다. 물론 이런 교육방침은 대부분 이과계통의 고등학교에서 볼 수 있다. 그렇다고 디플롬(Diplom / 상과 이과계통의 석사) 소유자나 전공자들 그리고 이과 계통의 초.고교학생들이 나는 라틴어가 절대 필요하지 않다라고 말하지는 않는다. 그들도 라틴어가 만들어내는 미묘한 언어의 힘과 창출력을 알고 있기 떄문이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국민의 55% 가량이 뜻을 충분히 전달하기 위해서는 한글과 한자를 병용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4월15일 한국갤럽에서 조사한 것으로 이에 따르면 지난 3월 4∼11일 전국 만 20세 이상 남녀 1천502명을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54.7%가 국한문 혼용에 찬성, `한글만 써야 된다'는 의견(33.4%)보다 많았다고 한다. (연합신문 인용)

이 조사에서 또 하나 주목할 만한 결과는 응답자의 70.5%가 `한자를 모르면 생활하는 데 불편하다'고 답했으며, 59.6%는 `한자를 많이 알면 공부를 더 잘 할 수 있다', 54.4%는 `한자교육을 소홀히 하면 아시아 경제권에서 국가경쟁력이 약화된다'는 견해를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는 사실이다. 그 만큼 한국어가 한자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사실이고 이를 우리사회에서 인정하고 있다는 결과이다.

물론 지금 우리의 이러한 한자 의존도현상에는 조선 시대 당시 지식권 독점현상에서 원인을 찾을 수도 있다. 그러나 기득권층의 지식독점화 현상은 비단 조선시대 뿐이 아니다. 이는 아는 것이 힘이라 생각되었던 중세유럽시대에서 특히 볼 수 있었던 현상으로 당시의 변호사나 귀족들은 지식의 독점화를 위해 일반인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언어를 만들어 사용하며 그들만의 학문을 발전 시켜 왔다.

즉 조선시대 당시 한글을 사용하고 있다는 가정이 있더라도 지식의 독점화 현상은 한글을 통해서도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북한의 언어교육

얘기를 돌려 잠시 우리와 같은 언어권인 북한사회를 잠시 살펴보자. 북한의 언어교육은 한글전용이 대원칙이다. 그렇다고 북한이 아예 한자를 배우지 않는 것은 아니다. 북한도 우리와 같이 한자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1953년부터 각 학교에서 한자교육을 실시하기 시작했으며1963년에는 김일성주석이 한자교육에관한 특별지시령을 내렸다고 한다. 1980년대에 들어서는 김정일국방위원장이 한자교육강화를 지시했다. 이유는 이렇다. "남조선에서 아직도 한자를 많이 사용하고 있는 현실에서 남조선 혁명과 조국통일을 위해 한자교육이 필요하다" (www.jls.co.kr 인용)

즉 북한의 한자교육은 교육의 한 방편이 아닌 절대주의 가치관의 고집을 위한 도구인 것이다. 그 이유에 어떻든 일률적인 언어정책과 그 효과는 절대주의사상이 지배하는 곳에서나 볼 수 있다.

한 가지 또 생각해야 할 점은 우리나라 문화가 어찌하든 한자문화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사실이다. 물론 한국이 한자문화에 기반을 두고 있다하여 맹목적인 한자교육을 할 필요는 분명 없다. 그러나 그 말이 반듯이 한자교육의 필요성이 없다는 말로 해석된다면 이는 논리의 오류이다.

'가장 오래된 것이 가장 새로운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이 전제대로 오래되고 낙후된 모든 것들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말 뒤에는 분명 옛 일들과 옛것을 정확하게 파악할 때 언제나 새로운 것을 찾을 수 있다는 논리가 숨어 있다. 즉 한글의 발전적인 사용을 위해서라도 한자교육은 필요한 것이다.

독일 하이델베르크 = 하니리포터 강대진 기자/ greenfrosch@ms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