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漢字 버리자 고등교육 붕괴, 계층갈등 심화
다른 나라와 달리 고유어의 로마자化가 심한 반발 없이 추진된 이유는 식민정부와 독립운동 세력의 이해관계가 일치했기 때문이다. 식민정부는 통치의 효율성을, 독립운동 세력은 「문맹퇴치」라는 목적에서 한자 폐지와 고유어의 로마자化라는 카드를 수용했다.
월남어는 단어의 60%정도가 한자어로 구성되어 있었다. 이것을 하루아침에 로마자로 바꾸다보니 기대했던 것만큼 지식수준이 올라가지 않았고 면학 의욕도 떨어지게 됐다. 그 결과 광범위한 지식 부재현상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사회 전 분야에서 한자가 퇴출되면서 결정적인 타격을 받은 것은 고등교육이었다. 한자를 몰아내기에만 바빴지 고급 학문을 위한 교재를 새로 만들 방법론에 대한 고뇌가 부족했고 시간적 여유도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고등교육의 붕괴는 권력층과 부유층을 대거 프랑스로 유학을 내보내는 동기가 됐고, 유학의 엄두를 못내는 하류층은 극심한 지식의 빈곤현상에 처하게 됐다. 이것이 계층간의 갈등을 더욱 부추겼고, 이 와중에 하류층에 공산주의 사상이 침투하면서 복잡한 월남전으로 비화된 것이다.
1975년 월맹이 공산 통일에 성공한 후에도 학문 不在현실은 쉽게 해결되지 않았다. 하노이 종합大는 1985년까지 교수가 없어 대학 설치를 못할 정도였다. 현재 베트남 전역에서 단과대학 이상의 고등교육기관 교사가 3천여명에 불과하다는 통계도 있다. 고급 교육의 단절로 학교 시설은 있지만 교과 내용을 가르칠 만한 지식을 갖춘 교수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법률가의 대부분은 70세 이상 아니면 40대 중반의 젊은이로서 중간 계층이 드물다. 또 70세 이상의 고령 지식인은 프랑스어, 40대 젊은 지식인은 러시아어에 익숙한 형편이다.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한 사회 지도층 일부에서 다시 한자를 되살려 공부를 시작하고 있는 형편이다.
한자문화권은 아니지만 20세기 들어 문자개혁을 시도한 나라로는 터키를 들 수 있다. 터키는 케말파샤가 쿠데타로 집권한 후 문자개혁을 실시했다. 터키의 말은 몽골의 영향을 받은 알타이 계통이었는데 아랍 글자를 차용해 쓰고 있었다 이 상황에서 케말파샤가 『말은 못 고쳐도 문자는 고칠 수 있다』면서 아랍어를 로마자로 개혁한 것이다.
문자개혁에서 터키가 월남과 같은 혼란을 겪지 않은 이유는 표음문자 계통인 아랍어에서 같은 표음문자 계통인 로마자로 나갔기 때문이다. 또 터키는 과거에 불가리아 루마니아 헝가리 등 발칸반도를 지배할 때 상당부분 유럽문화가 혼합되어 유럽문화와의 동질성이 민족 심성 내부에 잠재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도움말 : 孫元日(陸士 10기출신, 경제기획원, 대한항공, 아시아나 항공근무 語文연구가)>
http://www.cyberhanja.com/hansaseol/199809ho/9809ho21.ht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