光復 이후 漢字敎育의 부실로 인하여 일상 國語生活의 低質化가 날로 심해지고 있다. 그 몇 가지 현상을 구체적으로 指摘하여 보면 다음과 같다.
(1) 일상 韓國語 語彙의 英語化
호텔 식당에 가서 종업원에게 「설탕(雪糖)」을 달라고 하면 「슈가」요 하고 반문하는 것을 흔히 듣게 된다. 이미 젊은 세대들은 커피에 타 먹는 것은 「슈가」라고 해야지 「설탕」이라고 하면 어쩐지 다른 물건처럼 생각이 드는 모양이다. 또한 「숟가락」을 달라고 하면, 「스푼」이요 하고 반문하는 것도 같은 현상이라고 생각된다.
시골에 가서 40여세 된 아주머니에게 이 근처 「빵집」이 없느냐고 물었더니, 「베이커리」요 하고 반문하는 것을 듣고, 순간 내가 언제부터 이렇게 시대에 뒤진 언어생활을 하게 되었나를 새삼 느끼면서, 40대에서도 이미 「빵집」이 아니라, 「베이커리」로 생활화하고 있음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제 「다방(茶房)」이란 看板은 찾아보기도 어렵지만, 「커피숍」에 밀리어 「다방」이란 말을 쓰는 사람은 완전히 구닥다리 취급을 받게 되었다. 젊은이에게 「결혼예식장」을 물었더니, 이 근처에 「결혼예식장」은 없고 「웨딩홀」이 있다는 데는 啞然失色하지 않을 수 없었다.
雜誌의 標題도 상당수가 英語 자체로 표기하더니, 근래에 와서는 日刊新聞의 面 구별에도 英文을 쓰는 것이 당연시되어 버렸다.
이러한 현상은 敎授들의 著書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과거의 國漢混用 著書들이 출판사의 商業性에 따라 한글專用으로 출간되고 있다. 문제는 專門的인 漢字用語를 한글로 발음만 바꾸어 놓으니까 著者 자신도 무슨 말인지 알 수 없게 된 것이다. 그 해결 방법으로서 근래에 와서는 從來의 漢字語彙 자리에 英語로 대치하여 놓고 있는 현상을 볼 수 있다.
엄연히 國語로서 쓰여온 漢字語彙를 버리고 英語로 대치하고 있는 일부 한글 專用主義 敎授들의 行態는 그 低質性을 마땅히 指彈 받아야 할 것이다. 漢字는 버려야하고, 英語는 써도 좋다고 한다면 敎授로서 根本資質이 문제되는 것이다. 근래 일부 넋빠진 敎授들이 「우리말로 학문하기」란 모임을 만든 것을 보면, 개탄을 금할 수 없다.
(2) 漢字語에 訓音 달아 쓰기
일상생활에서 漢字 실력이 극히 저조함을 실감나게 노출한 것이 필자의 記憶으로는 廣告文으로서 제일 먼저 쓰인 「大큰 대 信믿을 신」 곧 대신증권의 광고일 것이다. 옛날에는 상상도 못할 정도의 유치한 廣告文이 등장한 것이다. 「大信」도 읽지 못하여 「큰 대」, 「믿을 신」으로 訓音을 달아주어야 한다면, 이 나라 일반 국민들의 언어생활 수준이 얼마나 低調한가는 不問可知다. 이것을 廣告의 親切性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우리의 현실을 잘 모르고 떠드는 억지 변명이다.
그 뒤에 나온 訓音 달기 廣告文이 「眞참진 露이슬 로」일 것이다. 이에 이르러서는 젊은이들이 「眞露」의 漢字와 發音을 알지 못하여 「참이슬」로만 통하게 되어 버린 것이다. 그러다 보니 몇 십년을 불려온 「眞露」소주는 사라지고, 「참이슬」소주가 등장하게 되었다. 다시 말해서 「참이슬」이란 소주의 명칭은 곧 「漢盲」의 副産物인 것이다. 부끄러운 文字生活의 象徵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근래 일부 신문에서 漢字 어휘에 音을 달아 주는 것은 漢字를 모르는 讀者들에게 親切을 베풀고자 함이겠지만, 실은 별로 어렵지도 않은 漢字에 音을 달아주기 보다는 新聞이 앞장서서 國民이 필요로 하는 漢字를 정부에서 하루속히 교육하도록 주장하고 講究하는 것이 社會의 木鐸으로서 할 일이라고 생각하는 바이다.
漢字에 音울 달아주는 것은 실제적으로 분석하여 보면, 漢字를 아는 사람을 위한 것이지, 漢字를 모르는 사람을 위한 것이 아니다. 漢字를 모르는 사람은 漢字는 보지도 않고 그 音만을 읽는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또한 괄호 안에 쓰는 漢字도 마찬가지다. 결과에 있어서는 종이만 倍의 空間을 낭비할 뿐이다.
國漢混用으로서 文字生活을 하도록 言論에서는 적극 주장하고, 政府에서는 조속히 初等學校에서부터 必要한 정도의 漢字를 교육하는 것만이 國語生活을 正常化하는 길이다. 漢字語에 音달아 주는 것으로는 國語生活의 低質化를 절대로 막을 수 없음을 조속히 깨닫고 그 對策을 강구할 것을 言論과 爲政當局에 촉구하는 바이다.
(3) 漢字의 奇異한 쓰임
근래에 이르러 商業性의 廣告文이나 심지어 新聞放送의 標題에까지도 漢字가 이상하게 쓰이고 있다. 實例를 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① 알知서당(광고) ② 강가愛팬션(광고) ③ 놀러와謠(방송) ④ 愛틋한 사람(방송) ⑤ 여棋서 잠깐(바둑TV) ⑥ 夜한밤에(KBS 2TV) ⑦ 豚독(간판) ⑧ 道時樂기행(SBS TV) ⑨ 쿠쿠米學, 쿠쿠味學, 쿠쿠美學(TV광고) ⑩ 好老자식(지하철 광고) ⑪ 용비어천家(오피스텔名) ⑫ 錢국구(신문) ⑬ 이런 ‘空청회’(신문) ⑭ Who are 唯?(신문) ⑮ Intelli地(아파트名)
이러한 말들이 放送, 新聞, 看板 등에 널리 쓰이고 있는 것도 문제지만, 거기에 쓰이는 漢字들이 二重, 三重의 含意를 가지고 高次元的으로 쓰이고 있으며, 엄연히 國語로서 쓰이고 있는데, 漢字를 모르는 사람은 도저히 理解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이다. 제 나라 國語는 누구나 알 수 있도록 국가 정책으로 敎育을 해야 함이 마땅한 일인데, 이처럼 文字理解의 特權層을 만들어 놓는 것은 民主主義 敎育精神에도 위배되는 것이다.
더구나 근래 언론 매체에 쓰이는 新造語들을 보면, 거의 漢字로 된 用語들인데, 그것을 쓰기는 한글로 쓰기 때문에 知識人들도 무슨 뜻인지 모르는 말이 허다하다. 예를 들면
① 학제 ② 양형 ③ 표색제 ④ 오니처리장 ⑤ 누낭비강문합술 ⑥ 비루관폐쇄증 ⑦ 용종
이상의 어휘들이 엄연히 국어로서 新聞紙上에 쓰이고 있지만, 一般言衆은 고사하고 대학에서 국어를 전공하는 敎授들도 그 뜻을 알기가 쉽지 않다. 그나마 그 뜻을 점치듯이 推測할 수 있는 것은 머릿속에 이미 入力되어 있는 漢字知識으로 할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서 同音異語의 형태가 복잡한 우리말의 漢字語彙를 한글만으로 표기해 놓았을 때는 그 의미를 알 수 없다.
위의 語彙들을 漢字로 ‘學際, 量刑, 漂色劑, 汚泥處理場, 淚囊鼻腔門合術, 鼻淚管閉鎖症, 茸腫’ 등과 같이 써놓으면, 漢字를 배운 사람들은 일일이 辭典을 찾아보지 않아도 읽는 즉시 그 뜻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漢字語를 한글로 표기하여 놓았을 때는 전문지식인들도 무당처럼 점치는 言語生活을 하게 한다. 常用漢字 1,800子 정도만 初等學校에서부터 단계별로 교육시키면 해결될 것을, 또한 국민이 현실로 절대로 필요해서 스스로 배우겠다는 것을 제 나라 政府에서 가로막고 있음은 憂國의 痛嘆을 넘어 天人共怒할 일이다.
(4) 잘못된 語彙 사용의 汎濫
光復이래 半世紀餘의 한글 專用이 끼친 부작용은 이제 극에 달하였다. 우리말 語彙의 70% 이상이 漢字로 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醫學ㆍ數學ㆍ法律ㆍ經濟ㆍ科學ㆍ傳統文化 등의 專門用語는 90% 이상이 漢字로 되어 있는데, 한글로만 일상 언어생활을 하다보니, 어휘개념이 부정확하고 더구나 근래에 와서는 주로 聽覺的인 言語生活을 함에 따라 한글 표기도 부정확하게 되었다.
KBS 「도전 골든벨」이나 국어에 대한 퀴즈풀이를 통하여 우리 나라 高等學校 학생들의 국어 수준을 보면 너무나 저조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알고 있는 어휘의 수가 많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 어휘개념도 부정확하게 알고 있다. 더구나 漢字쓰기에서 보면, 충청도 학생들이 「忠淸道」를 쓰지 못하는 학생이 적지 않고, 아주 쉬운 「太平洋」을 「犬平洋」으로 쓰는 학생도 있고, 「신념」을 「信」으로 해괴하게 쓰는 학생도 있어 視聽者들로 하여금 웃음을 금치 못하게 한다.
大學生들도 크게 낫지 못하다. 대학 캠퍼스 내 文字 활동을 보면 유치하기 짝이 없다. 예를 들면 「同門會」를 「同問會, 同間會, 同文會」 등으로 잘못 쓰는가 하면, 「꼴리면 오라」는 등 目不忍見의 문구들이 판을 치고 있다.
일반사회의 言語生活에서도 일일이 指摘할 수 없을 정도로 오류투성이다. 祈子나 大學敎授가 방송에서 조금도 서슴없이 「선정적」이란 말을 쓰고 있다. 그들이 쓰는 내용을 보면 「煽情的」 곧 情慾을 북돋우어 일으키다의 뜻으로 쓰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으로 선동하다의 뜻으로 「선정적」이라는 말을 쓰기 때문에 문제인 것이다. 얼른 생각하면 「煽政的」이란 말이 있을 것 같지만, 이런 말은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축구 해설자가 방송에서 “지금 우리 선수들이 용천하고 있다.”고 떠드는 것을 들은 일이 있다. 그 전후 내용으로 짐작하니, 힘이 살아나고 있다는 뜻으로 「용천하다」란 말을 쓰고 있으나, 그런 말은 없다. 俗語에 「용천지랄한다」는 말은 있다.
방송에 出捐한 젊은이가 총각시절 한 처녀를 만나자마자 「연민의 정」을 느껴 請婚했다는 것이다. 司會者가 왜 불쌍히 여겼냐고 물으니 연애감정을 느꼈다는 것이다. 그는 憐憫(연민)의 뜻을 모르고, 「연」자가 있으니까 연애(戀愛)와 같은 뜻으로 알고 썼을 것이다.
어느 洋醫師가 한글로 차트를 만들어와 설명을 하는데 「뇌졸증」이라고 써놓은 것을 보았다. 지금 우리 나라 사람들에게 시험을 보면 80%이상이 「뇌졸증」이 맞다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뇌졸증」이 아니라 「뇌졸중」이 맞다. 그 이유는 漢字로 「腦卒(猝)中」이기 때문이다. 평소 漢字로 써 본 일이 없이 들은 풍월로 쓰다보니 대부분 「뇌졸증」으로 알고 있다. 왜냐하면 「현기증, 조갈증, 소양증」 등처럼 병은 대개 症(증)이라고 하기 때문에 당연히 「뇌졸증」이라고 생각하여 잘못 쓰고 있는 것이다.
自由奔放(자유분방)을 자유분망, 換骨奪胎(환골탈태)를 환골탈퇴, 利不利(이불리)를 유불리, 風飛雹散(풍비박산)을 풍지박산, 附加價値稅(부가가치세)를 부과가치세 등으로 잘못 發音하는 사람이 적지 않은 현실이다.
이밖에 語彙槪念을 잘못 쓰고 있는 어휘들을 지적하면 너무 많아서 일일이 枚擧할 수가 없다.
하나만 예를 들면, 「解放」을 들 수 있다. 지난 8월15일 大統領의 慶祝辭에서도 「解放」이란 用語를 자주 쓰고 있는데, 우리 나라는 결코 1945년 8월 15일에 「解放」된 것이 아니라, 「光復」된 것이다. 「解放」과 「光復」은 전연 다른 말이다.
「해방하다」는 他動詞이기 때문에 目的語가 필요한 말이다. 따라서 「한국을 해방하다.」라고 말했을 때 主語가 韓國일 수는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일본이 한국을 해방하다.」라고 해야 하는데, 얼마나 수치스러운 말인가. 「유엔이 한국을 해방하다.」라고 하여도 主體性을 상실하게 된다.
우리는 日帝侵略을 당하였지만, 하루도 빠짐없이 抗拒하여 主權을 되찾은 자랑스러운 歷史를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解放」이 아니라, 마땅히 「光復」이란 말을 써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8월 15일을 「解放節」이라 하지 않고 「光復節」이라 하지 않는가!
또한 獨立이란 말도 써서는 안 된다. 우리 나라는 己未년 「宣言書」에 “아 朝鮮의 獨立國임을 宣言하노라.”고 분명히 밝힌 바와 같이 開國以來 獨立國이요, 결코 1945년 日本한테 獨立된 나라가 아니다.
祖國이 光復된 지 半世紀가 넘도록 아직도 大統領을 비롯하여 大學의 敎授들까지도 「光復」으로 통일하지 못하고, 「解放」이나 「獨立」을 함께 쓰고 있음은 痛嘆스러운 일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앞으로는 8월 15일에 대하여 全國民이 「光復」이란 말로 통일하여 쓸 것을 促求하는 바이다.
이상에 열거한 예와 같이 漢字文盲으로 인하여 젊은이들이 國語를 자신 있게 말하고 쓰는 이들이 거의 없다고 해도 過言이 아닐 만큼 國語생활의 現住所는 심각한 危機에 처해 있다.
(5) 올바른 國語生活의 對策
오늘날 우리 나라의 언어생활이 얼마나 混濁한가를 대강 살펴보았지만, 그 심각성은 극에 달하고 있다. 이대로 放置한다면 머지 않아 韓國語의 存在價値를 상실하게 될지도 모른다.
한 獨立國家 民族에 있어서 國語는 곧 그 나라의 史觀이나, 그 民族의 正氣를 좌우하는 것이다. 國語의 存亡이 곧 그 民族의 存亡과 같이함을 우리는 이웃 滿洲族의 歷史를 통하여 잘 알고 있다. 더구나 우리는 日帝侵略으로 國語를 抹殺당할 뻔했던 뼈저린 歷史를 체험한 민족이다.
그런데 우리 민족은 忘却症이 심한 탓인지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國語의 소중함을 깨닫지 못하고 스스로 國語를 汚染시키고 外國語 사용을 오히려 선호하고 있음을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한글뿐만 아니라, 表意文字로서 가장 오래되고 發達한 漢字도 우리의 祖上인 東夷族이 만들었음을 알지 못하고, 남의 나라 文字라 하여 排斥하고 있음은 더욱 痛嘆할 일이다.
우리는 이제라도 世界에서 가장 科學的인 表音文字로서 한글과 表意文字로서 가장 發達한 漢字를 자연스럽게 겸비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 두 文字의 長點을 잘 活用하면 세계에서 文字活用 여건의 最理想國이 곧 우리 韓國이라는 自負心을 가져야 할 것이다. 또한 앞으로 세계에서 最先進文化國이 될 수 있는 여건을 갖춘 자랑스러운 文化民族임도 알아야 할 것이다. 세계에서 金屬活字를 제일 먼저 만들어 쓴 역사적인 사실은 정부당국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세계만방에 알려야할 자랑거리다.
이상의 여건을 잘 실현하려면, 하루속히 爲政當局에서는 國民들에게 한글과 더불어 漢字도 분명히 國字라는 認識을 깨닫게 하고, 初等學校부터 漢字를 철저히 교육시키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오늘날 시대의 趨勢가 東北亞時代 곧 漢字文化圈時代로 가고 있음을 西歐의 知性들이 豫見하고 있다.
우리는 韓ㆍ中ㆍ日 三國의 漢字文化圈 時代에 있어서 中國이나 日本에 앞장서려면 우리로서는 國土나 人口나 賦存資源의 競爭으로서는 不可能함은 자타가 共認하는 바이다. 따라서 우리는 雨水한 智力으로 경쟁해야 한다. 지난번 英國에서 IQ테스트를 한 결과, 세계에서 홍콩이 첫째이고, 우리 韓國이 둘째라는 것이다. 國家로 볼 때 홍콩은 한 도시에 불과하니, 우리 韓國이 첫째인 것이다.
이처럼 雨水한 知能을 가진 우리 젊은이들에게 한글과 더불어 漢字를 철저히 교육한다면, 中國이나 日本의 젊은이들을 리드할 수 있다고 確信하는 바이다. 더구나 우리는 言語與件에 있어서 中國人들이 日本語를 배우는 것보다 더 쉽게 배울 수 있고, 日本人들이 中國語를 배우는 것보다 더 쉽게 배울 수 있는 여건을 가지고 있다.
앞으로 漢字文化圈 時代에 있어서 우리 韓國의 살 길이 무엇보다도 한글과 더불어 漢字敎育을 철저히 함에 있음을 爲政當局에 闡明하면서, 그 對策의 講究를 忠諫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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