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外來語 表記法’을 고쳐야 한다 (下)-金昌辰
金昌辰(草堂大 교수. 韓國語 바르고 아름답게 말하기 運動本部 事務局長)
5. 왜 ‘外來語 表記法’이 異常하게 改惡이 되었는가?
이렇게 외래어 표기법이 異常하게 改惡된 까닭은 국립국어원이 漢字語와 우리가 이전에 접해보지 못했던 外國語를 적는 외래어를 같은 차원에 놓고 보았기 때문이다. 漢字語는 지난 2천 년간 우리말로 써온 낱말로서 오늘날에는 거의 ‘外來語’라는 관념도 사라진 낱말이다. 이것을 구태여 다시 ‘外國語’의 자리로 되돌려놓아서 不便을 自招할 이유가 전혀 없다. 이미 韓國語化하는 法則이 만들어져 있으므로 그 법칙을 그대로 따르는 게 좋다. 그게 傳統性과 合理性의 양쪽에 맞다. 바꿀 이유가 전혀 없다.
한편 다른 外國語들은 韓國語化하는 法則이 아직 만들어져 있지 않으므로, 새롭게 합리적인 방법을 찾아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英語 같은 外國語와 中國․ 日本의 外來語를 같은 차원에 놓고 논해서는 안 된다. 西洋의 여러 나라들도 外來語를 두 가지로 나누어서 처리한다. 같은 언어권 안의 외국어는 自國語化하는 법칙이 慣習으로 이미 만들어져 있으므로, 그 관습대로 ‘自國語 爲主’로 외래어를 적고 말한다. 절대로 ‘現地 原音’을 따르지 않는다. 이 점이 우리가 漢字文化圈 안에서 외국의 고유명사도 自國 漢字音으로 말하는 관습을 따르는 것과 같다.
위에서 살핀 것처럼 현행 외래어 표기법은 어떤 측면에서 보아도 우리 겨레의 전통적인 외래어 표기법보다 훨씬 不合理하게 後退한 惡法이다. 도무지 正常的인 思考方式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惡法인데, 여기에는 한글專用派들의 陰謀가 숨어 있다. 金敏洙 교수는 이 문제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요컨대, 현행 외래어 표기법의 원지음주의는 1948년 미군정청 시기에 최현배 편수국장 주도하에 처음부터 채택된 것이다. 당시 1945년 12월 한자 폐지를 결의하고, 1948년 10월 한글전용을 선포한 배경 속에서 분석해 보면, 그 원지음주의 채택의 근본적 이유는 한글 전용을 쟁취한 묘안이었다고 하겠다. 가령, ‘북경’이라고 부르면 ‘北京’으로 쓰게 되나, ‘베이징’이라고 부르는데 한자로 ‘北京’으로 쓰지 않는다는 단순 논리에 만족했으니까 뒤따르는 여타의 문제를 널리 고려에 넣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면 외래어 인, 지명의 원지음주의는 과연 얼마나 타당한가? 오늘날 구미 각국어에서 이에 대한 태도는 일반적으로 부정적이다. 조사된 약간의 예를 보더라도 저들은 다음의 예와 같이 거의 자국음주의를 취하고 주체성을 견지하고 있어, 오히려 反原地音主義의 성향이다. 원지음주의를 택했다는 우리 외래어 표기는 영어음 追從의 예가 많아 원칙부터 위반하고 있다. 한자로 표기된 인, 지명의 원지음 표기는 그 한자의 현지음을 몰라 보고도 읽지 못하는 무식, 소통의 단절도 큰 결함이다.1)
이처럼 단지 한국인이 漢字를 적기 못하게 하기 위하여 외래어 표기법을 改惡한 것은 정말 어이없는 일이다. 한글專用이 우리 언어생활의 곳곳에서 癌的인 노릇을 하고 있다는 데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6. 올바른 ‘外來語 表記法’은 어떻게 적어야 하는가?
그렇다면 올바른 ‘外來語 表記法’은 어떻게 적어야 하는가? 외래어는 앞서 말한 대로 ‘소리’와 ‘의미 전달’ 두 가지를 함께 일치시킬 수는 없다. 따라서 둘 중 하나에 重點을 두어 선택해야 한다. 그렇다면 ‘意味 傳達’에 重點을 두는 것이 당연히 좋은 방법이다.
예를 들어서 “텐안먼”이라고 ‘소리’에 중점을 두는 것보다는 “天安門”이라고 ‘의미 전달’에 중점을 두는 것이 훨씬 나은 방식이다. “베이스창”보다는 “北市場”이, “선양”보다는 “瀋陽”이, “난징”보다는 “南京”이, “청룽”보다는 “成龍”이, “리쑹”보다는 “李松”이, “천빙더”보다는 “陳炳德”이 당연히 좋은 표기다. “工商時報”라는 말이 더 알아먹기 좋은가, 아니면 “궁상스바오”가 더 좋은가? “중난하이”라는 말이 이해가 잘 되는가, “中南海”라는 말이 이해가 잘 되는가는 不問可知다. 또 “타이산”보다는 “泰山”이 ‘의미 전달’에 좋다. 그래서 조선시대 시조에 “태산이 높다 하되”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오늘날에 와서 그 산을 “타이산”이라 함은 외래어 표기법에서 오히려 後退한 것이다.
중국은 자국민에게 ‘意味 傳達’을 쉽게 하기 위해 심지어는 외국어의 형태까지도 바꾸어버린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나 미국의 “大統領”을 중국에서는 “總統”이라는 말로 바꾸어 쓴다. “대통령”은 그들에게는 없고 “총통”은 있던 제도이기 때문이다. 또 우리나라의 “한나라당”은 “大國家黨”으로, 우리나라 “外務部”는 “外務省”으로 바꾸어 적는다. 우리나라의 바둑계 李世乭(이세돌) 선수는 “李世石(이세석)”으로 한자를 바꾸고 중국말로 부른다. 중국 한자에는 “乭(돌)”자가 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국방부 “펜타곤”은 “五角大樓”로 “화이트 하우스”는 “白宮”으로 그 의미를 번역하여 적고, 중국말로 발음한다.
비로 이처럼 외래어는 ‘意味 傳達’에 重點을 두어 적고 말하는 것이 가장 좋다. 그런 점에서 볼 때 우리나라 처지에서 中國이나 日本의 고유명사는 그야말로 가장 ‘意味 傳達’에 편리한 낱말들이 된다. 곧 뜻글자인 漢字의 조합인 ‘漢字語’로 되어 있으므로, 漢字로만 적어주면 ‘意味 傳達’이 바로 되기 때문이다. 이처럼 東洋 三國은 서로 外來語 적고 말하기가 매우 편리하게 되어 있다. 그래서 중국과 일본은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는데, 오직 우리나라만 우리말의 2천 년의 傳統을 끊고 거꾸로 ‘소리’에 중점을 두게 바꾸어버렸으니, 크게 잘못한 것이다.
둘째로 ‘소리’에 중점을 두더라도 ‘外國語’ ‘現地 原音’이 아니라 ‘自國語’의 발음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외래어는 자국어 발음에 가까울수록 좋다. 외래어는 의미 전달을 할 수 없는 것들도 있다. 예를 들면, 西洋의 고유명사는 우리가 그 낱말의 의미를 잘 알 수 없다. 그러므로 어쩔 수 없이 ‘소리’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現地 原音’이 중요한 게 아니라 ‘自國語 發音’이 더 중요하다. 예를 들어 “짜장면”을 중국 어디에서 “자장미엔”한다고 해서 “자장면”이라 적고 말하게 하는데, 이처럼 어리석은 생각이 없다. “자장미엔”은 ‘外國語’라면 “짜장면”은 ‘外來語’인 것이다. 따라서 우리 한국인끼리 말하는 ‘外來語’, 한국어의 일부인 외래어로는 당연히 “짜장면”이 옳지 “자장면”이 옳은 게 아니다. 우리 국민이 옳게 ‘外來語’로 “짜장면”으로 적고 말하고 있는데, 그것을 “자장면”이라는 ‘外國語’로 적고 말하라고 되돌려놓은 ‘외래어 표기법’은 정말로 고약한 惡法이다. 우리 국민을 바보로 만들고 苦痛에 빠뜨리는 惡法이다. 또 한국인에게는 “텔레비”가 외래어 표기로서 좋은 방식인데 굳이 “텔레비전”이라고 적게 하는 것도 ‘外國語’와 ‘外來語’를 구별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일이다.
자국어 발음에 가까운 것이 좋은 외래어 발음이라는 측면에서 보아도 동양 삼국의 自國語 漢字音처럼 편리한 게 없다. 왜냐면 이미 2천 년간 정립된 ‘單一形 發音’이 있기 때문이다. 그대로 적으면 누구나 混同하지 않고 統一되게 적을 수 있어 이처럼 편리할 수가 없다. 예를 들면 중국 ‘北京’은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북경’으로 적을 수 있다. 그러나 ‘現地 原音’을 적으려 한다면 ‘北京’을 ‘베이징’, ‘뻬이징’, ‘뻬이찡’, ‘베이찡’, ‘베이킹’, ‘뻬킹’ 중 어떻게 적어야 할지 알기 어렵다. 그러므로 이 얼마나 불편한가. 아주 쉽고 편리한 한국식 한자음 ‘북경’을 두고서 굳이 헛갈리는 중국 ‘현지 원음’으로 적으라는 외래어 표기법은 정말로 잘못된 것이다. 또 일본 ‘東京’도 마찬가지다. 한국 한자음으로는 누구나 ‘동경’으로 틀리지 않게 적을 수 있다. 그러나 일본말로는 ‘토오쿄오’, ‘도오쿄오’, ‘토쿄’, ‘도쿄’, ‘도꾜’, ‘토꾜’ 중 어느 것인지 알기 어렵다. 실제로 時期에 따라 이 중 표기 기준이 달라지기도 했다.
그러니 외래어 표기법에서 중국과 일본의 고유명사는 韓國式 漢字音으로 적는 게 ‘意味 傳達’은 물론 ‘소리’ 적기에도 가장 좋은 방식인 것이다.
7. ‘外來語’와 ‘外國語’를 구별해야 한다
어떤 사람들은 美國이 孔子를 ‘꽁쯔’라 하고 北京을 ‘베이징’이라고 하니 ‘現地 原音’을 따르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니 우리도 그것을 따라야 한다고 한다. 허나 그 주장은 韓國의 언어 전통과 英語의 언어 전통이 다름을 구별하지 못하는 말이다. 美國은 東洋의 言語는 새롭게 접하는 말이므로 어쩔 수 없이 ‘現地 原音’ 위주로 적고 말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영어는 소리글자이므로 뜻글자인 漢字의 뜻을 살려 적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그래서 할 수 없이 漢字語를 ‘소리’로 적고 말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므로 北京을 ‘베이징’이라고 적고 말하는 것은 소리글자인 영어의 限界를 드러낸 것이다. 그런데 뜻글자인 漢字를 적고 말할 수 있는 長點을 지닌 우리가 그 英語의 短點을 따라가자는 것은 바보 같은 생각이다. 한편 英語는 代身에 유럽의 고유명사는 같은 언어문화권의 말이므로 모두 ‘自國語 爲主’로 적고 말한다. 이 두 가지 경우를 구별해야 한다.
또 어떤 사람들은 자기가 中國이나 美國에 갔더니 자기 이름을 한국어 발음으로 불러주었다면서, 중국이나 미국도 ‘現地 原音’으로 말한다고 주장한다. 그 말은 ‘外國語’의 상황과 ‘外來語’의 狀況을 구별하지 못하는 말이다. 우리가 외국인을 직접 대하는 상황은 ‘外國語’ 상황이다. 그 경우에는 당연히 앞의 상대에게 이름을 물어서 그 발음을 듣고 그와 비슷하게 말해주는 게 예의다. 그것은 ‘外國語’니까 가능하다. 허나 외국인을 직접 만나지 않는 외래어 상황은 다르다. 예를 들어서, 金大中이라는 漢字 이름을 보면 中國人은 당연히 중국어 발음인 [찐따종]으로, 日本人은 일본어 발음인 [긴다이쮸]로 발음하게 된다. 왜냐면 그들이 金大中의 ‘現地 原音’인 [김대중]을 모르니까 당연히 자국 발음으로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外來語’다. 그러므로 외국인을 직접 대하면서 하는 ‘外國語’는 ‘現地 原音’이 가능하지만, 외국인과는 아무 관계없이 한국인끼리 하는 ‘外來語’는 ‘現地 原音’이 不可能하고, 따라서 저절로 ‘自國語 發音 爲主’가 되는 것이 順理다.
한편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물이나 지명은 세계 어느 나라나 대개 ‘現地 原音’을 따르는 경향이 있다. ‘조지 부시’나 ‘반기문’이나 ‘김정일’처럼 뉴스에 자주 나오는 인물들은 新聞․ 放送이 대개 ‘現地 原音’으로 적고 말해 준다. 그것은 워낙 유명한 인물에만 적용되는 特權이다. 예를 들면, 日本 新聞도 ‘潘基文(バン・キムン)’이라고 앞에는 漢字로 적고 뒤에는 괄호 안에 가나로 한국식 발음을 적어 준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특별한 例外다. 그리고 中國은 그런 유명인이나 지명들조차도 모두 한자로 적고 중국식 발음으로 말한다. 이처럼 ‘外來語’는 자기 나라 사람들끼리 약속해서 편한대로 쓰면 되는 것이지, ‘現地 原音’을 따라야 할 이유가 전혀 없는 것이다.
요컨대 우리나라 ‘外來語 表記法’은 잘못되었다. ‘現地 原音’을 따라 적으라는 규정은 ‘外來語’가 아니라 ‘外國語’에 해당한다. 그러므로 現行 ‘外來語 表記法’은 ‘外國語 表記法’이다. 참된 '外來語 表記法‘이 되려면 “外來語는, 外國語를 韓國語의 發音 體系에 맞게 바꾸어 적는다.”고 규정해야만 된다. 곧 우리나라도 세계의 모든 나라들처럼 ‘現地 原音主義’를 버리고 ‘自國語 中心主義‘를 채택해야 한다. 그리고 특히 다른 외국어와 구별하여, “中國과 日本의 外來語는 共通되게 韓國語의 오랜 傳統에 따라 漢字로 적고 괄호 안에 韓國 漢字音을 적는다.”고 규정해야 한다. 곧 ‘北京(북경)’, ‘吉林(길림)’, ‘胡錦濤(호금도)’, ‘郭伯雄(곽백웅)’, ‘東京(동경)’, ‘九州(구주)’, ‘福田康夫(복전강부)’, ‘高村正彦(고촌정언)’ 식으로 적도록 해야 한다.
中國과 日本의 外來語를 중국어와 일본어 ‘現地 原音’으로 적으라는 現行 外來語 表記法은 韓國語의 傳統을 破壞하고 合理性을 떨어뜨리며 스스로 한국어의 ‘言語 主權’을 抛棄하는 亡國的 행위다. 하루빨리 잘못된 ‘外來語 表記法’을 바로잡아, 우리말이 外國語에 자리를 내주고 내쫓기는 悲劇을 막고 국민에게 더 이상 苦痛을 주지 말아야 한다.
金昌辰(草堂大 교양과 교수. 韓國語 바르고 아름답게 말하기 運動本部 사무국장)
<參考文獻>
金敏洙(2004.여름), “한자 표기 原地音主義의 문제”, 새국어생활, 국립국어원,
金昌辰(2007.가을), “잘못된 외래어 표기법 고쳐야 한다”, 말과 글 112, 한국어문교열기자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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全國漢字敎育推進總聯合會(2007. 10. 22), 漢字 地名․人名 原音主義 表記, 이대로 둘 것가?, 『漢字+한글』 100호 紀念 大討論會 發表集.
1) 김민수, 국립국어원, 『새국어생활』, “한자 표기 原地音主義의 문제”, 2004년 여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