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전용 어쩌구
논술 시간은 이공계인 우리학교에서 아주 드문 문과계 수업인데.
그렇게 흥미진진한 건 아닙니다만 어쨌든 문과계에 목마른 저로서는 하악하악(?)할 일이죠.
다음주까지 글을 써오랩니다.
주제가 5개가 있는데.
세상에, 그 중에 '한글전용(全用)' 이 있는 거예요.
호오. 이건 나를 위한 떡밥이다.
이 떡밥은 저와 아버지 사이에서도 많이 오갔던 떡밥인데.
그야말로 불타는 떡밥이라 요새의 저는 그 떡밥 잘 안 던지죠(..)
근데 그거 맡은 사람들 중 한명 질문이.
"외래어도 쓰면 안 되는 거 말하는 건가요?"
...
아...
이보세요, '한국어 전용' 이 아니잖아요? 그렇다해도 외래어도 한국어고.
옆에 친구도 말하길,
"한자어를 어떻게 한글로 적냐? 한자언데."
이런 아리송한 얘기를. 왜 못 적어요? 방금도 '한자' 이렇게 한글로 적었구만(..)
... 그러니까, 한국어가 아니라 한글 전용이라니까...
한글 전용이란 건 대개 국한 혼용과 대립되는 것으로, 한자어가 논쟁의 초점이 되지요.
즉 한자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한자어를 한자로 적느냐, 한글로 적느냐 하는 게 문제의 핵심.
서구 외래어를 비슷한 요지로 얘기하면 알파벳 표기 VS 한글 표기가 될 수 있겠으나,
일단 그 포인트에 대해서는 '외래어 표기법' 자체가 '한글로 적는 것' 을 원칙으로 하고 있지요.
알파벳을 기본 표기로 놓는다는 건 조금, 많이 파격적이기 때문에.
... 뭐.
한글이 한국어만을 위한 표기이다보니까 이런 혼용은 매우 잦지요.
마찬가지로 '영어' 를 '알파벳' 이랑 착각하는 사람도, 아, 이건 영어만 너무 올인해서 그런거고.
아주 흔한 현상이라 더 말할 것도 없긴 한데...
정말정말 좋아하는 떡밥이라서 정말 제대로 발표했으면 좋겠다는 맘이 있거든요.
근데 발표자가 발표할 때 한글하고 한국어를 헷갈린다면... 아... 망했어요...
... 그런 염려가 들어서 말예요.
물론 글을 쓰려면 우선 자료를 찾아볼 테니 그렇게 되진 않겠지요.
근데 지금 한글전용인 상태라서 균형이 좀 어긋나는 건 사실.
어쨌든 우리가 한글전용으로 살고 있다보니까, 국한혼용의 필요성을 잘 못 느끼는 거죠.
필요성이 느껴진다해도 한자를 써야하는 고충을 생각하자면... 왠지 그러고싶지가 않고...-_-;;
사실 한자 없이 한글만으로의 한국어는 지금 상황에서는 한계가 있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지금까지 한자를 써오면서 한국어만의 조어력이 형편없이 떨어져버렸거든요.
그래서 한국어는 아마 지금, '시련의 갈림길' 에 서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글전용' 으로 한자의 조어력이라는 엄청난 힘을 빼앗기는 시련을 겪는 것이지요.
그걸 한국어 고유의 조어력으로 시련을 이기고 앞으로 나아가느냐,
아니면 결국 시련을 이기지 못하고 다시 한자에 의존하느냐, 하는 갈림길에 서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걸 지금 우리는 '실험' 하고 있는 것.
... 뭐, 말맞다나, '문자전쟁' 이지요.
허투로 볼 문제는 결코 아닙니다. 한국의 문화력과 직결되는 문제이기도 하고.
그나저나 국한혼용 시대에 핸드폰이 나왔더라면 어땠을란지.
핸드폰으로 한자 찾아서 집어넣는다라... 상상도 안 되는군요(..)
애초에 핸드폰 액정에 한자가 표시되는 것조차도 너무 위화감이 들어버려요(-_-;;)
뭐 국한혼용 시대에 폰이 나왔더라도 시간 절약을 위해 한글로만 쳤을 것 같기도 합니다만,
일본 사람들 문자하는 거 보면 꼭 그런 거 같지도 않고.
아무튼 늘상 얘기할때마다 흥미로운 떡밥인 건 사실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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