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전용이 틀린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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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급 토끼풀 둘 필명/아이디 김창진 / stariver 조회수 1404 추천수 0
제가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고 고마워하는 분이 세종대왕입니다.
또한 저는 한글날을 국경일로 되돌리자는 일에 서명도 한 사람입니다.
뿐만아니라 훈민정음이 인류 역사상 가장 훌륭한 글자라는 데 동의하고 자랑스럽게 여기는 사람입니다.
저는 대학에서 교양국어를 가르칠 때 반드시 하루는 훈민정음의 우수성에 대해 교육하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저는 훈민정음을 글자 없는 민족에게 가르쳐서 그들도 문자생활을 하게 도와주자는 계획에도 찬성하는 사람입니다.
하지만 저는 한글만 쓰자는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한글만 쓰면 우선 정확한 발음을 할 수 없습니다. 아시다시피 우리말은 외국어와 마찬가지로 장단음 길이로 의미가 분화됩니다. 그래서 발음할 때 그 장단음의 길이를 잘 구별해서 발음해 주어야 의미가 정확히 전달됩니다. 그런데, 현행 한글 맞춤법에서는 장단음 구별이 불가능합니다.
수많은 동철이의자(같은 철자로되 다른 뜻을 지닌 글자)들을 한 가지로만 적어놓는데 어떻게 구별해서 정확히 읽을 수 있겠습니까? 도저히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오늘날 우리 국민의 발음이 엉망진창이 되어버렸습니다.
심지어는 방송인들도 제대로 올바른 우리말 발음하는 사람 찾아보기 어려운 현실입니다. 그 근본 원인이 장단음을 구별 못하는 한글 표기에 있는 것입니다. 글자는 발음을 정확히 할 수 있는 글자가 좋은 글자입니다.
그래서 훈민정음을 만드신 세종대왕께서는 고심 끝에 훈민정음과 함께 4성을 적을 수 있는 방점을 만드셔서 훈민정음 옆에 방점을 찍어서 반드시 훈만정음을 읽을 때 고저장단에 맞게 정확히 발음하도록 하셨습니다.
세종대왕님은 정확한 방점을 달기 위하여 신하들과 회의를 거쳐 결정하셨습니다. 이것은 세종대왕이 물론 토박이말을 적기 위한 도구로도 훈민정음을 만드셨지만 한자를 정확히 발음하기 위한 도구로도 훈민정음을 만드셨고, 따라서 정확한 발음을 하게 하기 위한 정확한 방점을 표기하는 데 매우 신경을 쓰셨다는 뜻입니다.
이만큼 세종대왕은 우리말의 정확한 발음의 중요성을 깊이 인식하셨습니다. (세종대왕님이 정확한 발음을 공부하기 위하여 중국 음운학까지 공부하셨다는 사실은 잘 아실 것입니다.) 사
실 훈민정음이라는 이름 자체가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를 뜻합니다. 즉, 세종대왕님은 백성들이 바른 발음을 하라고 훈민정음을 만드셨다는 뜻입니다.
지금 한글전용론자들이 생각하듯이 그저 편하게 글만 적게 하려고 글자를 만든 아니라는 것입니다. 곧 그 글자의 이름이 훈민정자가 아니라는 사실에 주목해야 합니다.
세종대왕은 훈민정음을 분명히 소리글자라는 인식을 가지고 만드신 것입니다. 그리고 소리글자는 말 그대로 소리를 정확히 적어서 글을 읽는 사람이 정확히 발음할 수 있도록 해주자는 데 기본 목적이 있습니다.
훈민정음은 그 소리글자로서 훌륭했는데, 지금의 한글은 열등합니다. 뜻과 소리가 다른 밤(夜0[밤]과 밤(栗)[밤:}을 똑같이 밤이라고 적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한글전용으로 우리말 발음은 완전히 개판이 되어버렸습니다. 이래도 한글전용을 계속해야 합니까?
세종대왕은 올바른 발음을 위해서 훈민정음을 만드셨건만 오늘날 한글전용론자들은 표기의 철자에만 신경을 쓰고 정확히 발음하기에는 전혀 관심을 갖지 않고 있습니다.
이른바 세종대왕을 존경한다는 사람들이 그분의 가르침을 버린 것입니다. 그들은 세종대왕을 배반하고 엉터리 한국어 발음들을 하면서도 자기가 우리말을 아끼고 사랑하고 있다고 착각하고 심지어는 자랑하고 있으니 참으로 한심한 일입니다.
글자만 한국어입니까? 말도 한국어입니다. 한글전용론자들은 우리말에 대한 기본이 안 되어 있는 사람들입니다. 따라서 꼭 한글전용을 하고 싶다면 오늘날에도 장음부호를 한글 옆에 붙여야만 합니다.
이것이 훈민정음을 만드신 세종대왕님의 뜻과 정신을 이어받는 올바른 길입니다. 현재 표준 발음법에서는 세종의 뜻을 이어받아서 모음의 첫 음절은 장단음을 구별하여 말하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른바 한글을 사랑한다는 사람들은 그 어문규정마저도 무시하고 있습니다. 어문 규정도 지키지 않는 사람들이 무슨 우리말을 사랑하는 사람들입니까?
우리말을 망치는 사람들이지요. 한글을 사랑한다면 한글에 결점이 있으면 더 나아지도록 고치는 데 힘을 써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한글을 사랑한다고 말만 하면서 이러한 한글의 결점을 고치기 위한 아무런 연구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또 그 한글로 적어놓은 글을 올바른 발음으로 읽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도대체 무슨 한글 사랑입니까? 그런 식의 한글 사랑이란 아무 의미도 없는 것입니다.
그저 한글을 싸구려 글자로 쓰는 데만 만족하고 있는 안이한 자세에 지나지 않습니다. 비유컨대, 자기 집이 비가 와서 천장에 물이 새는 데도 나는 내 집이 가장 좋다고 웃고 있는 사람들이 오늘날 한글전용론자들의 모습입니다.
남들이 보면 비웃습니다. 그러므로 일단 한글에 장음부호를 붙여서 정확한 발음은 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면 일단 장단음 구별을 해서 발음은 거의 정확히 할 수가 있게 됩니다.
한글전용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한글 사랑한다고 말만 하지 말고 실질적인 이런 개선책을 내놓아야 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해도 한글전용은 안 됩니다. 왜냐면 한글로만 적어놓으면 한자어의 정확한 뜻은 또 알 수 없습니다.
이것이 한자를 써야 하는 두 번째 까닭입니다. 저는 성경을 읽을 때 사사기, 판관기, 긍휼, 공변 등등 뜻을 알지 못하는 낱말을 많이 만납니다.
괄호 안에 한자라도 있으면 뜻을 알 수 있으련만 무조건 한글로만 그렇게 써놓으니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또 초중고교, 대학에서 학생들은 한글로만 적힌 교재로 공부하면서 학술용어의 정확한 발음은 물론 뜻을 알지 못하여 여려움을 많이 겪습니다. 심지어는 한글로만 적혀 있는 대학교재는 어떤 때는 저 자신도 이해 못할 낱말이 튀어나와 당황하게 만듭니다.
그러니 학생들은 얼마나 더 답답하겠습니까? 학생들은 한자어 용어가 한글로 적힌 것을 이해도 못하면서 억지로 머리속에 쑤셔넣습니다. 이 얼마나 답답한 일입니까?
바로 이것이 우리나라 주입식 교육 현장입니다. 한자어 용어를 한자로 쓰고 한자를 풀어서 가르쳐주지 않으면, 주입식 교육이 안될래야 안될 수 없습니다. 이러니 주입식 교육의 원흉도 한글전용인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말을 적을 때 가장 좋은 방법은 쉬운 낱말은 한글로 쓰되 필요할 때는 한자도 섞어쓰는 것입니다. 그래야만 우리 한국어의 정확한 발음과 정확한 뜻을 알면서 수준 높은 언어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한글전용은 물론 당장은 편해 보이지만 발음이나 뜻을 파악하는 데 앞에서 제가 말씀드렸듯이 정확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지성인의 언어생활에서는 부족함이 많이 드러납니다.
세종대왕은 훈민정음과 함께 4성을 표시하기 위한 방점을 만드셨을 뿐만 아니라 반드시 훈민정음과 한자를 함께 쓰셨습니다. 한문 문장을 앞에 쓰고 뒤에 훈민정음 문장을 붙이는 식으로 병행했습니다.
곧 훈민정음을 만드신 세종대왕은 훈민정음만 오로지 쓰라고, 곧 한글만 전용하라고 절대 가르치지 않으셨습니다. 어디 그런 보기를 아는 사람 있으면 한 번 제시해 보십시오.
그런데 오늘날 세종대왕을 존경한다는 사람들이 제멋대로 한글만 오로지 쓰는 것이 옳다고 주장합니다.
한글전용 주장은 세종대왕의 훈민정음 창제 정신에도 어긋나는 것입니다. 세종대왕이 바라지도 않은 일입니다. 한글전용은 얼른 보면 쉽고 좋아보입니다.
그러나 한글로만 적어놓은 글은 정확하게 발음할 수도 없고 정확한 뜻을 알 수도 없습니다. 그러니 싼 게 비지떡이라는 말이 이런 데도 적용됩니다. 제가 위에서 든 이유 때문에 알고보면 한글전용은 우리 국민을 바보로 만드는 우민화 정책에 지나지 않습니다.
독재자 박정희가 바로 이 정책을 추진한 사람이란 데서도 그 점이 단적으로 잘 드러납니다. 따라서 이성을 지닌 지성인이라면 한글전용이 잘못된 정책임을 아셔야 합니다. 우리가 한글과 한자를 함께 쓰는 균형 잡힌 글자생활을 할 때 우리 언어생활은 더욱 편리하고 풍부해질 것입니다.
글
http://bbs2.hani.co.kr/Board/ns_hangul/Contents.asp?GoToPage...
제목
한글 전용이 틀린 까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