漢字[한자]는 道具敎科[도구교과]인 國語[국어]시간에 가르쳐야 한다 ― 敎育科學技術部[교육과학기술부]의 答信[답신]에 대한 비판 ―
李炳銑
釜山大學校 名譽敎授 / 本聯合會 指導委員
筆者는 금년 초에 李明博 大統領(당시 당선자)에게 學校敎育에 대한 3편의 글과 建議書(書翰)를 올렸던 바, 그 答信에서 “제가 비록 야간상업고등학교를 다녔어도, 漢字敎育을 철저치 받은 덕분에 전 세계 여러 나라를 다니면서 기업활동을 할 때 中國語와 日本語를 몰라도 대략의 뜻을 유추할 수 있어 큰 도움이 되었던 기억이 있습니다.”라 하고, “교수님께서 건의하신 내용을 留念하고 여러 사람들과 함께 논의하여 검토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라고 하였다.(本誌 2008. 3월호 p.23)
이에 힘을 얻은 필자는 漢字敎育 政策과 직접 관계가 있는 敎育科學技術部의 金道然 장관과 文化體育觀光部 柳仁村 장관에게 李 대통령에게서와 같은 建議書를 올렸다.
이에 대하여 柳仁村 長官은 그 答信에서 “우리 나라의 민족문화 形成에 있어서 漢字가 미친 影響力을 생각하면, 우리 傳統文化의 계승과 國益을 위해 어릴 때부터 漢字를 가르쳐야 하고, 國漢文混用이 필요하다고 하는 교수님의 말씀에 同感한다 하고, ”교수님의 高見을 들어 漢字敎育을 위해 교육과학기술부 등 관련 부처와 積極的으로 협력하도록 하겠습니다.“라고 하였다.
이에 비하여 교육과학기술부에서는 ‘교과서선진화팀’의 이름으로 보내온 ‘민원회신’에서 ㄱ) “현재 한문과목은 중학교에서는 교과재량 활동으로, 고등학교에서는 2, 3학년 선택과목으로 형성되어 있는데, 학교에서는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선택하여 가르치고 있으며, 초등학교에서는 방과후 교육활동으로 한문을 가르치고 있습니다.”라 하고 ㄴ) “현재 시행하고 있는 한자교육보다 강화시키는 것에 대하여서는, 국민들의 이해가 필요한 사항이므로, 이는 시간을 두고 논의해 나가야 할 사항으로 판단된다.”고 하였다.
위 李 대통령과 柳 장관의 回信은 筆者에게 보내온 私信이기는 한, 漢字敎育 문제의 진전을 위하여, 그리고 세 곳에서 보내온 回信이 서로 관련되어 있어 이를 함께 공개하여 논의하기로 한다.
그런데 여기에서 문제삼고자 함은 李 대통령과 柳 장관의 回信에서는 漢字敎育에 대한 時代的 요구를 잘 이해하고 있음에 비하여, 교육과학기술부에서 보내온 회신에서는 時代的 요구를 忘却하고 종전에 하던 말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이고 이 回信에서는 ㄴ)의 漢字敎育을 ㄱ)의 漢文時間에 시행하고 있다고 하였는데, 漢字를 道具敎科인 國語時間에 가르치지 아니하고 왜 漢文時間에 가르치느냐 하는 것이다. 漢文時間에는 漢字로 된 文章을 가르쳐야 하니, 漢文시간에 漢字를 가르치는 것은, 國語시간에 漢字를 가르치는 거보다 옳지 않다.
다음에는 漢字를 國語시간에 가르쳐야 할 이유를 살펴보기로 한다. 즉 國語敎科는 道具敎科이기 때문이다. 國語時間에 愛國精神을 기르고, 民族의 정서를 涵養하는 일도 빼어놓을 수 없는 것이거니와, 생활에 필요한 理解力과 表現力을 기르는 것을 이 敎科의 주된 목적으로 하고 있다. 理解力이란 읽기와 듣기를 통하여 남의 意思를 올바르게 받아들이는 힘을 말하고, 表現力이란 말하기와 짓기(作文)를 통하여 자기의 意思를 정확하고 효과적으로 表現하는 힘을 말하는 것이다.
이는 道具的 機能을 갖는다. 그런데, 이 利害와 表現을 위해서 쓰이는 말(國語)은 文章으로 이루어져 있고, 이 文章은 낱낱의 말(單語․語彙)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므로 남의 意思를 잘 받아들이고, 제 意思를 정확하게 표현하기 위해서는 文章의 基礎 혹은 토대가 되는 語彙力이 있어야 한다. 즉 語彙에 대한 정확한 지식이 있어야 하고, 語彙量이 풍부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말의 대부분(70~80%)을 차지하고 있고, 또 그 중심부를 점하고 있는 漢字語에 대한 지식이 있어야 하니, 漢字와 漢字敎育을 떠난 國語敎育을 생각할 수 없다. 아래에 漢字語로 된 낱말이나 句 등의 指導上의 예를 보이기로 한다.
難語․難語句 : 非常, 善戰, 持久力, 離合集散, 減資說, 船團式 經營 등
造語(‘理’字 例) : 理論, 理念, 理性 또는 修理, 病理, 哲理 등
縮約語 : 靑壯年, 辯協, 全經聯, 食藥廳, 國情院, 安保理 등
類義語 : 책꽂이와 書架, 허물과 過失, 자랑과 矜持, 견딤과 忍苦 등
同音異義語 : 技能과 機能, 收入과 輸入, 覇者와 敗者, 出家와 出嫁 등
反對語 : 入養과 破養, 辛勝과 樂勝, 朗報와 悲報, 動態와 情態 등
그런데 이러한 指導는 한글專用의 교과서로 가르치고 있는 現 國語 학습시간에서는 거의 度外視되고 있다. 이러한 지도는 漢字의 音과 뜻(訓)을 알아야 하는데, 한글 專用으로서는 이러한 지도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言語=思考의 관계이니, 그 결과 語彙力의 부족으로 思考力이 떨어지고, 理解力과 表現力이 떨어진다. 學術用語는 대개 觀念語인데, 漢字를 모르고서는 그 뜻을 이해하기 어렵다. 오늘날의 ‘人文學의 危機’도 여기에서 그 이유를 찾아야 한다.
다시 말하건대 文字(文字言語)는 뜻과 感情을 전달하는 道具이니 이는 道具敎科인 國語時間에 가르쳐야 한다.
다음에는 漢字는 漢文시간에 가르치고 있는 敎科 운영상의 문제를 보기로 한다. 위 교육과학기술부의 回信에서 중학교에서는 ‘교과재량’으로 漢文時間에 가르치고 있다고 하였다. 이는 매주 1시간씩 정규교과로 가르치는 것이기는 하나, 學校에서 學生들의 의견을 반영하여 학교장의 재량으로 경정하여 가르친다는 것이다. 그리고 고등학교에서는 2, 3학년 때에 ‘선택과목’으로 가르친다고 하였다.
이는 매주 2시간씩 정규과목으로 가르치는 것이기는 하나, 漢文 등 교사의 수급에 따라서 몇 과목 중 學校에서 선택하여 결정한 것을 학생들이 자기의 진학과 취향 등에 따라서 다시 선택하여 배우게 한다는 것이다. 중학교와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하고, 學校의 형편을 감안하여 학교장의 재량으로 결정하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다만 고등학교에서는 학교에서 결정한 것을 학생들이 선택하여 배우는 점이 다르다. 그러나 心身의 발달 과정에 있는 중․고등학생들에게 漢字를 배워야 할 것이냐 말아야 할 것이냐 함을 묻는 것은 무리다. 아직 判斷力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한글 專用論者들이 주장하는 바, 漢字無用論의 분위기 속에서 이를 기대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그리고 초등학교에서는 ‘방과후 활동’으로 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는 비정규 과목으로 학습하는 것이니, 그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는 정규과목 시간에 가르쳐야 한다.
다음에는 “현재 시행하고 있는 한자교육보다 더욱 강화시키는 것에 대해서는 국민들의 이해가 필요한 사항이므로 이는 시간을 두고 논의할 사항”이라고 하는 교육과학기술부의 말에 대하여 생각해 보기로 한다. 현재 국민들이 漢字敎育의 강화를 얼마만큼 바라고 있느냐에 대해서는 통계상을 이를 보이기로 한다.
즉 2002년 敎育部長官을 지낸 13명이 초등학교에서부터 漢字를 가르쳐야 함을 政府에 建議한 일이 있었는데, 이를 계기로 하여 KBS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조사대상자의 64%(홈페이지 상으로는 71%)가 초등학교에서부터 漢字를 가르쳐야 한다는데 찬성하였다.(『語文硏究』 韓國語文敎育硏究會 114號 p.34참조)
또 大企業의 76%가 新入職員 채용 때 漢字試驗을 치른 것에 찬성하였다.(朝鮮日報 2004.9.8) 또 지난해 全經聯에서 국내 중요기업 350개(응답 292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新入직원의 漢字能力에 대한 企業滿足度 調査’에 의하면 新入職員의 漢字 읽기․쓰기의 滿足度는 100점 만점에서 62점으로, D학점의 수준이라 하여 조사대상 기업의 20%(57개)는 新入職員의 採用時 漢字能力을 반영시켰다고 한다.
즉 三星․LG․SK․現代重工業․斗山 등은 자격증 급수 및 漢字 점수에 따라서 加算點을 부가하였고 금호아시아나 등은 자체적으로 漢字試驗을 실시하여 직원을 채용하였다고 한다.(本誌 通卷 101호. 2007년 12월호 p.14참조) 그리고 2003년 漢字能力檢定試驗 응시자가 78만명중 초등학생이 53만명이나 되었다고 한다.(朝鮮日報 2004.8.19)
그리고 지난해(2007)의 한자능력검정시험 응시자는 약 150만 명으로 추산되는데, 그 중에서 3분의 2는 초등학생이라고 한다. 이를 보아서 “국민들의 이해가 필요한 사항이므로 시간을 두고 논의”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된다.
이상에서 고찰한 바와 같이 漢字는 國語의 정규교과시간에 必須로 가르쳐야 한다. 그리고 초등학교에서부터 漢字를 적극적으로 가르쳐야 하고, 國漢文混用으로 가르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