天下興亡 匹夫有責 (副題: 民主平統委員 辭任의 辯)
나는 진보도 보수도 아니다. 나는 좌익도 우익도 아니다. 나는 자본가도 아니고 노동자도 아니다. 다만, 국사(國史) 및 세계사에 남다른 관심을 가졌고, 6.25 동족상잔, 4.19 그리고 5.16 혁명, 그 역사의 현장을 겪었던, ‘오늘’을 살아가는 소시민 (小市民)이었을 뿐이다. 나는 “민주화 운동”에 참여하여 본 적이 없다. 유럽에서 은행 주재원 생활을 하다 독재의 서슬이 시퍼랬던 1984년 서울로 발령받아 들어 갔다가, 그만 숨이 꽉막혀 창창한 전도(前途)를 접고, 미국으로 이민 봇짐을 샀던 극히 소극적인 저항, 아니 도피가 전부였을 뿐이다.
미국으로 와보니 金大中씨는 이곳에서 망명생활중이었고, 서울에서 여러가지 이유로 온 사람들이 반독재, 반정부, 민주화운동을 하느라 한창 분주하였지만, 나는 내삶이 바빠, 그런 자리에 나가 시간을 소모시킬 처지가 아니었다. 보통사람들처럼, 조용히 생업에 충실했다. 고맙게도 뉴욕청과상조회 추천으로 뉴욕최대일간지인 뉴욕 데일리 뉴스( New York Daily News)에서 근무할 수 있는 기회도 있었고, 1992년부터 지금까지 뉴욕시 교육위원회 한국어 통역일을 할 수 있는 기회도 주어졌다. 지금은 미국 최대은행인 Bank of America 에 7년째 근무하고 있다. 그렇게 평범하게 살아오고 있던 “나약하기 그지 없어 보이는” 은행원이 그 옛날 해군 장교출신답게 “결단 (決斷)” 을 내렸다.
지난 8기 (1997~99년) 부터 11기까지 4기동안 연임하고 있는 민주평통위원 사퇴원을 제출하는 결단을 내렸다. 그러하니 이자리에서 중도에 사임할 수 밖에 없는 사유 한줄 쯤은 남겨놓아야 하지 않겠는가?
나는 기독교 교인이 아니다. 그러나, 범사에 감사할 줄 모른는 일부 기독교인들보다는 더 감사하며 생활하고 있다.
우리 주변에 감사할 일들이 어디 한 두가지 이겠느냐만은, 가까이는, 내가 볼 수 있고, 말할 수 있고 일을 할 수 있는 건강을 유지하고 있음에 감사하고. 머나먼 이국땅에 와서,20세기초 중국인이나 아이리쉬 또는 이탈리안이 겪었던 사회적 차별을 당하지 않는시대 상황에 감사하고, 신분상으로나, 경제적으로 어려움없이 살아갈 수 있음에 감사하고, 동양권에 태어나 그렇게 오묘(奧妙)하게 만들어진 한자(漢字)를 읽고 쓸 수 있음에 감사하고, 어려움없이 미국인들과 의사를 소통할 수 있음에 감사하고, 버젓한 직장에서 일 할 수있게 나를 채용하여 준 Bank of America의 나의 상사 Andrew Wirtz에게 감사하고, 정상적 사고(思考)를 하며 건전한 삶을 유지 할 수 있음에 감사한다.
또 멀리는, 조상님들께 감사하며, 일제치하로 부터 이땅을 찾아주신 순국선열 독립투사, 그리고 대한민국정부수립을 하신 초대 대통령 李承晩박사께 감사하고, 해방직후 소련군이 점령한, 38선 이북 공산치하로 부터 살아남기 위해 피땀흘려 모은 전 재산을 포기하고, 자유를 찾아 이남을 선택할 수 밖에 없었던 상황속에서, 졸업증명서와 성적증명서만 들고 남하(南下) 하신 선친을, 임용하여주신 초대 법제처장 兪鎭午박사께 감사하고, 공산적화를 막아준 미국을 비롯한 한국전 참전 유엔회원국 16개국 국민들에게 감사한다. 혹독한 빈곤을 이땅에서 퇴치시킨 朴正熙장군께 감사한다. 후진국대열에 있던 대한민국을 근면과 창의력으로 중진국 선두에 올려놓은 기업인들에게 감사한다. 50~60년대는 군사원조, 경제 원조를 제공하여 주었고, 70년대 이후에는 거대한 시장을 제공하여 주어, 한국의 경제자립을 도와준 미국에게 감사한다.
그러나, 현재 국내외에 “감사 (感謝)” 라는 단어를 모르고 살아 가고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아니 많다. 소위 민주화운동을 하였다는 사람들이 그러하다. 통치자와 기업인들이 국가의 부를 이루기 위해 전심전력을 기우리고 있을 때, 그들은 무엇을 하고 있었던가 ! 그들은 분배를 주장하였고 분권을 주장하며 반미를 주장하고, 민족공조을 주장하여 왔다.
분(分)이란 나눈다는 뜻이다. 그들은 국부(國富)를 형성시키는 데는 전혀 역활을 하지 않았던 사람들이다. 그런 그들이 지금와서 분배를 논할 자격이 있는가? 그런 그들이 나라를 만든 순국선열들을 폄하할 수 있는가? 역사를 인정하려고도, 배우려고도, 바로 가르치려고도 하지않는 사람들이 어떻게 미래를 설계할 수 가 있겠는가? 미래란 과거와 현재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이다. 개혁이란 단어가 멋이 있게 들릴런지는 모르나, 그 처방은 역사를 정확히 분석하여야 나오는 것이다. 역사를 인정하려하지 않는것은, 곧 낳아주신 부모를 인정하지 않는 것과 무엇이 다를 바 있겠는가?
노무현정권이 들어서자 권력의 핵심부까지 장악한 소위 과거에, 민주화운동을 하였다는 인사들 가운데에는 친북성향을 띄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민주 (民主)란 무엇인가 ? 나라의
주권이 백성에게 있다는 뜻이다. 백성을 탄압하고 독재를 오십년 가까이 종신토록 자행하였던 김일성이나, 전제왕권에서나 볼 수 있는 세습통치를 하고 있는 김정일 일파에게 경도된 사고를 가지고 있는 것은 자가당착이다.
그런 모순이 어디있는가? 민주화 운동권들이 왜 주체사상을 흠모하여 왔으며 전 세계역사상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철권통치로 정권을 유지하고 있는 독재집단에게 온정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는 사실은 아이로니가 아닐 수 없다.
북녘에 이주의 자유가 있는가? 언론의 자유가 있는가? 통신의 자유가 있는가? 직업선택의 자유가 있는가? 정치수용소에는 수백만이 수용되어 있는 곳, 인민의 태반이 영양실조이거나
굶주리고 있는 곳. 10년 이상 계속하여 탈북자들이 줄을 잇고 있는 곳. 그러한 상황 속에서도 인류가 가공할 만한 핵무기를 개발하여 동아시아 뿐 만 아니라 전세계를 공포의 분위기로 몰아가고 있는 집단이 갱의 집단, 악의 축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그들에게서 도덕성을 찾아 볼 수 있단 말인가?
온몸을 바쳐 일생동안 반탁 반공의 일선에 서 있는 素石 李哲承선생이 비통한 심정으로 “ 오! 大韓民國 누가 지키리 “ 라는 책을 저술할 수 밖에 없는 형국까지 다달았다는 사실은 참으로 개탄스러운 일이다.
1990년대초 동구권의 공산체제가 70년여만에 공룡처럼 공멸하였다. 그러한 역사적인 대변혁을 목도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왜 “민주화 인사들”이 북한 공산체제쪽으로 좌경화 되어가고 있는 지 나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공산주의자들과 과연 협상이 가능하리라고 보는가? 힘에는 힘밖에 없는 사실을, 역사가 입증하여 왔다.
레이건대통령의 강력한 Pax Americana 정책이 아니었던들, 어찌 동구권의 붕괴를 상상조차 할 수 있었겠는가?
인간관계 뿐 만 아니라, 국가간의 관계에 있어서도 신의 (信義)가 중요하다. 나라를 풍전 등화,적화 (赤化) 일보직전에서 구하여 주었고 지금은 한국수출상품의 거대한 시장을 제공하여 주고 있는 미국에 어찌 등을 돌리려고 하는가 ? 바로 그들에게 국익을 위하여 바른 사고(思考),예리한 통찰력(洞察力)을 가지고 판단을 하고 있는가 묻고 싶다.
천하흥망 필부유책 (天下興亡 匹夫有責) 이라 하였으니 역사를 외면하고 현실과 국제관계를 직시하지 못하고, 환상을 정책화 하려는 사람들의 조직에 동조할 수 없기에, 필부에 지나지않는 나는 이를 좌시할 수 밖에 없는 처지에 놓여있음을 참담하게 생각하면서, 그많은 선열들이 목숨받쳐 건국하고, 지켜온 대한민국이 그 정체성을 유지하기를 간절히 기원하면서, 정권에 따라 변질되어가는 헌법기관인 민주평통자문회의 자문위원 직을 사임이라는 방법이외엔 다른 선택의 길이 없음을 밝혀두고 자 한다.
뉴욕시 맨허턴 메디슨 에비뉴에서 씀.한태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