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泰格
최근 뉴욕 주, 롱 아일랜드 웨스트버리(Westbury)지역 조기유학생 집단합숙소에서 유학원을 경영하던 조 모(某)씨(47)가 한 학생에게 폭력을 가한 혐의로, 법원출두 직전, 홍콩으로 도주하였다는 사건은 성형수술처럼 유행하는 질병(疾病, Epidemic)과도 같은 한국의 조기교육이 과연 우리에게 무엇인가 다시 한번 살펴보게 한다.
일반적으로 유학(留學)이란 단어는 국내에서 중, 고교 또는 대학교육과정을 이수(履修)한 후, 20~30 대가 되어 본인의 선택에 따라 해외의 대학과정이나 대학원과정을 밟을 경우를 말하는 반면, 유학 앞에 조기(早期)란 형용사가 붙으면 말 그대로 그 이전의 나이에 부모의 권유(勸誘) 또는 강권(强勸)에 의해 해외로 보내어 지는 경우를 말한다. 심지어 열살 전후의 아동까지 포함된다.
조기교육을 시키려는 부모들은 자녀에게 국제어(國際語)인 영어(English)를 영어사용국에서가르치려는 것이 가장 주된 목적으로 생각된다. 10대 초반이라면 아직 우리의 국사(國史)는커녕 국어의 고급단어를 배우기 전(前)이다. 더구나 민족의 정체성이라고 해야 할 정서(情緖)도 몸에 익히기 전(前)이다.
정서와 사상(思想)은 언어를 통하여 전달되는 것이다. 국어(國語)도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한국인(韓國人)이 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언어도단(言語道斷)이다.
국사(國史)를 배우지 못한 아이들이 삼국시대가 언제였는지, 삼별초(三別抄)의 난(亂)이 무엇인지, 삼강오륜(三綱五倫)이 무엇을 말하는지, 최치원(崔致遠)와 이이(李珥)가 언제 때 학자인지, 효(孝)사상은 무엇인지, 선비란 무슨 말인지, 임진왜란(壬辰倭亂)과 병자호란(丙子胡亂)이 언제 왜 발발(勃發)하였는지, 500년 지속되었던 조선왕조(朝鮮王朝)가 왜 일본의 식민지가 되었느지, 어떻게 김일성이 등장하게 되었으며 왜 그들 부자(父子)가 민족의 반역자인지 알 길이 없다. 현재 재학 중인 학생들조차 6.25가 언제 일어났는지 모르는 학생들이 대대수라면, 조기유학생은 말할 것도 없다.
아이들을 미국인으로, 카나다인으로, 호주인으로, 뉴질랜드인으로, 심지어 필리핀인으로, 태국인으로, 남아프리카인으로 만들겠는가?
미국기업들은 물론 정부기관인 CIA, FBI도 이중언어(Bilingual)를 구사하는 사람들을 원한다. 언어뿐만 아니라, 그들의 역사와 정서를 이해하는 사람을 필요로 한다. 필자는 수년 전 FBI에 응시한 적이 있다. 영어 필기 시험으로 다섯 시간 넘게 땀을 흘렸으며, 구두시험은 두 시간이 넘었다. 필기실험에는 한글 토조차 달지 않은 한자(漢字)단어가 즐비한 어느 보수신문의 사설(社說)을 읽고, 영어로 답하라는 시험문제도 있었다. 한자(漢字)를 모르는 1.5세로 보이는 어느 여성 응모자는 시험 중에 포기(抛棄)하고 일어나 버릴 정도였다.
쓸모 있는 아이들로 키우기 위해 그 엄청난 경제적인 부담은 말할 것도 없고, 아빠 엄마가 “기러기”가 되어야 하는 상황을 감수(甘受)하고 있지 않는가?
그러나, 우리의 언어, 역사를 제대로 배우지 못하고, 한국인의 정서도 이해 못하고, 교우(交友)관계도 단절되고, 부모의 사랑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자란 아이들이 어떻게 “온전한” 한국인이 되겠으며, “원만한” 사회인이 되겠는가?
조기 유학이란 국적(國籍)없는 외국인을 양산(量産)시킬 뿐이다. 단연코 성공한 조기유학이란 “없다”. 왜냐하면 미국은, 카나다는, 호주는, 뉴질랜드는 한국이 아닐 뿐 아니라, 대한민국 국어도, 국사도 가르치지 않을 뿐 아니라, 옆에 아버지가 없거나, 아버지 엄마 모두 없어 부모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자라지 못하는 환경이기 때문이다.
한국 부모들이여, 아이들에게 한국부터 가르치고, 우선 한국인이 되게 하라.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그는 조기유학출신이 아니다. 한국인의 “김치” 엑센트를 가지고도 사무총장직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전임자 Kofi Annan 사무총장은 아프리카인의 억양으로, 자크 로게 (Jacques Rogge) 현 IOC 위원장은 불어처럼 코로 영어를 말하고 있고, 전임 Juan Antonio Samaranch 위원장도 서반아어처럼 억세게 영어를 구사하면서도 아직 국제스포츠계를 주름잡고 있다.
작금 국제사회는 글로벌화되고 있다. 영어를 구사하는 뉴욕의 화이트칼러들도 외국인이 하는 Broken English를 알아들으려고 귀를 기우리는 시대가 되었다. 지난 9월 이명박 대통령이 뉴욕을 방문하였을 때 구사한 Survival English가 Wall Street 금융인들을 박장대소시켰다는 사실은 많은 것을 시사하여 주고 있다. 야간고교졸업 후, 고대등록금 조차 내기 어려웠던 이명박“학생” 역시 조기유학출신이 아니다.
외국어는 “뱃장”이다. 조기 유학을 보내지 말고, “뱃장”부터 키워주라.
한자(漢字)를 포함한 풍부한 어휘력을 익힌 후, 배운 외국어가 자기 것이 되는 것이다. 국어도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는 사람이 외국어를 한들 무슨 쓸모가 있겠는가? 정신적으로, 정서적으로 한국인으로 만든 후, 유학을 보내도 늦지 않는다.
Written by Ted Han on November 1, 2009 NavyOfficer86201@yahoo.com (212)541-75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