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 秉 煜 博士 崇實大學校 名譽敎授 前 興士團 理事長
1. 漢字文化圈
산다는 것은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다. 환경에 적응을 잘하는 국민은 역사의 우등생이 되고 환경에 적응을 못하는 국민은 역사의 열등생으로 전락한다. 우리는 역사의 우등생인가. 역사의 열등생인가. 우리는 지금 어떤 환경 속에서 살고 있는가. 개인과 개인, 집단과 집단, 국가와 국가가 저마다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지구촌의 세계화 시대에 살고 있다. 경쟁력이 강한 국가는 興旺(흥왕)하고 경쟁력이 약한 국가는 衰退(쇠퇴)한다. 이것은 生(생)의 냉엄한 현실이다. 우리는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살아 남기 위하여 네 가지의 武器(무기)를 준비해야 한다. 저마다 一人四技人(일인사기인)이 되어야 한다. 첫째는 자동차 운전을 해야 하고, 둘째는 컴퓨터를 배워야 하고, 셋째는 영어를 해야 하고, 넷째는 한자를 배워야 한다. 이 네 가지는 생존을 위한 중요한 무기다. 자동차 운전을 못하면 機動力(기동력)이 없어지고, 컴퓨터 조작을 못하면 情報化(정보화) 사회의 컴盲(맹)이 되고, 영어를 못하면 세계화 시대에서 살아가기가 어렵고, 한자를 모르면 동양문화권의 孤兒(고아)로 전락한다. 巨視的 眼目(거시적 안목)으로 보면 세계는 二大文字圈(이대 문자권)으로 나누어진다. 하나는 영어 문화권이고 또 하나는 한자 문화권이다. 영어를 쓰는 인구가 약 15억이요, 한자를 쓰는 인구도 약 15억이다. 외국에 나가면 우리말은 통하지 않는다. 영어가 통한다. 영어는 세계어가 되었다. 영어가 세계어가 되었다는 것은 앵글로색슨족의 우수성을 나타낸다. 프랑스어도 독일어도 러시아말도 스페인말도 세계어가 되지 못했지만 영어가 세계어가 되었다. 우리 말이 세계어가 되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어학은 생존의 무기요. 삶의 도구다. 㰡외국어를 하나 더 안다는 것은 눈이 하나 더 생기는 것과 같다㰡라고 春園 先生(춘원 선생)은 喝破(갈파)했다. 외국어를 많이 알면 정보력이 그만큼 많아진다. 외국어를 둘 하면 눈이 두 개가 더 생기는 셈이다. 영어를 잘 하면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정보는 생활의 무기요, 활동의 도구다. 필리핀 사람들은 영어를 공용어로 쓰고 있기 때문에 외국에 나아가서 취업의 기회를 많이 얻는다. 우리나라의 대학생들은 영어의 힘이 약하기 때문에 외국에서 취업하기가 어렵다. 세계여행을 해보면 영어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낀다. 영어를 모르면 세계의 활동무대에 진출하여 마음껏 활약할 수 없다.
2. 한자는 東洋의 영어
한자는 동양의 영어다. 중국, 한국, 일본, 홍콩, 싱가폴, 베트남, 모두 한자문화권에 속한다. 우리 나라의 대학생을 여러명 데리고 일본에 여행을 간 일이 있다. 우리 학생은 일본 말을 모르고 일본 학생은 우리 말을 모르기 때문에 서로 意思疏通(의사소통)이 안됐다. 모두 영어가 서툴러서 답답했다. 그런데 서로 한자를 사용하여 자유롭게 의사소통을 하였다. 모두 한자의 소중함과 편리함을 切感(절감)했다. 한자는 확실히 동양의 영어다. 우리는 세계화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에 영어라는 세계어를 꼭 배워야 하고, 동양인으로서 한자문화권에 살고 있기 때문에 한자를 반드시 배워야 한다. 이것은 우리의 생존을 위한 중요한 戰略(전략)이요, 必要不可缺(필요불가결)의 手段(수단)이다. 한자를 모르면 동양문화권의 비참한 외톨이가 된다. 우리의 국토는 협소하고 地下資源(지하자원)은 빈약하다. 우리는 輸出(수출)을 많이 해야만 살아갈 수 있다. 수출은 우리의 운명이요, 필요요, 생존수단이다. 중국과 일본은 우리의 영원한 이웃나라요, 가장 중요한 수출 대상국이다. 중․일은 모두 한자를 쓰는 나라로 우리가 한자를 모르면 중․일과 文化交流(문화교류)와 무역과 通商(통상)을 마음대로 할 수가 없다. 우리의 미래의 문화생활과 경제생활을 위해서도 우리는 한자공부를 열심히 해야한다. 한자는 동양의 영어라는 것을 우리는 잊지 않아야 한다. 사람은 빵만 먹고 사는 동물이 아니다. 文化(문화)를 먹고 사는 동물이다. 빵은 육체의 양식이요. 문화는 정신의 양식이다. 心田耕作(심전경작), 우리의 마음의 밭에 정신과 문화의 풍성한 꽃을 심어야 한다. 문화가 없는 나라는 야만의 나라다.
3. 佛敎와 儒敎 속에서 전래된 한자
역사의 기록에 의하면 기원 32년 고구려 小獸林王(소수림왕) 2년에 중국을 통해서 佛敎(불교)가 처음으로 우리 나라에 들어 왔다. 그 후 1,600여년 동안 불교는 元曉(원효)와 月光(월광)과 大覺國師(대각국사)와 西山大師(서산대사)와 四溟(사명) 등 많은 高僧大德(고승대덕)을 배출하여 우리 국민의 마음 속에 佛心(불심)을 심고 지혜와 慈悲(자비)를 전파하면서 국민의 심성과 인격을 풍성하게 하고 아름답게 했다. 1286년 고려 忠烈王(충렬왕) 12년에 文成公(문성공) 安珦(안향)이 元(원)나라의 수도 燕京(연경, 지금의 북경)에 가서 朱子學(주자학)을 도입하고 儒敎(유교)를 들여 왔다. 유교는 그후 600여년 동안 李奎報(이규보), 鄭夢周(정몽주), 鄭道傳(정도전), 退溪(퇴계), 栗谷(율곡), 茶山(다산) 등의 大儒碩學(대유석학)이 많아 우리 국민의 마음의 밭에 학문을 심고, 仁義禮智信(인의예지신)의 道德(도덕)과 忠孝(충효)의 倫理(윤리)를 가르치면서 우리 국민을 지혜롭게 지도했다. 불교와 유교는 1,000여년 동안 連續一貫(연속일관)하며 이어오면서 우리 문화의 등뼈를 이루었고, 우리의 정신세계의 二大主柱(이대주주)가 되었다. 우리는 역사의 傳統(전통)을 존중하는 국민이 되어야 한다. 우리의 先覺者(선각자)들이 유교와 불교를 받아들이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어떻게 되었을까? 문화가 없는 국민 정신이 荒廢(황폐)한 사회, 학문이 메마른 나라가 되지는 않았을까? 불교와 유교는 모두 한자․한문이라는 놀라운 그릇속에 전달되었다. 우리는 1,500여년 동안 한자․한문과 같이 살아왔다. 한자와 한문은 우리의 제2의 國語(국어)가 되었다. 우리말의 역할이 한자어에서 由來(유래)한 것은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니다. 서양의 英․獨․佛․伊․西 등 여러 나라들이 모두 그리스 로마의 古典 文化(고전문화)의 遺産(유산)을 먹고 성장했듯이 우리는 한자라는 고대 동양사회의 유산을 계승하면서 성장했다.
4. 한글의 우수성
한글은 表音文字(표음문자)다. 세계의 표음문자 중에서 한글이 가장 뛰어나다고 외국학자들은 저마다 激讚(격찬)을 한다. 첫째는 구성원리가 대단히 과학적이고 체계적이다. 둘째는 子音(자음)과 母音(모음)의 결합이 합리적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배우기 편하다. 셋째는 한글은 쓰면 대단히 보기좋고 아름답다. 넷째는 한글로 어떤 어려운 발음도 다 쓸 수 있다. 일본의 假名(가나)는 㰡왜㰡니 㰡웨㰡니 㰡외㰡니 㰡어㰡니, 하는 발음을 도저히 쓸 수가 없다. 인도와 중동을 여행하면서 절실히 느낀 것은 인도와 중동의 표음문자는 참으로 복잡하여 分析(분석)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한글은 우리 국민의 가장 위대한 발명이요, 나라의 제일 가는 보배다. 한글은 한국인의 創造(창조)의 第一位(제일위)를 차지한다. 朝鮮朝(조선조) 5백년에서 제일 뛰어난 인물을 나는 세 사람 든다. 임금님으로서는 世宗大王이요, 학자로서는 哲人思想家(철인사상가)였던 栗谷선생이요, 장수로서는 忠武公이다. 54세에 세상을 떠난 세종은 참으로 위대한 名君(명군)이었다. 申叔舟(신숙주), 成三問(성삼문), 鄭麟趾(정인지) 등 集賢殿(집현전)의 우수한 학자를 데리고 고심 참담한 노력 끝에 訓民正音을 만드신 세종은 千秋萬代(천추만대)에 빛나는 聖王(성왕)이다. 한글이 없었다면 우리는 얼마나 불편하고 불행하였겠는가. 일본의 假名는 한자의 일부를 따서 모방한 것이지만, 한글은 진실로 우리의 독창적인 창조의 산물이라 쓰기 편하고 읽기 쉬운 것이 한글의 장점이다.
5. 한글만으로는 안된다.
그러나 한글은 표음문자이기 때문에 表意性(표의성)이 없어 意味把握(의미파악)이 불확실한 경우가 많다. 이것이 소리 글자의 결점이다. 농촌에 가면 한글로 㰡소주밀식㰡이라고 쓴 것이 많이 보인다. 나는 처음에 이 말의 뜻을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㰡소주(燒酒)를 몰래(密) 만들어 먹으라는(食)㰡 뜻은 아니겠고, 아무리 생각해도 그 뜻을 알 수가 없어서 농협 직원에게 물어 보았다. 그것은 『小株密植』이라고 하였다. 㰡논에 모(株)를 심을 때 소량의 모(小株)를 빽빽히 심어야(密植)만 收穫量(수확량)이 많이 나온다㰡는 것이다. 소주밀식이라는 한글 말에 한자를 괄호 속에 넣으면 一目瞭然(일목요연)할 터인데 한글로만 쓰니 그 정확한 뜻을 도저히 알 수가 없다. 이런 예는 不知其數(부지기수)다. 또 이런 일이 있었다. 어느 가게 앞에 㰡기화기를 팝니다㰡라고 쓰여 있다. 기화기, 무슨 뜻일까?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가 없다. 가게 주인에게 물어보니 『氣化機(기화기)』라고 한다. 압축해서 공기로 만드는 기계라는 뜻이다. 이것도 한자를 괄호 속에 넣으면 그 뜻이 명백해진다. 중국인과 일본인 관광객이 한국에 와서 가장 불편하고 불친절하게 느끼는 것은 회사와 官公署(관공서)의 간판이 모두 한글로 되어 있기 때문에 외국인으로서는 불편하기 짝이 없다고 한다. 아시아의 관광객이 날로 급증하고 있는 지금의 상황과 앞으로의 추세를 생각해서 빨리 한자를 괄호 속에 넣어야 한다. 이런 것이 우리의 친절의 표현이요, 외국인에게 좋은 印象(인상)을 준다. 뜻글자인 한자의 생명과 장점은 첫째로 表意性(표의성)이요, 둘째로 造語力(조어력)이 대단히 풍부한 것이요, 셋째로 의미파악이 정확한 것이요, 넷째로 힘찬 표현을 할 수 있는 점이요, 끝으로 한자 공부처럼 재미있는 것이 없다는 점이다. 㰡방화㰡라고 쓰면 불을 끄는 㰡防火㰡인지 불을 지르는 㰡放火㰡인지 절대로 구별을 할 수 없다. 우리의 가장 이상적인 문자생활은 한글과 한자, 소리글자와 뜻글자를 지혜롭게 倂用(병용)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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