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기본법이 한국어의 優秀性 허문다
朴千緖(31回) 한국어문회 고문·어문정책정상화추진회 상임이사
세종대왕은 1443년 正音을 완성하신 후. 언문청을 열어 原理 연구의 완벽을 기하는 한편, 새 글자의 보급방법을 강구하시느라 3년 만에 공포하시니 이것이 訓民正音이다. 정음(우리 한글)의 우수성은 세계적으로 널리 인정된 것이지만 성왕의 至高하신 度量과 語文觀은 물론이고, 그 창제과정의 완벽성에 대해 찬탄을 금할 수 없다.
세종은 훈민정음 창제의 목적을 ‘나랏말이 중국과 달라 문자와 서로 통하지 못하는 까닭에 어린 백성이 말하고자 하는 바가 있어도 마침내 그 뜻을 펴지 못하는 이가 많은지라 내 이를 가엾이 여겨 새로 스물여덟 자를 만드노니 사람마다 쉽게 익혀 편하게 쓰게 할 따름’이라고 親述하신 序文에 밝히셨으며, 月印千江之曲과 釋譜詳節 등 저술을 통해서는 한글과 漢字의 병기, 혼용과 한글전용을 자유롭게 사용하는 用例를 펴 보였다.
우리가 사용하는 한자는 2천년 전에 중국에서 왔으나 우리의 조상이 그 한자에 우리말의 실정에 맞는 음(音)과 훈(訓-뜻)을 붙여 사용하여, 韓國化한 우리의 固有문자이다. 한자는 초민족적인 문자이나 음과 훈에서 중국한자와 일본 한자와는 다른 고유성을 가진다. 우리 조상들이 이 한자를 우리말과 우리 역사는 물론 지명 인명을 적는데 사용해왔고 이 점은 훈민정음 창제 이후에도 다르지 않았다. 이런 한자를 국자로 인정하지 않는 것은 명백한 자기부정(自己否定)이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어에 의존해서 살아가는 우리의 처사는 온당한 것이었나?
광복 이후 국어정책은 漢字사용이 事大主義라 하여 국자인 漢字의 교육을 박대하는 한편, 한글專用論者라야만 대한민국의 애국자이거나 신진학자로 인정받는 분위기를 조성해 온 지 반세기가 지났다. 우리말에는 ‘어머니’ ‘아버지’처럼 순수한固有語도 있으나 ‘母親’ ‘父親’과 같은 한자어도 있는데, 이 한자어의 수가 어휘 전체 중에 60%나 점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어의 이와 같은 구조적 특성을 무시하는 한글전용정책으로 일관하였다. 그 결과로 국민이 한자어를 점점 사용하기가 어렵게 되자, 可用 한자어 수도 감소하여 우리말이 모호해지기에 이르렀다.서울에 있는 모 유명대학에서 신입생 384명을 대상으로 조사해보니, 77%가 부모의 姓名字를, 20%가 자신의 姓名字를 적지 못하는 결과가 나왔다고 하며, 최근 서울대학교의 모 교수는 글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인 문해력(文解力)에 관한 국제 비교 연구를 하였는데, 높은 교육을 받은 한국 성인의 문해력이 문서 문해 능력 영역에서 OECD 국가 중 최하위라 한다. 이는 과거 일본에 한자를 전수해줄 만큼 문화선진국이었던 우리가 한글전용정책으로 인해 실질적인 文盲國으로 추락하였음을 의미한다.
특히 2005년 1월25일 제정·공포한 국어기본법은 국어의 발전을 도모한다는 법의 목적과는 정반대로, 한자어의 한자를 우리나라 고유문자가 아닌 외국문자로 규정하고 국어표기문자로 인정하지 않았고 국어를 한글전용을 전제로 하는 어문규범에 따르게 하였다. 이 법은 그동안의 잘못된 한글전용정책을 국어기본법이란 미명하에 공고화(鞏固化)한 것에 불과하다.
知識․ 情報化 시대에는 지식과 정보의 의미를 신속·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어문(語文)이 참된 國力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창제자가 펴 보인 용례까지 무시한 한글전용의 국어기본법을 제정함으로써 한국어의 간명성(簡明性), 응축성(凝縮性),시각성(視覺性), 변별력(辨別力), 조어력(造語力) 등 걸출한 우수성은 완전히 허물어졌다. 한국어의 글은 지리멸렬해 졌고, 많은 한자어의 동음이의어를 한글로 音記(음으로 표기)함에 따라 국어의 의미 파악이 어려워졌다. 한글은 한자와는 달리 말을 만드는 조어력이 부족하여 수많은 새로운 개념이 몰려들어올 때 적시(適時)에 우리말로 바꿔 쓸 수 없기 때문에 외국의 원어를 국어와 혼용하는 현상을 막을 수 없게 되었다. 국어가 국어만으로는 언어의 기능을 다할 수 없게 된 것이다. 한글 창제로 어린 백성의 의사소통(意思疏通)을 원활케 하려하신 세종대왕께 한국어의 이 같은 현상을 무어라 변명할 것인가!
한글전용은 수준 낮은 문맹이 많았던 1950년대에는 단기적으로 정치 사회적으로 정보의 공유화(共有化)에 기여한 면이 많았으나, 교육 문화적으로는 국어의 퇴화(退化)는 물론이고 전통문화의 단절과 한민족 정체성의 파괴, 국민의 知的 수준의 하향화, 거대한 한자문화권에서의 孤立化 등 망국적(亡國的)인 폐단을 초래하였다. 그동안에 합리적인 語文정책으로 우리말을 다듬는데 힘을 쏟았더라면 우리나라는 이미 다른 나라들이 부러워하는 語文强國이 되었을 것이다.
국어기본법이 정한 목적을 명실상부하게 구현하기 위해선 결코 한국어를 한글전용정책에 묶어두어서는 안 된다. 한자도 한글과 같이 우리나라의 국자임을 인정하고 초등교육과정부터 한자를 교육하여 국어교육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월북학자 이극로와 김일성이 주도하여 우리보다도 먼저 한글전용을 실시한 북한은 지금부터 50년 전인 1968년 김일성의 교시로 우리나라 초등 3학년부터 대학까지3,000자의 한자를 필수적으로 교육하고 있는 사실을 우리나라 어문당국이 명심해야할 것이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이나 우리가 온고지신(溫故知新)에 바탕을 둔 창의력개발과 문화융성을 기하기 위해선 하루빨리 국어정책을 훈민정음 창제자가 펴 보인 용례대로 개정하여 한글전용의 족쇄를 풀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한국어의 미래는 마치 괴테가 ‘성스러운 동경(憧憬)'이란 시의 끝 구절에서 읊은 것과 같이 ‘오로지 어두운 지상을 오가는 구슬픈 나그네' 의 처지가 될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어문(語文)도 스스로 强하지 않으면 언젠가는 도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말에서 한글전용의 족쇄를 벗기는 일은 우리 세대가 꼭 해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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