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專用의「국어기본법」을 생각해본다
1. 漢字는 과연 낙후된 외국문자에 불과한 가 ?
우리나라와 중국은 물론이고 다른 나라에서도 漢字가 세계에서 가장 낙후한 문자라는 인식에는 거의 예외가 없는 것 같다. 이는 漢字가 많은 자수와 많은 획수로 인해 배우고 쓰기가 어렵게 느껴지는 것과 漢字는 로마자와 한글과 비교할 때 IT 시대에도 적합성이 떨어진다고 인식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1930년대 중국의 文豪인 魯迅이 ‘漢字가 滅하지 않으면 중국이 亡한다’하면서 漢字廢止와 중국문자의 라틴化를 추진했었으며, 1960년대에 와서는 문자개혁을 단행할 정도로 중국에서는 절실하고도 긴박했던 사안이다. 중국은 漢字의 字形, 字義, 字音이외에 복잡한 聲調도 익혀야하고 또 배워야 할 漢字도 많으므로 그 배우는 어려움은 우리나라나 일본에 비해 훨씬 클 것이다.
漢字의 字數가 많은 것은 漢字가 표의문자이기 때문에 불가피한 현상이다. 그러나 사실은 중국에서도 그 많은 漢字들은 사전에서나 볼 수 있고, 실제로 일반인이 사용하는 한자의 자수는 그렇게 많은 것은 아니다. 韓‧中‧日의 한자에 관한 한 자료를 보면 중국은 次상용한자를 포함한 상용한자가 3,500자, 일본은 상용한자가 1,945자, 한국은 한문교육용 기초한자가 1,800자인데, 중국을 예외로 한다면, 이만한 한자를 학습 부담이 과중한 것으로는 보기 어렵다.
漢字가 획이 많아 배우고 쓰기 어려운 글자라는 것은 이미 상식이지만 의외로 여기에 반대되는 주장도 없지는 않다. 일본의 漢字敎育指導者 石井 勳씨는 일본의 소학교학생을 대상으로 이 문제를 실험하고 나서 획수가 적은 일본 かな보다 획수가 많은 漢字의 학습효과가 더 앞선다는 것을 주장한 것이 그 좋은 예이다. 그의 연구결과는 일본과 언어구조가 유사한 우리나라에서도 반향을 일으켰다. 근래에는 문서를 거의 컴퓨터로 작성하는 실정이므로 문자를 쓰지 못해도 읽을 수만 있으면 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문자 환경이 많이 변한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 해서 이 문제가 解決된 것이 아니므로 우리나라도 중국이나 일본과 같이 복잡한 획을 쉽게 간소화하는 노력이 절대로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중국은 1964년 5월 略字總表를 공고하여 2,238자의 繁體字를 簡素化하여 簡體字로 전환하고 나머지 漢字는 繁體字를 그대로 사용한다는 내용의 문자개혁을 단행하였다. 중국이 문자개혁 후에도 여전히 많은 繁體字를 사용하지만 魯迅의 예칙과는 달리 중국은 亡하기는커녕 세계 超一流 科學國이 된 사실은 특히 한자문화권의 나라들에게 注目할만한 價値가 있다고 하겠다.
또한 우리나라 국민의 대부분은 한글이 IT시대의 理想的인 문자이고 漢字는 IT시대에 쓸모없는 문자라고 인식하고 있으나, 실제는 한글이 정보입력에는 장점이 많은 반면 입력된 정보의 이용에는 단점이 많음이 사실이다. 즉, 한글은 획이 단순하고 서로 비슷하여 ㅏㅑ ㅓㅕ ㅗㅛ ㅜㅠ와 같이 視覺的으로 혼동되기 쉬운 단점이 있고 또 춘향전, 심청전 등 古典에서 보는 바와 같이 몇 백 년만 지나도 解讀할 수 없는 큰 결점도 있다. 그러나 漢字는 획이 비슷해 혼동하기 쉬운 면이 없지는 않으나, 입력만 해 놓으면 龍飛御天歌나 月印千江之曲과 같이 수 천 년 후에도 漢字의 字義를 통하여 무난히 解讀할 수 있는 장점이 있고 이외도 表意性, 視覺性, 凝縮力, 造語力, 應用力 등 한글에 없는 獨步的인 機能이 있다. 그러므로 우리나라 국어와 같이 한자어가 많은 경우에는 漢字排斥의 정책은 有害無得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漢字를 외국문자라 함은 漢字에 대한 沒理解에서 비롯된 중대한 錯覺임을 알아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漢字는 訓民正音이 창제되기 전은 물론이고, 訓民正音이 창제된 후에도 우리歷史, 制度, 地名과 姓名의 표기를 전적으로 감당해 준 文字이다. 漢字語가 우리말 어휘의 70%나 되는 사실은 漢字가 우리말과 문화 속에 一體化되어 있다함을 보여주는 증거이다. 그리고 이렇게 될 수 있었던 것은 우리 선조들이 중국으로부터 배워온 漢字를 그대로 쓰지 않고 우리 정서에 맞게 고유한 音과 訓을 붙여 씀으로써 한국漢字로 自己化한때문이다. 이와 같이 한국漢字는 우리말과 문화 속에 一體化된 존재이기 때문에 한국인이 漢字를 외국문자라고 한다는 것은 마치 자기 자신을 포기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뿐만 아니라 국민들이 한국漢字를 알지 못하거나, 또는 안다고 하더라도 한글로 한자어를 표기하면 이미 視覺化된 한자어가 아닌 일반 한자어들은 모두 解讀이 不可能한 암호가 된다. 그렇게 되면 우리국어는 어휘의 빈곤과 소통력의 退化라는 큰 災殃에 빠짐은 명약관화하다. 국어의 척추이고 전통문화의 근간인 우리 固有의 한국漢字를 외국문자로 擬制하고 또 排斥하는 것이 과연 옳을 수 있는가! 이야말로 철저한 檢證을 요하는 점이라 할 것이다.
2. 국어기본법은 왜 폐기되어야 하나?
우리나라는 국어의 발전을 기한다는 취지로 2005년 1월 27일 ‘국어기본법’을 제정·공포하였다. 이 법 제1조에는 ‘국어는 민족 제일의 문화유산이며 문화 창조의 원동력임을 깊이 인식하여 국어발전을 도모해 민족문화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국어를 잘 보존한다.’라는 입법취지를 밝히고 있다. 그동안 ‘한글과 漢字는 국어의 두 날개’ 라는 운동을 펴 온 단체들은 이 입법이 어문정책의 正常化에 큰 전기가 될 것을 기대하였으나, 이 국어기본법은 기존 한글전용정책의 내용에서 한글의 專用이란 측면만을 强化한 것이었다.
이 법의 핵심은 아래 두 조문 안에 다 들어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하나는 ‘한글은 국어를 표기하는 우리의 고유문자를 말한다’라고 한 법 제3조의 이른바 ‘한글의 정의’조항일 것이다. 이는 한글이 우리의 고유문자라는 규정같이 보이지만, 사실은 한글이 우리의 고유문자라는 점 이외 한글이 국어표기의 유일한 문자라는 점과 국어는 한글로 표기해야 한다는 점 등을 포괄적으로 규정한 것이다. 이로써 국어기본법은 우리나라가 漢字를 혼용, 병용하여 온 국어의 전통적인 체제를 법률로서 완전히 否定하였다. 그 둘은 ‘공공기관의 공문서는 어문규범에 맞추어 한글로 작성하여야 한다. 다만 대통령령이 정하는 경우에는 괄호 안에 한자 또는 다른 외국문자를 쓸 수 있다.’ 라고 규정한 법 제14조 제1항의 조항을 들 수 있다. 이 조항은 표면상으로 오직 공공기관의 공문서에만 적용되는 것으로 보이나, 실제는 그 1항 단서에서 ‘한자 또는 다른 외국문자를---’ 라고 규정함으로써 한국漢字를 괄호 안에나 써넣을 수 있는 외국문자의 하나로 규정한 것이다.
한국어는 한국인의 생각을 담는 그릇이며 국민의 감성과 사고력을 자라나게 하는 道具이므로 그 중대성을 고려할 때, 비록 헌법에 명문화한 조항은 없을 지라도 국어에 관한 헌법적 근본규범이 內在한다 할 것이다. 그리고 그 근본규범은 우리헌법과 동일한 國漢混用文이 국어인 것과 國漢混用文에 쓰이는 한국漢字가 국어의 표기문자라는 것을 포함한다고 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대한민국 憲法은 국어도 아닌 국한혼용문과 우리의 國字도 아닌 외국문자로 제정된 격이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어기본법은 국어의 국한혼용을 부정하고, 한국漢字를 외국문자로 규정하며, 한글전용의 대상을 공문서로부터 서간문, 시, 수필, 논설 등 모든 영역의 국어로 확대하였다. 그 결과로 국어의 생명인 소통력은 퇴화되었고 溫故知新의 기반인 전통문화의 근간은 붕괴되었으며 훈민정음이 창제된 이래 어문생활에서 누려오던 국민의 自由와 행복추구권도 박탈되었다.
이제라도 헌법에 정한대로 전통문화와 민족문화를 계승, 발전, 창달할 수 있도록 反憲法的인 국어기본법의 亡國的인 폐해를 斷罪하고 이 법을 廢棄하는데 국민의 뜻이 모아져야 한다.
(한국어문회 상임이사 朴 千 緖)
http://blog.daum.net/cs123/115705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