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주의란 명분下의 한글전용은 文化的 사대주의로 연결된다.(김정강)
金 正 剛(사회평론가)
21세기로 넘어가는 한글 전용 폐해
주요목차
1. 漢民族이 발명한 東아시아의 共通國字
2. 森羅萬象·一切唯心을 遺漏 없이 표상할 수 있는 위대한 文字
3. 漢字 없으면 西歐 학문용어 번역 불가능
4. 左派와 外勢가 추진한 漢字廢棄
5. 國漢混用해야 民族主體性 세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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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주의란 명분下의 한글전용은 文化的 사대주의로 연결된다
金 正 剛 사회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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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漢民族이 발명한 東아시아의 共通國字
약 50년 전 北京(북경) 교외의 周口店遺址(주구점유지)에서 50만년 이전에 생존하였던 北京原人(북경원인)의 고대 유골이 발견되었는데, 그 뇌골을 조사한 결과 언어중추 및 聽覺領(청각령)이 현저히 발달·확대되어 있는 것이 드러나, 原人들이 이때 이미 상당한 수준의 언어를 사용하고 있었음이 명백해졌다. 淸朝光緖25(청조 광서 25, 서기 1899)년, 중국 河南省安陽縣(하남성 안양현)에 위치한 殷(은)의 수도였던 殷墟(은허)에서 殷王들이 占卜(점복)에 썼던 龜甲(귀갑)과 獸骨(수골)이 발견되었는데, 그 위에 중국의 고대문자 즉 甲骨文字(갑골문자)가 새겨져 있었다. 이보다 앞서, 淸朝 乾隆(건륭) 말기로부터 道光(도광) 시대에 걸쳐서 山東省(산동성) 梁山(양산) 기슭에서 다수의 殷代銅器(은대 동기)가 출토되었다. 이 梁山은 소설 「水許傳(수허전)」에서 宋江(송강)의 본거지로 나오는 바로 그 梁山泊(양산박)이 있는 곳이다. 그 銅器들에는 기호에 가까운 고대문자로 쓰여진 꽤 긴 銘文(명문)이 새겨져 있었다.
이러한 甲骨文字와 金文(금문)이 漢字(한자)의 뿌리이다. 殷은 지금으로부터 3천년 전에 있었던 나라인데 그때에 이미 한자가 발생되어 있었다. 중국의 전설상으로는 눈이 네 개 있었던 蒼吉頁(창힐)이라는 사람이 발명하였다거나 神龜(신귀)가 글을 싣고 강물에서 올라왔다거나 하나, 전설에 지나지 않는 것이며 한자는 광범한 中華(중화) 대중 속에서 발생하여 오랫동안에 걸쳐 진화하여 오늘의 모습으로 된 것이다. 문자 제정에 참여한 인원수와 시간이 세계 최대이다. 2천5백년 전, 중국은 殷에서 周(주)나라로 바뀌었는데 그동안 漢字는 글자수가 많아지고 글자 모양이 정비되면서 발전을 거듭했다. 이때까지 甲骨文이나 金文의 글자를 보면 하나의 글자를 한 가지 모양으로 썼던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모양으로 달리 썼다.
여러 가지 모양의 다른 字形(자형)을 한 글자에 하나의 모양으로 통일한 것은 2천년 전의 秦始皇帝(진시황제)이다. 중국 漢민족에 의하여 발명된 한자는, 한반도 역사시대의 여명기인 三韓(삼한)시대에 한반도로 수입되어 韓(한)민족의 國字(국자)로 채용되었다. 韓민족어로 쓰여진 가장 오래 된 詩歌(시가)인 신라 鄕歌(향가)나 한민족의 뿌리를 밝혀주는 最古의 通史(통사)인 三國史記(삼국사기), 三國遺事(삼국유사)도 모두 漢字로 쓰여져 있다. 詩歌는 민족의 정서를 표현하며 通史는 민족국가의 정통성을 합리화하는 것이므로, 鄕歌, 三國史記, 三國遺事는 한민족 民族(민족)이데올로기의 원점이다. 民族이데올로기의 원점을 기록한 漢字는 수입된 것이지만 우리의 國字다. 알파벳이 수입된 것이지만 앵글로색슨, 게르만, 라틴 등 諸민족의 共通國字(공통국자)인 것과 같은 이치다. 한자는 한국, 일본, 중국의 공통國字이다.
2. 森羅萬象·一切唯心을 遺漏 없이 표상할 수 있는 위대한 文字
천년 전 漢字의 字種(자종)은 3천5백 자 가량이었는데, 2천년 전에는 약 1만, 1천3백년 전에는 약 2만6천이 되었고, 오늘날 큰 字典(자전)에는 약 5만이 실려 있다.
漢字는 單字(단자) 한 자 한 자가 뜻을 완성하고 있는 10만 單字를 2字 또는 3~4字씩 합성시켜 뜻이 다른 단어를 만들어 간다고 하면, 그 상호조합에 의하여 창출되는 단어의 集合數(집합수)는 무한이다. 이와 같이 고유의 의미를 가진 임의의 單字를 조합하여 無限數(무한수)의 단어를 만들어 내면, 이 무한수의 造語(조어)는 모두 의미를 가지는 것이므로 인간의 의식 밖에 있는 객관적 물질세계와, 객관적 세계와 관계하면서도 그를 止揚(지양)하여 독자운동을 전개하는 주관적인 의식세계를 남김 없이 表象(표상)할 수 있다. 즉 森羅萬象(삼라만상)과 一切唯心(일체유심)을 遺漏(유루) 없이 표현할 수 있다. 事象(사상)과 思念(사념)을 소리로써 새로 이름지음으로써만 지적할 수 있는 表音文字(표음문자)와는 비교할 바가 아닌 것이다. 情緻(정치)한 思惟와 그 전달을 위해서는 論理語(논리어)와 感性語(감성어)가 필수적이다. 감성의 세계는 원초적 공동체에 같이 속한 사람들만이 가장 깊이 공유할 수 있는 세계이므로, 韓민족 공동체에 속하는 자는 누구나 한국어를 한글로 전달받을 때 가장 절실한 감성을 느낄 수 있다. 韓민족 아닌 다른 어느 민족이라도 어머니의 품에서 배우기 시작한 모국어에 의해서만 스스로의 감성을 온전히 표현할 수 있다. 그러므로 말을 소리로 표현하는 고유의 表音文字야말로 각 민족에게는 각각 최고의 感性語인 것이다.
그러나 論理를 표현하는 論理語는 다르다. 정확한 논리어의 生成(생성)은 知的(지적) 연마의 장구한 역사적 축적에 의해서만 가능한 것이며, 더욱이 근대적 논리어는 과학과 학문의 근대적 비약의 결과로서만 성립할 수 있는 것이므로, 그 근대적 논리어를 산출한 민족사회가 근대국가로 진입한 후에야 창출될 수 있는 것이다.
인류사상 가장 긴 동안 가장 많은 대중수에 의하여 情緻하고 방대하게 발전된 한자·한문은, 東아시아에서 제일 먼저 근대화한 일본에 의하여 근대 논리어로 製鍊(제련)되었다.
현재 漢字圈(한자권)이 사용하는 학문·과학·기술 용어의 대부분은 일본에 의하여 정립된 것이다. 예컨대 哲學(철학), 經濟學(경제학) 등과 같은 인문과학 단어가 그렇고, 電氣(전기), 細胞(세포), 甲殼類(갑각류)와 같은 자연과학 용어가 그렇고, 심지어는 演說(연설)과 같은 보통 말도 영어의 Speech를 일본의 福澤諭吉(후쿠자와 유기치)가 漢文으로 造語(조어)한 것이다. 원래 西勢東漸(서세동점) 이전의 봉건 조선, 중국, 일본에서는 演說(연설·Speech)이라는 行態(행태) 자체가 禁忌(금기)였다. 학문용어의 대부분이 일본에 의하여 정립되었다는 것에서 열등감을 느낄 필요는 없다. 論語(논어)와 천자문을 가지고 가서 일본에 한문을 가르쳐 준 것이 백제의 박사 王仁(왕인)이라고 日本書紀(일본서기)는 기록하고 있다.
3. 漢字 없으면 西歐 학문용어 번역 불가능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등의 유럽어는 모두 表音文字인 알파벳을 사용하고 있지만, 유럽人들은 유럽語의 기반이 되어 있는 라틴語, 그리스語의 학습에 엄청난 시간을 투입하고 있다. 그들이 그렇게 하는 이유는 유럽 문명의 淵源(연원)이 그리스, 라틴에 있으므로 자기네 문명의 연원에 있는 고전적 교양을 체득하여 유럽인으로서의 인격적 正體性(정체성)을 구축함과 동시에, 현재 그들이 사용하고 있는 언어의 뿌리를 확실히 앎으로써 자국어의 의미를 깊이 알고 이를 정확히 사용하려는 것이다. 민족이 그 정신의 연원인 고전적 교양으로부터 단절되면 그 민족은 正體性을 상실하고 말기 때문이다. 영어의 경우, 表音文字라고 하나 전문용어의 경우 단어 하나 하나가 라틴어에 본원을 둔 기초단어의 결합에 의하여 만들어짐으로써 사실상의 表意性(표의성)도 띠고 있다. 사물의 명칭을 표음적으로 지적하기만 하면 충분하므로, 사회과학 용어에 비하여 단어의 표의성 필요가 절실하지 않은 자연과학 용어 몇 개를 예로 들어 보겠다.
Feedback(피드백)은 전기공학에서 출력된 정보를 다시 한 번 입력 방향으로 되돌려 주어서 재출력을 조절함으로써 시스템의 전류평형을 유지시키는 기술인데, feed(영양 공급)와 Back(還流)의 합성이므로 軌還(궤환)이다.
Homeostasis(호메오스타시스)는 의학 용어인데, Home(가정)과 Stasis(안정 상태)의 결합이므로 恒常性(항상성)이다. Adrenalin(아드레날린)은 부신과 뇌에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로서 의학용어인데, ad(副, 부)와 rena(腎, 신)와 lin(因子, 인자)의 합성이므로 副腎髓質(부신수질) 호르몬이다. Schizophrenia는 그리스어의 Schizo(分裂하다)와 Phrenia(精神)의 합성이므로 精神分裂症(정신분열증)이다. 漢字 사용을 배척하면서 한글전용으로만 나갈 때 이 모든 용어의 번역이 불가능하다. 한자를 쓰지 않고 한글만을 전용하면서 한문의 단어를 한글音으로 표기하는 문자생활은 불완전할 뿐만 아니라 단어와 문장의 진정한 의미를 모르는 夢昧(몽매)에 떨어진다.
유럽이 표음문자 생활을 한다고 하나, 그들의 표음문자는 유사 이래 사용되어 온 것으로 수천년에 걸친 知的 활동을 통하여 그 내부에 表意性을 구비하고 있다. 유사 이래 한문으로 知的 활동을 하여 온 韓민족은 한글전용으로서는 완전한 知的 활동이 불가능하다. 感性語의 표기에 적합한 한글과, 東아시아의 論理語로 정착된 한자의 혼용에 의해서만 이상적인 언어·문자 생활이 정립될 수 있다.
4. 左派와 外勢가 추진한 漢字廢棄
아시아 좌파와 서구 외세는 東아시아의 고유한 민족적 전통을 분쇄하기 위하여 한자를 말살하려 했다.
중국 좌파의 사상가 魯迅(루쉰)이 『한자가 망하지 않으면 중국이 망할 것』이라고까지 한 것은 거의 좌파적 전통단절 사상에 기인한다. 중국에서 좌파 無限 문화혁명을 추구하였던 毛澤東(모택동)이 한자 사용을 폐기하고 알파벳을 응용한 표음문자로 대치하려는 시도를 한 적이 있으나 簡字化(간자화)로 낙착되었는데, 베트남에서는 베트남인의 민족의식을 말살하려 했던 프랑스 식민주의자들의 한자폐기 책동이 성공하였다. 그 결과 오늘날의 베트남인은 베트남 최다수 종교인 불교의 사원에 가도 거기에 쓰인 한자현판도 읽지 못하며, 선조들이 지은 아름다운 詩歌나 불경, 유학의 고전도 읽지 못한다. 심지어는 호치민=胡志明, 시에트리쾅=釋智光, 리인탕=連勝과 같은 동포·지도자 이름의 뜻도 모른다. 봉건 중국의 위성국 중 중국의 과거제도를 도입하고 「小中華(소중화)」를 자처하였던 나라가 越南과 朝鮮 두 나라이다. 1882년 프랑스 식민주의 군대가 하노이를 점령하고 베트남의 식민화에 착수하고 나자, 프랑스는 베트남 지식인의 전통사상을 뿌리뽑고 베트남을 중국의 영향으로부터 유리시키기 위하여, 당시 베트남 지배계급을 제외한 대부분의 베트남인이 문맹임을 기화로, 누구나 쉽게 깨칠 수 있는 문자를 쓰게 한다고 이간·선동하여 한자폐기·알파벳 전용에 나서서 이를 성공시켰다. 아시아에서 한자상용 문제에 가장 현명히 대응한 것은 일본이다. 일본은 아시아에서 가장 선진적으로 서구화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어의 정확한 사용과 전통의 계승을 위하여서는 한자의 사용이 불가결함을 깊이 자각하고 한자와 가나를 혼용하는 일관된 문자정책을 취하여 왔다. 주체를 견지하는 근대화인 和魂洋材(화혼양재)의 정신이 문자정책에서도 결실을 맺은 것이다.
假名(가나)가 문자로서 불완전하기 때문에 일본이 「가나」와 한자를 혼용한다는 견해는 어리석은 것이다. 일본의 「가나」는 五十音圖(고쥬온도)만 알면 모든 일본어를 표기할 수 있고, 인쇄체(가타카나)와 활자체(히라가나)까지 구비하고 있고, 알파벳은 글자와 발음이 완전한 일치를 보지 못하므로 학습과정에서는 별도의 발음기호를 필요로 하는데 가나는 글자와 발음이 일치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가나가 「알파벳」보다 오히려 우수한 문자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차대전 후 점령군을 앞세운 미국이 「한자폐기·가나 전용」을 문자정책으로 추진하려 하자, 한자를 잃어버림으로써 전통과 단절되어 민족정신을 잃어버리는 것을 禁忌視(금기시)한 일본은, 당시 절대권력이었던 미국과 맞서 한자를 지키기 위하여 「가나 불완전론」을 전술적으로 전개하였던 것에 불과한 것이다. 자주성을 지키는 데서는 세계 어느 민족보다도 앞서 있는 일본은 자기네 고유의 문자를 지금도 「眞名(신나, 진짜문자)」에 대한 假名(가나, 가짜문자)라고 부르고 있다. 한자를 「眞名(신나)」로 보는 이유는 民族이데올로기의 核心(핵심)인 傳統이 漢字 속에 있기 때문이다.
5. 國漢混用해야 民族主體性 세울 수 있다
전통의 파괴를 반란과 혁명의 전제조건이라고 보고 한자폐기의 한 길로 내닿던 좌파도 이제는 한자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북한은 정권 성립 직후인 1949년 한자교육을 전면폐지했다가, 1966년 「남조선 혁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한자교육이 필요하다」는 金日成의 교시에 따라 1968년부터 한자교육이 재개됐고, 지금은 고등중학교 학생에게 매주 한두 시간씩 1천5백 자를 가르치고 있다. 1997년 4월 평양에서 발행된 「문화어 학습」은 「학생들이 한자어의 뜻을 모르고 방탕하게(되는 대로 마구) 쓰는 현상이 있다. 한자 교원들은 말을 바르게 쓰는 기풍을 세우기 위해 한자를 깊이 있게 잘 가르쳐야 한다」고 강조하여, 한자를 폐기하면 조선어 생활이 제대로 되지 않음을 자백하고 있다.
「세계화」라는 미명下(하)에 교육부가 초등학교 3학년부터 영어 조기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혼탁한 영어 조기교육이 아니라 한국어의 바른 사용을 위한 한자 조기교육부터 해야 한다. 전통과 단절된 民族正氣(민족정기)는 있을 수 없다. 國漢혼용을 해야 민족의 전통과 연결된다. 한자는 東아시아의 공통문자이다. 상용한자만 습득하면 세계인구의 4분의 1인 東아시아 국제사회에서 의사소통이 가능할 뿐만 아니라 활자매체를 통하여 知的생산물을 공유할 수 있다. 論語의 총 字數(자수)가 1만 자, 字種은 1천5백 자인 데서도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넉넉 잡고 한자 2천字만 습득하면 한국어를 구사할 수 있는 知的 능력은 놀랍게 발전되고 國漢혼용에 완벽하게 부응할 수 있다. 이를 위하여 초등학교 1천 자, 중학교 5백 자, 고등학교 5백 자씩 학습하게 하면 되는데 이는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다. 한글전용 정책은 한자 독서능력이 없는 「漢盲(한맹)」을 양산했다.
漢盲치료를 위하여 뜻있는 신문과 잡지는 우선 제목에는 國漢혼용을 하자. 그리고 본문은 국한혼용을 하면서 한 가지 주제 안에서 첫번에 나오는 한자단어에 한하여 괄호 안에 한글로 토를 달아 주자. 공문서를 혼용으로 하고 매년 漢字의 수를 조금씩 늘려 가자. 초등·중등·고등학교의 교과서를 진도에 맞추어 國漢병기·國漢혼용으로 짜 나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