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多數를 존중해야 한다

조용한 多數를 존중해야 한다
李   罕   洙(前 서울신문 사장)	筆者 略歷   1938년 黃海 載寧 출생/ 서울대 졸업/   서울신문 정치부장, 편집국장, 이사 겸 주필, 사장/   언론중재위원
큰 목소리가 우대 받는 사회는 병든 사회다   인류가 고안해 낸 통치제도 가운데 가장 괜찮은 제도라는 민주주의적인 통치는 從多數의 원리를 기초로 한다. 즉 다수의 의견에 따른다는 뜻이다.   그러나 국가를 다스리는 많은 사안들을 모두 투표에 부쳐 다수를 확인할 수는 없는 것이니까 어떤 것이 다수의 의견인지를 골라내는 것이 나라를 다스리는 책임을 진 사람이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이 된다.   민주주의가 성숙한 나라에서는 무엇이 다수의견인지가 그 사회의 여러 제도들, 부락의 자유토론(town hall meeting)에서 시작하여 학계의 세미나 언론보도나 공청회 정당의 토론 등 다양한 방법으로 사람들의 의견이 수렴되고 궁극적으로는 의회 등에 의해 자연스럽게 결정된다.   결정이 이루어지는 과정도 모든 사람들이 충분히 자기 의견을 개진할 수가 있게 되어 있고 이 과정에서 컴먼 센스(common sense) 우리에게는 사회통념 혹은 양식이라는 것이 작용을 하게 된다.   그러나 민주주의의 역사가 일천한 나라에서는 다수가 자연스럽게 결정이 되는 사회적인 여러 장치들이나 전통의 축적이 없기 때문에 어떤 사안에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혹은 많은 사람을 동원한 데모도 하고 이 과정에서 다수의 의견이 왜곡 되어 결정이 되는 일이 많다.   조용한 다수는 무시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 나라의 경우도 나라를 세운 지가 별로 오래 되지도 않았고 민주주의의 기초가 되는 토론에 의한 의사결정이라는 방식에 대한 훈련이 제대로 되어 있지 않은 탓인지 투표가 아니고는 목소리가 큰 사람의 말이 다수의 의견인 것처럼 왜곡되는 경우가 많다.   다수를 결정하는 컴먼센스나 양식 혹은 사회의 통념이라는 것이 강제력을 갖고 있는 규범도 아니고 국민 개개인이 갖고있는 이들 기준에 대한 인식도 제각기 다를 수가 있기 때문에 목소리가 큰 사람이나 물리력까지 동원한 시위가 제법 잘 먹혀 들어가는 민주주의 국가이면서도 국민의 의사 결정은 비민주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은 나라가 되고 있다는 말이다.   특히 6·29선언이후 민주화가 본격화되면서 목소리가 크거나 무리를 지어 밀어 부치면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왜곡된 다수를 조작하는 이상한 형태의 민주주의가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지식보다는 행동을 중요시하고 이론적인 성향보다는 실천적인 자세가 우대받는 사회풍조가 만연하고 있다. 조용한 다수는 이들 목소리 큰 자들에 의해 짓밟히고 있다.   이 같은 사회는 병든 사회라고 볼 수밖에 없다. 민주정치의 기본인 從多數 원리가 무시되고 결국은 민주주의 자체가 변형되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勞組가 모든 것 위에 있는 나라   지금 우리 나라에서 대표적인 목소리 큰 단체는 노조와 학생 운동권이다.   이 중 노조의 경우를 보면 1987년 6·29선언 이후 급격히 조직화 되어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하여 이제는 나라의 운명을 좌우 할 수 있을 정도의 규모로 커 버렸다.   특히 교사들의 노조인 전교조는 김대중 정권에 의해 합법화된 이후 이 나라의 장래를 책임질 다음 세대의 교육을 이상한 방향으로 좌경화 시켜가는 데도 저항 할 방법이 없는 상태를 만들어 내고 있다.   물론 산업사회에서 약자라고 할 근로자들이 자신들을 보호하기 위해 노조를 만든 다는 것은 문명국가라면 모두 수용하고 있는 제도이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는 근로자와 맞서는 사용자라는 것이 법의 보호 밖에 있는 듯한 상태의 법 체제를 가졌다는 것이 문제이다.   바꾸어 말하면 근로자는 사회적인 약자가 아니라 강자가 되도록 법과 정부의 보호를 받고 있다는 점이다.   정서적으로도 근로자는 옳고 경영인은 나쁘다는 사고가 정착 되어 버렸다.   무에서 유를 만들어낸 창업자들의 끊일 줄 모르는 도전과 이익 앞에 눈물도 피도 없는 성향을 견제하기 위해 과보호라 할 정도로 근로자를 법으로 보호하고 있는 것이 현행 노동관계법이다.   그것도 부족하여 김대중 정권은 노사정 위원회라는 것까지 만들어 노조의 보호를 강화하고 있다.   이에 반해 사용자들은 이미 창업자들의 세대가 가고 전문 경영인 세대가 열리고 있는데도 법에의 강자로 擬制만 되고 있을 뿐 보호조치가 거의 없다.   연례적으로 벌어지는 노사 분규 현장에서 노조측이 전문 경영인은 상대를 하지 않고 창업주나 대주주만을 상대하겠다고 나서는 것을 피할 방법도 없고, 실제적으로 전문 경영인은 양보할 수 없다고 버텼는데도 창업주나 대주주가 양보해 버려도 맞설 방법이 없는 것이 우리의 노동관계법인 것이다.   공기업이나 전교조와 같이 사용자가 없거나 정부의 관계부처를 사용자로 의제하는 노조의 경우는 거의 무소 불위의 큰 목소리를 내도 맞설 방법이 없게 되어 있다.   노조는 기업이 살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사용자나 근로자가 같이 공존하는 방안을 찾아야 하는 데 일방적인 근로자의 이익만을 내세우고 기업의 장래나 존폐 따위는 2차적인 고려 사항일 뿐이다.   그 결과 기업과 근로자가 함께 망한 사례가 얼마나 많았는가.   지하철과 같이 이익은 없는 데도 근로자들이 끝없는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그 사용자에 해당하는 관계기관은 공공이익과 상관없이 뒷전의 흥정까지 해서라도 말썽만 일으키지 않겠다는 자세를 보이는 것이 우리 노동관계법의 맹점을 표본적으로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목소리가 큰 사람들의 주장이나 자신들의 이해를 앞세워 집단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우대 받는 것으로 된 데에는 우리 지방자치제도가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한 것에도 그 원인이 있다.   잘 알려진 것처럼 많은 지방자치단체장이 부패를 원인으로 재임 중 끊임없이 구속되고 사법처리 되고 있다. 이들 지방자치단체 장들이 다음 번 선거에서 재선하기 위해서는 정치자금이 필요하고 그래서 부패사건이 없어지지 않는 것이다.   거기에 목소리 큰 사람들의 주장이나 행동을 앞세운 사람들이 개입하면 이들 지방자치단체의 장들은 이들의 요구를 거절하지 못한다.   결과적으로 본인은 부패로 기소되고 행정은 이들 목소리 큰 집단의 뜻대로 집행이 되고 만다. 이래서 목소리를 키우거나 행동을 보이지 않으면 아무 것도 관철되지 않는 관행을 만들어 낸 것이다.   이들의 주장이나 요구가 다수의 의견인지를 냉정하게 결정해야할 사람들이 큰 목소리나 행동 앞에서 자신의 생각을 꺾어 버리는 것이다. 이래서야 민주주의 기초가 되는 관행이나 제도가 축적될 여지가 생겨날 수가 없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예가 강원도 영월군의 동강개발인데 개발의 목적이나 개발로 이익을 보는 사람들과 피해를 입는 사람들의 이해관계는 냉정하게 비교교량되지 않고 자연보호단체의 큰 목소리에 끝내 꺾여버린 것이다.   어느 쪽이 옳았는지를 판가름 내기 전에 목소리 자체에 꺾여 버렸다는 것은 결코 민주적이지 못하다. 여기서 님비( not in my back yard)현상이 우리 나라의 전체적인 생활여건이 되고 만 원인이 있는 것이다.   집단 주택촌의 집 값 담합, 노조는 질듯하면 명동성당으로 가서 농성하여 사회의 문제가 되도록 하는 방식등 이런 것은 이제 우리 주변의 일반적인 여건이 되어 버렸다는 말이다.   운동권적인 방법만이 유효(?)하다   우리가 이렇게 된 것은 조선조 5백년동안 관념론적 토론이 정치의 본령인 것처럼 된 역사적인 전통이 만든 토론 문화의 부재에서 비롯 되었다고 할 수 있다.   토론만 하면 명분이 있는 강경론으로 결론이 나버리는 지적인 풍토도 우리의 전통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것이 개발 독재시절에 민주화를 내세운 운동권의 막무가내 투쟁방법으로 발전하여 이들이 집권세력의 주축이 되자 사회의 전반적인 문제 해결방법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지금 우리 국회에는 운동권의 스타들이 많이 자리잡고 있다.   실생활과 관계없이 민주화니 혹은 반독재 투쟁이니 하는 추상적인 목표를 내걸고 눈부시게(?) 싸운 이들은 분명히 많은 학생이나 후배들이 본받아야 할 훌륭한 선배일 것이다. 그러고 보니 이들이 한창 투쟁할 때 벌인 방법은 목적을 관철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우리 사회에 정착되고 만 것이다.   그러나 민주주의가 요구하는 '다수를 결정하는 방법'은 투쟁이라는 것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조용한 토론과 대화가 중요하며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결론이 추출되는 것이며 이 과정에서 사회적인 양식이나 통념이 작용하는 것이다.   혹 개발독재 시절이나 투쟁하는 사람들이 얘기하는 군사문화 시절이라면 혹 투쟁만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고 할 수 있을 지 모른다.(나는 이 경우에도 투쟁이 좋은 방법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그러나 민주화가 시작되고도 벌써 세 번째 정권이 바뀌려고 하고 있는 데도 그 때의 방법에만 의존한다는 것은 잘못 되어도 한참 잘못된 것이다.   큰 목소리가 판을 친 越南은 나라를 잃었다   실질적으로는 다수가 아니면서 목소리가 큰 사람들에 의해 다수로 위장 되어 결국은 나라를 잃어버린 예의 대표적인 경우가 越南이다.   월남은 1975년 4월 30일 북 월맹군이 치밀한 계획에 의한 침략으로 사이공이 함락됨으로써 역사에서 사라진다.   월맹은 75년 3월 14개 사단으로 일제히 월남을 침공하기 시작하여 중부 월남은 초전에 이미 월맹군에 의해 점령된다.   그런데 구엔 반 티우 대통령에 맞서는 카톨릭의 짠후탄 신부는 "중부월남 고원에 티우의 부패 독재 정권에 항의하는 민중봉기가 일어났다. 그곳에는 북부 월맹군은 없다."는 성명서를 내고 티우 정권에 대한 투쟁을 고무한다.   두 달도 채 못되는 4월 30일 사이공 정권이 붕괴되고 공산정권이 선 뒤에 짠후탄 신부도 개조캠프라는 이름의 형무소로 보내지지만 본인은 중부월남의 월맹군 점령을 민중 봉기로 철저히 믿었다고 한다.   티우정권의 부패와 독재가 심했고 이에 대한 국민의 저항이 광범하게 이루진 것도 사실이지만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적군이 쳐들어와 점령당한 지역을 민중봉기에 의한 해방구로 선전하는 큰 목소리는 뭐가 잘못 되어도 한참 잘못된 것이다.   짠후탄 신부는 광범위한 민중의 지지를 받고 있었기 때문에 그의 북월맹군이 중부월남을 점령한 게 아니다는 성명은 모든 국민이 믿었고 월남군이 이에 대항하는 작전을 하려해도 사병들이 군을 민중봉기에 맞설 수 없다는 이유로 군문을 이탈하여 할 수가 없었고 그 지휘관은 결국 자살로서 조국을 잃은 것을 사죄한다.   결국 큰 목소리가 다수인 것처럼 위장되어 나라를 잃는데 결정적인 요인이 되고 이 목소리를 낸 사람마저 처형되는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알다시피 당시 월남의 정세는 끝없는 군부 쿠데타의 계속으로 말미암은 정보기관의 무력화, 그리고 민선에 의해 태어난 티우 대통령의 3선에 대한 국민적인 저항, 그리고 큰 목소리를 내며 분신까지 하는 안쾅사원 승려들, 정부와 군의 끝없는 부패로 멸망할 수밖에 없는 사정이었지만 그렇다고 나라를 잃자고 한 국민적인 저항은 아니지 않는가.   참고로 분신하는 안쾅사원 스님의 대표격인 틱지꽝 스님도 사이공이 함락되자 바로 공산군에 의해 구속되어 개조 캠프로 보내진다.   요즈음 우리 나라의 많은 젊은 사람들은 그래도 결국 월남은 통일 이 된 것 아니냐고 한다는데 우리도 지금 이 나라를 북한에 내주기만 하면 당장 통일이 된다는 것을 모르고 묻는 것인가 되묻고 싶다.   討論文化를 길러야 한다   누가 다수이고 누가 소수인지를 투표를 통하지 않고 알아낸다는 것은 민주주의의 전통이 오랜 나라에서도 쉬운 일은 아니다.   사회적인 여러 논쟁에 적절한 룰과 심판기관이 있어 페어 플레이(fair play)를 보장하고 토론에서는 강경한 의견만이 나오지 않도록 하는 보이지 않는 양식의 통제가 있고 큰 목소리로 위협하는 사람에겐 누구라도 과감하게 맞서는 사람이 있는 사회가 되어야 민주주의의 장점을 최대한으로 혜택을 받는 사회가 된다.   민주주의의 선진국들이 그런 나라인 셈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옳다고 생각하는 일에는 과감하게 몸을 던지는 조선조 5백년의 선비정신이야 말로 가장 중요한 덕목이 된다.   큰 목소리에 과감하게 맞서 이를 막아내는 용기있는 지식인을 말하는 것이다.   그것이 언론기관이어도 좋고 공무원이라도 좋다. 이러한 토론 과정은 괴롭고 긴 기다림이 필요하다. 참고 상대방의 반대를 끝까지 들어주는 일이야 말로 결정에 필수적으로 앞세워야 할 일이다.   손쉬운 일이 아니라고 해서 목소리가 크거나 행동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다수 의견인 것처럼 손쉽게 결정하는 것은 결코 민주주의적인 결정은 못된다.   더구나 요즈음처럼 무엇이 다수인지를 결정할 사람이 목소리 큰사람이 나오도록 분위기를 조성해 놓고 이를 따르는 형식을 취한다면 이는 민주주의의 제도의 기본정신을 배반하는 것이 된다.   우리가 형식 만으로라도 민주국가를 만든 지 50여년이 되었고 전쟁을 치르고 그 폐허 위에 경제를 세워 이를 토대로 본격적인 민주헌정을 시작한 지는 겨우 20년 남짓이다.   다른 나라가 2백년 걸린 일을 단 20년 혹은 50년에 달성한다는 것은 있을 수가 없는 일이다.   그러므로 민주주의의 정교한 여러 제도들이 제대로 정착토록 하는 과정을 밟게 노력하는 일이 중요하다. 토론문화를 정착시켜 나가는 일이 시급하다는 말이다.   그 가운데도 제일 먼저 없애야 할 일이 목소리를 키우고 집단으로 움직이는 것이 목표 달성에 도움이 된다는 이지고잉사고(easy going; 나는 이것을 捷徑思考라 번역한다)를 없애는 일이다.   경제건설처럼 다른 나라에 한참 뒤쳐진 나라를 일으켜 세우는 데는 첩경이 있을 수 있다.   또 전쟁중인 국가가 적을 이기기 위한 방법을 손쉬운 것으로 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제도를 정착시키는 데는 이지고잉이 있을 수가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