吳之湖 『알파벳트 文明의 終焉』요약
異義同音語와 한글專用
吳之湖
高級 槪念을 갖는 漢字語는 2音節을 原則으로 한다. 그런데, 三千字가 서로 합하여 六十萬 單語가 되는 까닭으로, 낱개의 漢字의 경우와 같이 漢字語는 異義同音語가 많게 될 수밖에 없다.
이를테면, 우리가 日常生活에서 늘 使用하고 있는 言語로 「전기」,「수도」가 있는데, 「전기」는 電氣, 前期, 全期, 傳記, 戰機, 戰記 등 15∼16개의 「전기」가 있고,「수도」도 首都, 水道, 水稻, 修道, 受渡 등 7∼8개의 「수도」가 있다. 이와 같이 漢字語는 한 개의 發音이 한 개의 單語에 限定된 것은 全 語彙의 20%가 되지 못하고, 그 80% 以上이 異意同音語로 되어 있다.
한글학회 「큰사전」에는 八萬八千餘個의 漢字語가 있는데, 그 가운데 六萬八千餘字가 異義同音이다. (一國의 國語의 대부분이 異意同音이라는 現象은 우리 나라 뿐만 아니라, 漢字語를 사용하는 中國과 日本에도 共通된 現象이다. 또 이와는 反對로, 表音文字를 使用하는 나라에는 없는 일이다.)
그런 까닭으로 漢字語는 낱글자의 경우와 같이 그 音만을 表音文字로 表記하면 그 뜻을 모르는 것이 原則이다. 예를 들면, 「한자」라고 記錄된 文字가 있다면 이것만으로는 그것이 무슨 뜻의 말인지 알 수 없다.
하나의 事物의 뜻을 나타내는 文字가 그것 하나만으로는 그 意味의 解得이 不可能하다면 그것은 하나의 「넌센스」다.
한글로 된 漢字語의 意味를 解得하는 方途가 오직 하나 있는데, 그것은 하나의 文章으로 되었을 때 그 單語의 前出語와 後續語의 관계로 미루어 「이때는 이 뜻일 것이다」라고 推測하는 것이 그것이다.
즉, "포목가게에 가서 광목 한자만 떠 오너라" 할 때에 우리는 비로소 「한자」라는 뜻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이때의 推測이라는 것도 言語環境에 의하여 解得한다는 原始的 方法에 不過한 것으로서 一方的 判斷에 그치는 것이요, 그 發音은 꼭 그 뜻이 아니면 안 된다는 科學的 根據는 아무데도 없다.
그러나 한글 文書를 이렇게라도, 즉 經驗과 눈치로 判讀할 수 있는 것은 書簡이나, 韓國産 小說 나부랭이의 下等 文書에 限하는 것이요, 哲學, 藝術, 科學, 醫學, 法學 등 高等 文書의 解得은 不可能한 것이다.
一個의 單語를 記錄한 文字를 보고 그것이 무슨 뜻인지 알 수 없다면 그것은 하나의 「聲音」이요 「言語」가 아니다. 즉, 그것은 意思의 傳達手段이 될 수 없는 하나의 허수아비에 不過한 것이다. 그래서 漢字語를 한글로 暗記하면 漢字 낱개의 경우와 같이 그것은 「非言語」로 化한다. 漢字語는 漢字를 떠나서는 存在할 수 없는 이치가 여기 있다.
「可」는 말이고 「가」는 말이 아니다. 이 事實을 다음 實例에서 다시 한번 確認하자. 初等學校의 成績通知表에는 行動面과 學科面을 둘로 나누어 그 成績이 記入되어 있다. 첫째, 行動面에 있어 제일 優良한 것을 「가」라고 적었고 學科面에서는 제일 不良한 것을 「가」라고 적었다.
첫 번째의 「가」는 「가나다」順位의 「가」이고, 두 번째의 「가」는 「秀優美良可」의 「가」라고 한다. 漢字를 아는 사람은 이 說明을 들으면 『아마 그런 것인가 보다』하고 納得을 하려고 할 것이다. 그러나 漢字를 모르는 兒童들에게는 永遠히 解決할 수 없는 하나의 수수께끼다. "같은 물건인데, 위에 있을 때는 제일 좋은 것이 되고 아래 있을 때는 제일 나쁜 것이 되는 물건이 무엇이냐?"
同一한 紙面 위에 「가」字를 똑같이 써놓고 위에 있는 「가」는 제일 좋은 것이고 아래 있는「가」는 제일 나쁜 것이라고 하니 도대체 어떻게 된 영문인가를 兒童들이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兒童은 理性이 발달하지 못하여 이와 같이 不合理한 事實에 대하여 抗議할 줄을 모른다. 그리고, 先生의 말이니까 억지로 아는 것처럼 諦念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가」字가 일단 成績表를 떠나면 兒童들에게는 完全히 알 수 없는 文字로 化한다. 그래서 「가」라는 語彙는 兒童들의 머리 속에 남지 않는다. 이것은 單音節語의 境遇이거니와 2音節語의 경우도 이와 같다.
여기 「사전」이라는 말이 있어, 漢字를 모르는 兒童이 國語辭典을 찾아보았다고 치자. 國語辭典에는 辭典, 事前, 史前, 史傳, 私錢, 私田, 寺田, 沙田, 등 14∼15개의 「사전」이 있다.
그러면 兒童이 熱心히 공부를 하면 이 14∼15개의 「사전」의 「풀이」를 다 暗記할 수 있고 또 14∼15개의「사전」을 境遇에 따라서 다 區別하여 解釋할 수 있고, 또 區別하여 使用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이는 결코 不可能한 일이다.
그래서 兒童들에게는 「사전」이라는 물건은 「소리」일 뿐이요, 「言語」가 아니다. 그런 까닭으로 머리 속에 「사전」이라는 語彙는 들어가 박힐 수 없다.
「사전」두 글자를 가지고 좀 더 파헤쳐 보자. 「사전」의 위 아래를 바꾸면 「전사」가 된다. 「전사」에는 前史, 前事, 田舍, 傳寫, 戰士, 戰死, 戰史, 殿舍 등 10여개의 「전사」가 있다. 그런 까닭으로 「전사」라는 語彙도 兒童들의 머리 속에 들어가 박힐 수 없다.
「사」字 하나는 事, 仕, 似, 寫, 舍, 史, 四, 寺, 四, 思, 沙, 斯, 査, 社, 祀, 私, 辭, 賜, 謝 등 一百餘個의 「사」字가 있다. 그러면 兒童들이 이 많은 單音節語를 「사」하나의 音으로 區別하여 暗記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사」音이 들어가서 되는 單語는, 私家, 査家, 史家, 四角, 私憾, 舍監, 死去, 辭去, 事件, 死境, 斯界, 四季, 社告, 思考, 事故, 社交, 謝過, 史觀, 詐欺, 社旗, 沙器, 死期, 士氣, 史記 등 二千餘單語가 있다. 그러면 이 單語들을 한글로 써놓으면 同一하거나 近似한 이 많은 二音節語들을 兒童이 區別하여 暗示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이 또한 不可能한 일이다.
다시 「전」音을 보자. 「전」音의 글자는 全, 前, 傳, 典, 剪, 奠, 錢, 殿, 田, 箋, 篆, 詮, 電, 專 등 百五十餘個의 「전」字가 있고, 또 이 「전」字가 들어가서 되는 單語는 電氣, 轉機, 前期, 全期, 戰機, 傳記, 轉記, 電話, 戰火, 田舍, 田家, 傳家, 殿閣, 篆刻, 傳喝, 錢渴, 前職, 轉去, 典據, 電擊, 前景, 前古, 戰史, 戰死, 前史, 田穀, 錢穀, 戰功, 前功, 電工, 專攻, 前科, 戰果, 轉科 등 二千五百餘單語가 있다. 그러면 이 많은 一音節語와 二音節語를 한글로 音記를 하여 놓으면 漢字를 完全히 모르는 兒童들이 이것들의 뜻을 區別하여 暗記할 수 있고, 또 區別하여 使用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이 또한 결코 不可能한 일이다. 이는 실은 兒童들만 不可能한 것이 아니요, 如何한 成人도, 如何한 天才도 不可能하다.
以上은 常用漢字 二千字 가운데서 다만 두개의 發音 「사」音과 「전」音을 가진 文字에 대해서 본 것이요, 二千個의 漢字와 八萬五千個의 漢字語가 다 이런 方式으로 組成되어 있다.
그래서 兒童들은 우리 國語의 80% 以上을 차지하고 있는 高等槪念을 갖는 漢字語를 하나도 모르게 된 것이다. 즉 初等學校 6學年 兒童의 90%가 「國語」라는 낱말의 뜻을 모르고, 100%가 「防空」의 뜻을 모른다. 日常用語가 이럴진대 그들이 어떻게 學術用語를 알겠는가.
6學年 兒童의 30%가 보태기, 빼기를 모르고 全國 中學生의 數學平均成績이 百點滿點에 23點이라는 것은 그들이 數學用語를 제대로 모르기 때문이다.
光復以後의 初等敎育은 한마디로 말하여 「낱말풀이」敎育이라 하여도 過言이 아닐 것이다. 國語는 말할 것도 없고 算數, 自然, 社會生活 등 學科目의 全部를 그 內容을 가르치는 것보다도 더 많이 거기에 나오는 單語의 「낱말풀이」를 가르치는데 時間을 消費하고 있다.
그러나, 漢字가 없는 漢字語, 즉 內容이 없는 껍데기, 다시 말하면 뜻이 없는 소리만 가르치고 있으니, 이렇게 百年이 아닌 千年을 배워보아도 단 한 개의 單語도 제대로 알 수 없다는 것은 너무도 當然한 일이다. 그래서 그들은 文明語를 모르는 原始人이 되었다.
結論하면 光復後의 한글專用敎育은 韓國兒童으로부터 言語能力을 除去하였다. 이것이 韓國兒童의 思考能力低下의 根本的이요 絶對的 原因이다.
무릇 人間의 思考活動은 言語를 통하여서만 可能하다. 言語없이는 思考할 수 없다. 思考活動과 言語와는 不可分의 關係에 있는 것이요, 이 兩者는 相互作用에 의하여 發達한다. 즉, 思想이 보다 高級하여지면 言語가 보다 高級하여지고 보다 高級하여진 言語는 또 보다 高級한 思考를 가능케 한다. 이것이 思考能力의 發達法則이다.
그런 까닭으로 사람은 自己의 言語能力 밖에는 思考할 수 없다. 한국 兒童이 推理力, 創意力, 理解力, 解釋力, 應用力, 作文力, 한마디로 하면 思考能力이 劣等하게 된 것은 그들이 高等한 思考活動에 必要한 文明語彙를 하나도 모르기 때문이다.
이를 다시 要約하면 學校敎育으로부터의 漢字의 除去는 漢字語의 除去를 結果하였고, 漢字語의 除去는 兒童들로부터 言語能力을 除去하였고, 言語能力의 除去는 그들로부터 思考能力을 除去한 것이다.
解說
吳之湖(1905∼1982)
1931년 日本 東京美術學校를 卒業, 朝鮮大 美術學科 敎授, 國展招待作家, 審査委員, 運營委員 등 歷任. 藝術院 會員. 73년 국민훈장 모란장, 77년 藝術院賞을 受賞한 畵壇의 巨星이며, 當代의 獨步的 存在였다.
그런데 우리가 吳之湖 선생의 인생을 보다 높고 값있는 것으로 기리는 것은 선생이 잘못된 우리 나라의 한글專用政策에 맞서 이를 바로잡으려 心血을 기울인 그 衷心 때문이다. 先生은 雜誌로 新聞으로, 그리고 著書 「알파벳트 文明의 終焉」등을 통해 政府의 한글 專用의 語文敎育政策의 不當性을 痛駁하였고, 한편 先生은 "한글로만 敎育하면 天才도 天痴가 된다."고 외치며 77年 國民學校 一, 二學年 國語敎科書를 漢字混用으로 改編 自費로 出刊하고, 이어 78年에는 三學年 國語, 算數, 自然의 三科目을 國漢文混用으로 改編 역시 自費로 出刊하여 이를 故鄕 全南의 7個 國民學校에 無償으로 提供하여 敎授케 하였던 것이다.
그 實驗의 成果는 놀라운 바가 있어, 한 例로서 이 敎科書로 공부한 兒童들이 낱말, 또 풀이에 있어 漢字敎育을 받지 않는 他校 兒童보다 그 成績이 10倍에 가까운 높은 水準을 보였던 것이다.
先生의 論說은 正當하고 整然하고 堂堂하다.
「吳之湖 『알파벳트 文明의 終焉』 三硏社, 1971」 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