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전용 반세기 우리 국어 어디로 가고 있나-한글 전용은 한글을 욕되게 한다
國漢혼용은 결코 漢字를 많이 쓰자는 것이 아니며, 漢文 중심의 어문생활을 하자 함도 아니다. 2000字 정도의 상용한자를 제정해 내실있게 교육하고, 어의 전달에 혼란이 없을 정도의 한자를 적절히 섞어 쓰자는 것이다. 國漢혼용과 한글전용 문제는 兩是·兩非論的 논리의 문제가 아니라 『漢字를 교육할 것이나, 교육하지 말 것이냐 』하는 선택의 문제다.
박광민 〈한국어문교육연구회 상임연구위원〉
국 어 정책 匡正(광정)에 관한 문제는 國紀를 좌우하는 중대 事案임에도 불구하고 당장 可視的 업적이 드러나지 않는다는 이유와 일부 感傷的 반대론에 밀려 歷代 어느 정권도 관심을 두지 않은 채, 그저 완고한 학자들의 해묵은 논쟁 정도로 置之度外해왔다. 일찍이 없었던 정신문화적 국가 危難을 맞아, 망가져가는 국어의 實狀과 한글전용 정책의 弊害(폐해)를 지적하고 그 代案을 모색해 보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우리나라 한글전용은 광복 직후 美군정하에서 시작되었는데, 그 뿌리는 舊韓末 漢字에 대한 事前 지식이 없는 선교사들의 한글연구에 영향받아, 音節문자인 한글의 특성마저 무시한 채, 로마자를 흉내내 한글풀어쓰기를 추구했던 이들에게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 후 日帝의 우리말 말살정책은 한글 운동 자체가 곧 애국운동이라는 데까지 민족 정신을 승화시켰고, 이와 같은 분위기는 광복 직후 「한글전용만이 애국」이라는 단순논리로 이어졌는데, 日帝에 대한 배척이 엉뚱하게 수천년간 우리의 역사·문화적 배경을 이루어온 漢字 배척으로 변질되고 만 것은 지극히 유감스러운 일이다. 당시의 한글운동은 일면 當爲性이 있다고 할 수도 있겠으나 한 번 더 熟考해 합리적인 視角으로 문자정책을 成案했더라면 국가 實益과 전통문화 계승에도 훨씬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우리말은 漢字를 만남으로써 좀 더 理想的인 몸체를 완성한 것인데 우리말에서 한자를 없애자 함은 우리 몸의 척추를 없애자는 것과 같다. 국어 어휘의 69.32%가 漢字語요, 순우리말이 24.4%, 외래어가 6.28% 정도라는 우리 국어의 엄연한 현실과, 조상이 수천년 동안이나 사용해 국어 속에 녹아든 한자어를 외면하고 한글만 쓰자 함은 감상적 애국심의 명분은 될지언정 국가 장래를 생각하는 합리적인 생각이라 할 수는 없다.
國漢混用과 인터넷 시대의 국어
지금은 인터넷 시대라고 한다. 기성세대가 무기력한 관습에 젖어 있는 동안 컴퓨터는 급속히 우리 사회를 점령하며, 우리 생활과 미래를 바꾸어 놓고 있다. 인터넷은 지구 끝과 끝의 거리를 무의미하게 만들어버렸고, 백발의 老교수와 7,8세 어린이의 지식 間隙(간극)을 메워버렸다.
현재 우리나라의 인터넷 인구는 160만 정도로서 일본의 150만보다 10만이나 더 많다고 하는데 兩國의 인터넷 인구를 숫자만 가지고 단순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일본은 인터넷 시대에 대비한 국어정책이 충분히 연구·검토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인터넷에 대한 정책은커녕 日常의 국어정책조차 한글전용이라는 足鎖(족쇄)에 묶여 휘청거리고 있다. 국어를 제대로 배우지 못한 한글전용세대가 컴퓨터 안에서 그들만의 채팅언어를 만들며 올바른 국어 생활과 담을 쌓아가고 있는데, 그것이 옳든 그르든, 語法에 맞든 틀리든 우리 아이들이 우리 사회를 책임질 세대로 자리잡을 때쯤이면, 지금 어른들이 荒誕(황탄)하다고 여기는 저속한 언어들이 후세대의 日常 언어로 자리잡아 다시는 국어 匡正의 기회조차 가질 수 없게 될 것이다.
최근 한 신문 記事는 망가져가는 우리 語文현실을 잘 반영하고 있다.
『최근엔 PC통신. 인터넷 등의 사이버 공간 활용이 일상화하면서 과거 사이버 공간에서만 사용되던 話法과 隱語가 일상생활로 번지고 있다. 또 사이버 공간의 독특한 화법에 익숙한 10대들이 20대 청년층으로 성장함에 따라 언어파괴 현상이 20대로까지 확산된 것…. 中央大 國文科 李周行 교수는 「급격한 정보화와 世代間 문화 단절에 따라 젊은층만의 독특한 언어 사용이 확산, 定型化하고 있다」며 「이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와 시정 노력이 없으면 세대간, 집단간의 심각한 언어 乖離 현상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언어파괴 사례(은어=표준말)
까우=멋,깔=여자친구, 깔쌈하다=멋져보인다, 다리깐다=둘이서 싸우다, 말리다=몹시 하고 싶어지다, 반콩=성접촉, 뽀리다=훔치다, 삐야=삐삐, 삥=돈, 사발=거짓말, 센터깐다=가방검사하다, 쉐리=새끼, 식후땡=밥먹고 피우는 담배, 쌩까다=모른 체하다, 야리까다=담배피우다, 에끼=애인, 원빵=1대1로 싸우는것, 존니=아주 많이, 짝퉁=가짜, 짭시리=조잡하고 구차하다, 짱난다=화난다·열받는다, 쪼가리=이성친구, 쪼시다=이성에 관심을 표하다, 학구=학구파, 황당띠용=매우 황당함, 훨=훨씬·매우 더(중앙일보 1999. 1. 8)』
얼마 전에는 『국어와 영어를 함께 公用語로 사용하면, 앞으로 5세대(150년) 안에 국어를 버리고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게 될 것이니, 지금부터 영어로 공문서를 작성하고 영어를 日常語로 사용해 영어 모국어化에 대비하자』는 이까지 생겨났는데 그의 주장을 영어 편식증에 걸린 폐쇄적 지식인의 夢想이라고 웃어 넘기기에는 한글전용이 남긴 폐해가 너무 깊고 크다.
B대학에서 전자계산학을 강의하는 어느 젊은 교수의 吐露(토로)는 우리 국어의 위기를 단적으로 말해준다.
『솔직히 漢字를 잘 모르는 데다가 한글전용 학술서는 관념어의 뜻을 알기 어려운 것이 많아서 오히려 영어 原書를 읽는 것이 더 편합니다』
최근 만난 D대학 電子工學科 K교수도 비슷한 답답함을 토로했다.
『아이들에게 강제로 漢字교육을 시키다시피 합니다. 漢字語가 아니고는 도저히 專門用語를 설명할 길이 없습니다. 「전자파」라고 써 놓으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電子波」라고 생각합니다. 영어를 잘 아는 전문가는 우선 영어의 「Electromagnetic waves」를 떠올려 「電磁波」라고 다시 類推할 수 있지만 漢字를 모르거나 영어를 모르는 非專門家는 그런 類推가 불가능합니다』
한글전용 학술서로는 뜻을 알기 어려워 영어 原書를 읽는 것이 더 편하다는 被한글전용교육 세대 젊은 지식인은 의외로 많은데 그들의 잠재의식 속에는, 夢想家의 예견대로 이미 「영어 公用語化」가 자리잡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영어교육에 편중된 語文敎育
일찍이 우리는 중국이라는 강대국에 인접해 생존을 위한 「事大外交」를 한 적은 있었지만 중국은 같은 문자를 쓰면서도 우리에게 중국어를 강요한 적은 없었다. 그런데 지금 우리의 세계화는 어느새 미국化로 변질되어, 미국식 영어는 거센 열풍으로 우리 사회를 점령하며 우리 의식마저 미국화해 가고 있다. 1997년에는 영어가 초등학교 3학년 정규과목이 되었고, 1998년에는 4학년 정규과목이 되었다. 1999년에는 5학년에도 영어 의무교육이 시작된다고 하는데, 교장 재량으로 일주일에 한 시간씩 선택으로나마 漢字를 가르칠 수 있게 하겠다던 교육부 약속은 영어교육 의무화로 因해 교장 재량 시간마저 없애는 暴擧가 되고 말았다.
국제화 시대에 영어교육을 나무랄 수만은 없지만 영어교육에 편중된 지금의 語文정책은 너무 지나치다. 공영 라디오 방송(KBS FM 7시)과, 케이블 TV 방송(YTN 9시뉴스)에는 이미 오래 전에 영어 뉴스가 자리잡았다. 특히 케이블 방송은 미국 至上의 영웅주의 애국영화 一色이고, 미국 상품 광고와 어쭙잖은 영어교육 방송이 대부분이다. 영어로 수학을 가르치는 초등학교도 생겨났고(이 학교는 漢字교육에도 상당한 관심과 열성을 기울이고 있다 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서울대학교에서는 학생들이 한글전용 수학용어를 이해하지 못해 수학시험 문제를 영어로 출제하고 있다. 한글전용으로는 라틴古語의 語源까지 담아내는 영어의 造語力이나 아이콘(icon)문자로서 慣用句 단위의 速讀이 가능한 영어의 便易性을 방어해 낼 수 없다. 아이들의 티셔츠에, 거리의 간판에, 슈퍼마켓의 상품에, 기업 이름에, 영어가 넘쳐나고 있으니, 이것이 바로 한글전용으로 인한 민족 正體性(identity)의 위기요, 국가 存亡의 昏迷한 岐路인데도 이를 깨닫지 못하고 있으니 어찌 땅을 치고 통곡할 일이 아니겠는가?
현재 세계 인구는 영어圈 4억9700만명, 스페인어圈 4억900만명, 프랑스어圈 1억2700만명, 독일어圈 1억2600만명, 포르투갈어圈 1억8700만명, 漢字 사용圈은 중국을 포함 17억 정도라고 하는데, 세계 정치·경제는 EU, NAFTA, ASEAN 등 지역별로 圈域化해 가고 있으며, 韓·中·日을 중심으로 한 동북아 諸國 또한 어떤 형태로든 협력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될 시대적 변환점에 서 있다. 韓·中·日의 복잡하게 얽힌 역사적 恩怨(은원)에도 불구하고 漢字를 통해 전통적으로 共有해온 문화적 배경과 윤리적 정서는 三國의 實益과 협력을 도모하는 자연스러운 토대가 될 수 있다.
漢字를 익히면 중국어와 일본어는 쉽게 공부할 수 있다. 『일본은 略字 중심이요, 중국의 簡化字는 우리가 쓰는 정체자와 달라, 한자교육이 일본인이나 중국인과의 교류에 별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한글전용론자들의 말은 진실을 가리고 국민을 속이는 詭辯(괘변)이요, 그럴듯한 말로 젊은이들에 영합해 결과적으로는 나라 장래를 망가뜨리는 妖孼(요얼)이다. 일본이 약자 중심이라 하나 1945字의 상용한자 중 극히 일부요, 대개의 약자가 우리나라에서도 사용해온 典故가 있는 略字들이다. 중국이 簡化字 중심이라 하나 漢字를 아는 이는 筆談으로 충분히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 중국도 간화자만의 문제를 인식해 간판 등에 繁體字(正字) 사용을 허용하고 있으며, 200만부를 발행하는 인민일보도 400만부를 번체자로 발행하고 있다.
신문 紙面과 漢字의 경제성
현재 중국 인구는 12억309만명 정도인데, 해외 여행을 할 수 있는 2000∼4000달러 소득 계층은 약 400만 정도이며, 1996년 末, 해외 여행을 다녀온 인구는 506만명이었고, 2002년이면 전체 인구의 1∼2%(1000만∼2000만명) 정도가 해외 여행을 할 수 있는 계층이 될 것이라고 한다(한국관광공사). 부유층인 동남아 華僑와 일본, 대만,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태국 등을 합치면 한자문화권은 엄청난 가능성으로 우리 앞에 펼쳐져 있다. 문화적 정서, 거리, 경제적 측면에서 한자문화권 관광객이 가장 쉽게 관광할 수 있는 나라가 바로 우리나라와 일본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를 찾는 漢字文化圈 관광객 대부분이 한글전용 간판과 도로표지로 因해 마치 아랍圈을 여행하는 것처럼 답답해 관광도 쇼핑도 제대로 할 수 없음을 호소한다. 자기 모국어와 함께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중국어 등 5개 국어를 능통하게 섭렵한 후 圓熟한 인생의 황혼기에, 『역시 漢字가 문자 중의 문자』라는 결론을 내린 바 있는 일본의 대표적 지성 林健太郞(하야시겐타로) 前 동경대 총장의 말은 귀담아 들을 만한 충고라고 생각한다.
『처음 한국을 방문했을 때는 상점의 간판과 신문 등에 漢字가 어느 정도 혼용되고 있어서 거리를 걷더라도 친근감이 있었고 신문의 한자를 읽으면 어느 정도 내용을 알 수도 있었는데 지금은 거의 한글일색이 되어 매우 불편하다』
관광객 한 사람이 入國하면 소형 승용차 1대를 수출한 만큼의 달러 획득 부가가치가 있고, 14인치 TV 8대 또는 반도체 95개의 수출 효과와 같다고 하는데, 관광立國을 위해서도 간판과 도로 표지판의 漢字 倂記는 시급하다.
한글만 쓰자는 이들은 일간신문이나 출판물의 한글전용을 예로 들어 한글전용이 어느 정도 정착되었다고 하지만 이는 愚民化를 향한 下向 평준화에 불과하다. 한 국가의 지식 수준을 어찌 人爲的·획일적으로 묶어 온 국민을 이렇듯 愚民化할 수 있단 말인가. 신문·잡지·출판물의 한글전용은, 선택의 여지없이 강요된 한글전용 교육으로 因해 漢字를 배우지 못한 세대에게 다가서기 위한 언론사 나름의 苦肉之策이요, 공익성과 기업으로서 상업성을 함께 추구해야 하는 언론의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일 뿐이다. 이것이 어찌 언론 스스로 원한 것이겠으며, 젊은이들이 스스로 선택한 것이란 말인가. 漢字를 쓰고 괄호 안에 한글 음을 달거나, 한글을 쓰고 한자를 괄호 안에 넣는 것은 視覺性과 可讀性에서도 복잡하고, 경제적으로도 낭비가 많다.
「鼎足之勢」라 쓰면 넉 자로 足하고, 따로 설명이 없어도 『三國志演義』의 제갈공명이 劉備에게 당시 형세를 설명한 내용이라는 것을 알 수 있으며, 「예전 솥은 발이 세 개였다」는 것까지 알 수 있는데, 「셋이서 솥발처럼 마주 버팅겨 선 모양」이라 쓰면 띄어쓰기말고도 글자 수가 열다섯 자나 되고 語源도 알기 어렵다. 억지로 한글만 쓰려다 보니 문장이 길어지고, 요점이 흐려지며, 紙面을 차지하는 면적도 넓어질 수밖에 없다.
한 통계에 의하면 漢字를 혼용하고 신문의 괄호를 없애면 약 40%까지 紙面을 절약할 수 있다고 한다. 신문의 紙面數는 광고 수입과 직결되므로 여러 가지 경영상의 문제가 먼저 고려된 후 충분한 시간을 두고 愼重히 논의해야 할 문제지만, 신문의 紙面 절약과 제값을 받는 정기독자 중심의 고급 正論 指向은 엄청난 펄프 수입국인 우리로서는 진지하게 연구해볼 만한 과제다.
문자는 역사의 연결고리다
한글전용을 주장하는 이들은 『글은 말을 기록하는 수단이므로 배우기 쉽고 쓰기 쉬우면 된다』고 한다. 그러나 그럴듯한 이 논리 속에는 국가 장래를 생각하기보다는 外勢와 獨斷的 권력에 기대 특혜를 누려온 한글전용 세력의 기득권 지키기라는 무서운 獨善이 깔려 있다. 우리는 문자를 통해 조상이 사용하던 말과 그분들의 생각·역사·문화를 알 수 있으며, 오늘 우리의 생활·철학·역사·문화를 후손에게 전할 수 있다. 즉 문자는 現用되는 말을 적는 수단으로서의 便宜性 외에, 과거와 현재, 미래를 잇는 연결고리로서의 不變性·連續性을 함께 지녀야 하는 것이다.
약 2793개의 音節을 적을 수 있는 訓民正音은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표음문자임에 틀림없다. 조상들께서는 音韻이 풍부한 한글과, 조어력·縮約力이 뛰어난 漢字의 장점을 함께 취해 쓰는 슬기를 발휘했다.
한글의 큰 특징은 表音기능인데 시대의 흐름에 따라 끊임없이 음이 변해 古代와 中世, 현재의 음이 다르다는 단점이 있다. 불과 200여년 전에 쓰인 순한글본 『심청전』이나 『춘향전』 등의 古典이나 諺簡(언간)을 읽어낼 수 없고, 70여년 전에 간행된 순한글본 『독립정신』조차 편하게 읽을 수 없으며, 50, 60대와 30, 40대, 20대 대학생과 초등학교 학생 간에조차 한글 사용에 극심한 세대차가 생겨나고 있는데, 500년 후 우리 후손들은 오늘 우리가 남겨준 순한글 기록을 얼마나 정확히 읽고 조상의 역사를 解讀할 수 있을까에 생각이 미치면 戰慄(전율)을 금할 수 없다. 이에 비해 漢字·漢文은 2000년 이상된 『論語』나 司馬遷의 『史記』, 우리나라 金富軾의 『三國史記』를 어렵지 않게 解讀할 수 있다. 짧은 문장 속에 효과적으로 의사를 압축해 담아낼 수 있다는 것도 한자의 여러 장점 중 하나다.
한글은 분명 세계에 자랑할 만한 우리의 문화 遺産이요, 민족의 긍지지만 한글의 우수성에 도취된 나머지 한글에 대한 긍지가 한글만능주의나 自慢으로 변질되어 남의 나라 문자를 貶(폄)하는 데까지 이르면 이는 오히려 한글을 욕되게 하는 일이다.
한글은 쉽고, 漢字는 어려운가
漢字가 어렵다고 하지만 영어 수학보다 쉽고, 어렵다고 해서 쉬운 것만 공부하고 高等학문을 포기할 수는 없으며, 쉬운 것이 반드시 좋은 것만도 아니다. 덧셈과 뺄셈을 배우는 것은 쉽다. 그러나 方程式이나 函數가 어렵다고 해서 덧셈과 뺄셈 수준에만 머물러 있을 수는 없다. 우리는 처음의 어렵고 지루한 과정을 이겨내고 高等數學을 공부함으로써 많은 지식을 要하는 現代科學의 세계를 이해하고 활용할 수 있다.
국어도 마찬가지다. 한글은 초기에 깨치기는 쉽지만 공부할수록 어렵다. 「김치찌개」 「수평아리」 「수캉아지」를 제대로 표기할 수 있는 국민이 얼마나 되며 「도덕률·투표율·산란율(産卵率)」 「로써·로서」의 쓰임을 제대로 구분해 쓰는 이가 얼마나 되는가. 지금의 어려운 한글표기법은 表音文字인 한글의 특성마저 무시한 채 어떻게든 漢字를 쓰지 못하게 하려는 생각에서 「한글의 表意化」까지 욕심낸 한글전용이 남긴 弊害다. 초등학생이 뜻도 모른 채 한글전용 신문 社說을 읽는다고 해서 성공한 교육이라고 할 수 있는가.
다른 학습과 마찬가지로 한자도 어릴수록 교육효과가 높고, 처음에는 조금 어려운 것도 사실이지만 初期 단계만 지나면 공부할수록 妙理를 깨달아 스스로 흥미를 느끼는 聯想학습 효과에 의해 학습 속도가 비약적으로 향상된다. 일본은 소학교에서만 1006자의 한자를 가르치고, 臺灣은 國民小學校에서 2997字, 북한은 우리의 초등 5학년에 해당하는 고등중학 1학년부터 한자교육을 시작해 대학까지 3000자를 가르친다고 한다. 우리도 초등 1학년부터 1학년 50자, 2학년 100자, 3학년 150자, 4학년 200자, 5, 6학년 각각 250자 정도를 교과서에 섞어 가르치면 6년 동안 1000자는 어렵지 않게 가르칠 수 있다. 「一二三四五六七八九十, 月火水木金土日, 學校, 敎室, 先生, 大韓民國, 父母, 兄弟, 敎科書, 孝子, 道德, 算數, 自然, 본인 성명, 부모님과 담임선생님 銜字」 등 매일 한두 자씩만 가르쳐도 1학년 배정 50자는 쉽게 교육할 수 있는데 우리나라 公교육 정책은 한자를 제대로 가르쳐 보지도 않았으면서 『한글전용만이 애국』이라는 그럴듯한 巧言으로 진실을 糊塗(호도)하고, 『漢字는 어렵다』는 것만 강조하며 선택의 여지조차 없이 후세대에게 한글전용을 강요해 왔다.
『충성스러운 말은 귀에 거슬리고, 몸에 좋은 약은 입에 쓰다(忠言逆耳 良藥苦口)』는 말이 있다. 한글만 쓰자는 이들은 『초등학교 漢字교육은 어린이들에게 학습부담을 가중시켜 우리 어린이들을 학대하는 일』이라고 한다. 언뜻 그럴듯한 이 말은 어린이들을 위하는 척하면서 결과적으로는 「깊이 思考하고, 진리와 진실을 窮究(궁구)」하는 능력을 기를 수 없게 하여 어린이들을 평생동안 單純思考 수준에 묶어두는 무책임한 巧言이다. 아이들이 원한다 해서 모든 것을 아이들이 바라는 대로만 해 줄 수는 없는 일이요, 아이들이 원하지 않더라도 아이들의 장래를 위해 꼭 필요한 것이라면 회초리로 종아리를 치고 꾸짖어서라도 바르게 가르쳐야 할 것이다.
언어학자들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인간의 두뇌는 12~13세까지 언어 습득에 가장 활발하게 반응하며, 14~15세부터는 이미 머리가 굳어지기 시작한다고 한다. 실제로 우리 조상들은 6, 7세에 『千字文』 공부를 마치는 일이 흔했고, 자식이 千字文 공부를 마치면 「책씻이」라 하여 떡을 해서 훈장님과 學童들을 대접하는 풍습도 있었다.
현재의 초등학교 1, 2, 3학년에는 『말하기·듣기』 『읽기』 『쓰기』 등 국어관련 과목만 세 과목이나 가르치게 되어 있는 데도 한글전용으로 인해 국어의 중요한 요소인 발음교육은 생각조차 할 수 없다. 초등학교 低학년에서 『말하기·듣기』 『읽기』 『쓰기』를 나누어 가르치는 것은, 『언어는 幼兒時부터 음성을 통해 습득되므로 쓰기 쉬운 음성기호로 표기하면 족하다』는 西歐 언어학자들의 이론을 베껴온 것인데, 문자를 교육 대상으로 보지 않고 언어, 그것도 음성학에 치중해 「말하기」 「듣기」 「읽기」를 나누어 가르치는 西歐의 언어학 이론은, 表音·表意·表語 기능과 함께 어휘력이 중시되어야 하는 우리 국어와는 맞지 않는 교육제도다. 漢字 섞인 국어교과서 한 가지면 「읽기」 「말하기」 「쓰기」 「발음교육」까지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데 한글전용을 위해 어린이들의 학습부담을 세 배나 加重시키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어문교육 정책은 여러 곡절을 거쳐 1964년 9월부터 1970년 2월까지 초등학교 4, 5, 6학년 『국어』에 600자, 중학교 『국어』에 400자, 고등학교 『국어』에 300자의 漢字를 혼용해 가르친 일이 있었다. 그러나 1969년 절대권력의 獨斷으로 1970년 3월부터 모든 교과서에 한자가 삭제되어 국어교육에 중대한 위기를 초래하고 말았다. 그 후 여러 곡절을 거쳐 중·고교에 『漢文』 교과가 생겨났으나 입시 과목에 밀려 철저히 외면당했고, 그나마 2000년부터 시행될 7차 교과개정안부터는 중학교 全학년과 고등학교 1학년까지의 『漢文』 교과를 선택으로 바꾸어버림으로써 형식적인 漢字교육마저 根源的으로 막아버린 것이다.
國號도 못 읽는 서울대학생
전문가를 길러 우리 古典을 번역하게 하면 된다고 하지만 우리나라에 漢文古典을 정확히 번역할 수 있는 학자는 많지 않다. 번역서를 읽더라도 한 번쯤은 原文으로 읽어야 古典의 맛을 알 수 있는데 어째서 영어 原書를 읽는 것은 괜찮고 漢文 原書는 읽으면 안 된단 말인가. 그동안 중·고등학교 『국어』와 『역사』 교과서의 漢字마저 모두 괄호 안에 묶어버린 결과, 우리나라 최고의 秀才들이 모였다는 서울대학교 法科 학생들이 「韓國」이나 「太極旗」, 「愛國歌」 등 제 나라 국호·國旗·國歌의 명칭조차 읽지 못하며, 「哲學, 決定, 美術, 電子, 獨立, 意味, 方向, 開放, 北韓, 農民, 商品, 精神, 交通, 音樂, 共同, 統一」 등과 같은 기초 漢字조차 읽지 못한다는 것은 그동안의 어문교육이 얼마나 무책임하게 立案되고 시행되었는지 如實히 보여준다. 漢字를 배우지 못한 대학생들이 한글만으로 글을 쓰자니 문장이 길어지고 要點이 흐려지며, 한글전용으로 因한 語彙力 빈곤으로 초등학생과 대학생의 文章 수준에 별차이가 없다.
발음교육과 同音異義語 문제는 한글전용이나 國漢혼용과 맞물려 자주 거론되는 문제다. 우리말의 長短은 영어의 악센트나 일본어의 濁音·半濁音처럼 국어의 중요한 요소다. 「漢字」는 「한ː짜」로, 「市價」는 「시ː까」로 발음하는데 첫소리는 긴소리요, 뒷소리는 된소리 발음이며, 「驚氣」는 「경끼」로 「賞狀」은 「상짱」으로 발음하는데 첫소리는 짧고 뒷소리는 된소리 발음인데 한글전용으로 발음교육이 소홀히 되어 표준국어 생활을 이끌어 주어야 할 아나운서조차 대부분 국어의 장단을 구분하지 못한다.
말은 사람의 性情을 변화시킨다. 한글전용 교육으로 長短과 억양의 韻律이 없어져 빠르고 거칠게 변한 국어는 그대로 우리 국민의 性情을 변화시켜, 『소나기가 쏟아져도 뛰어가지 않는다』던 우리 민족이, 지금은 세계에 類例없는 조급한 국민이 되었다. 수백년 된 韓屋이 창살 하나 뒤틀리지 않고 조상의 슬기와 재주를 전해주고 있는데, 성급하게 지은 洋屋은 불과 20년을 견디지 못하고 금이 가거나 뒤틀려, 장단과 韻律이 없어져 메마른 국어와 황폐해진 국민의 性情, 이로 因한 폐해를 克明하게 對比시켜 준다.
漢字는 視覺性이 뛰어난 문자로 同音異義語에 대한 可讀性이 뛰어나다. 「최고의 고려청자」라고 할 때 「최고」는 「最高」인가 「最古」인가? 「국기를 바로 세우다」의 「국기」는 「國紀」인가 「國基」인가 「國旗」인가? 「쓰레기 종량제」 「수필은 방향이 있는 글」 「시기 선택」 등은 漢字를 아는 이는 뜻을 알겠지만, 한자를 모르는 이는 읽기는 읽어도 「種量制」인지 「從量制」인지, 「芳香」인지 「方向」인지, 「時機」인지 「時期」인지 정확한 뜻을 모른 채 안다고 착각하고 대강 넘어갈 수밖에 없다. 한글만 쓰자는 학회지에 「同音異義語」를 「소리 같고 뜻다른 말(한소리말)」처럼 억지 造語로 쓰고 뜻이 전해지지 않을 것을 염려해 괄호 안에 또 하나의 억지 조어를 써 넣거나, 「우리말살이(언어생활), 글자살이(문자생활)」처럼 억지 조어를 쓰고 괄호 안에 다시 漢字語를 표기한 것은 얼마나 어색하고 불편한 자기 모순인가?
순우리말은 「새콤달콤 싱숭생숭 샛노란 발그라니 싱그러운 낭창낭창」과 같은 자연의 소리, 현상 등을 표현하는 形容詞나 敍述語, 생활용어가 발달한 聽覺·표음문자요, 한글은 이와 같은 말을 적는 데 가장 적합한 우리 글이다. 漢字는 專門用語의 造語기능, 縮約力, 含蓄性이 뛰어난 視覺·表音·表語文字로서 한글과 함께 國字의 두 날개다. 國漢혼용 문장은 어휘별 速讀이 가능하고, 뜻이 분명하며, 視覺的으로 認知하는 순간 그 뜻을 熟考해 읽지 않을 수 없다. 이와 같은 반복 훈련은 자연스레 思考의 깊이를 더해주며, 문화적 어휘를 풍부하게 축적해준다. 글자마다 독립된 뜻을 지닌 한자의 또 다른 장점은 뛰어난 造語力이다. 최근 우리가 많이 사용하는 「國監」 「金監委」 「亞太財團」 「外平債」 「巨視經濟」 「核融合爐」 「光通信」 「換差損·益」 「畵素」 「走査線」 등 줄임말이나 新造語들은 한자가 아니면 간명한 熟語를 만들 수 없었을 것이다.
조상들은 情感어린 우리말과 漢字語를 적절히 섞어 간결·정확히 사용하는 슬기를 발휘했는데 인터체인지→나들목, 샌드위치데이→징검연휴, 路肩→갓길, 미네랄워터→生水 등은 漢字語나 순우리말의 장점을 살린 슬기로운 造語의 경우다. 그러나 漢字語를 순한글말로 바꾼다 하여 「生水」를 「산물」이라 하면 「사서 마시는 물」인지 「살아 있는 물」인지 알 수 없고, 「날물」이라 함도 우습다. 일부에서 「한글사랑」이라는 그럴듯한 명분을 내세우며 『發電機→낳음이, 梨花女大→배꽃계집큰배움터, 紫外線→넘보라살, 彈性力→튐성힘, 無線→민이음줄, 植物→물살이, 먹을거리→먹거리』 등 語源도 담기지 않고, 어법에도 맞지 않는 마구잡이 新造語를 「작두로 여물썰듯」 量産해 내는 것은 무책임한 국어 망가뜨리기의 典型이다.
國漢混用은 보기 드문 문자혜택
『말은 생각을 다 표현하지 못하고, 글은 말을 다 표현하지 못한다』는 옛말이 있다. 다시 말하면 『말을 할 때는 생각나는 대로 말할 것이 아니라 입 밖에 나올 때는 한 번 더 되새겨야 한다는 뜻이요, 글을 쓸 때도 말을 그대로 옮길 것이 아니라 한 번 더 熟考해 간결하게 整齊된 문장 속에 明瞭한 含意를 담아내야 한다』는 뜻이다.
한글과 漢字를 적절히 섞어 쓸 수 있다는 것은 우리 민족만이 누릴 수 있는 理想的 문자 혜택일진저, 순우리말과 漢字語를 자유롭게 驅使해 그때 그때 적절한 語彙를 찾아 貴品스러운 문장을 쓰는 것은 知性人의 德目이다. 漢字를 알면서 안 쓰는 것과, 몰라서 못 쓰는 것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다.
한글전용으로 因해 國立圖書館과 奎章閣의 우리 역사는 먼지 쌓인 휴지가 되어가고 있는데, 한글전용론자들 자신은 漢字·漢文을 배워 『訓民正音解例本』 『釋譜詳節』 등의 原文을 읽고 연구하면서 어째서 우리 아이들은 『訓民正音解例本』이나 『東國正韻』 『奎章全韻』 등의 原文을 읽고 연구하면 안 된다는 말인가.
國漢혼용은 결코 漢字를 많이 쓰자는 것이 아니며, 漢文 중심의 어문생활을 하자 함도 아니다. 2000字 정도의 상용한자를 制定해 內實있게 교육하고, 語義 전달에 혼란이 없을 정도의 한자를 적절히 섞어 쓰자는 것이다. 서로의 의견을 傾聽(경청)하고 상대의 옳은 의견을 받아들여 합의점을 찾아가는 것은 민주주의의 기본 德目이지만 國漢혼용과 한글전용 문제는 兩是·兩非論的 논리의 문제가 아니라 『漢字를 교육할 것이냐, 교육하지 말 것이냐』하는 선택의 문제다.
오늘의 難局은 경제 논리보다는 국민 의식의 문제로 보는 것이 옳다. 국민의식이 바르게 서 있다면 이보다 더한 어려움이 닥친다 한들 무엇을 두려워하겠는가. 그러나 국민의식이 바로 서 있지 못하다면 아무리 넉넉한 國富를 쌓아놓고 있다 한들 어찌 이를 감당하고 지켜낼 수 있단 말인가. 오늘의 무절제한 놀이와 흥청거림은 쉬운 것만 생각하는 풍조와 성숙한 思考를 갖추지 못한 조급함에서 비롯된 것이다.
정부조차 수립되지 않은 국가적 혼란기, 외국 군대의 軍政下에서 몇 사람의 事前 각본과 壟斷(농단)에 의해 충분한 검토조차 없이 成案·시행된 한글전용은 국민의 知力 低下, 국민의식 황폐화, 전통문화와 역사 단절, 국어 전통성 파괴, 언어의 흉포화, 가치관 혼란 등의 對內的 문제점들을 드러냈다.
지역별 圈域化가 深化되는 국제 질서 속에서, 국가의 번영과 발전, 민족문화의 正體性을 확립하기 위해 어문정책 匡正은 「국민의 정부」가 가장 시급히 先決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하며, 정책 당국에 다음과 같은 어문정책 是正案을 건의하며 이의 立法 제도화를 촉구한다.
1. 『공용문서에만 적용한다』던 制定 당시 약속을 어기고, 교과서까지 公用文書로 확대 해석하는 근거조항으로 악용되어 온 「한글전용법」은 廢止해야 한다.
2. 초등학교 低학년부터 各級에 알맞은 配定 漢字를 교과서에 혼용해 한자 교육과 발음 교육으로 『국어와 국어교육 정상화』의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
3. 중·고등학교 교과서의 괄호를 없애고 「교육용 기초한자 1800字」 범위의 漢字를 모든 교과서에 混用해 효과적인 語文 교육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4. 대학 수학능력시험 地文에 漢字를 혼용하고 「한문교육용 기초한자」 범위內의 漢字 문제를 다루어야 한다.
5. 간판과 도로 표지판에 漢字를 倂記해 전통문화 保存과 漢字文化圈 관광객의 便宜를 配慮해야 한다.
한글 전용은 한글을 욕되게 한다.-박광민 〈한국어문교육연구회 상임연구위원>-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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