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國에서의 진보와 보수(左翼, 左派..와 進步)
--
현재 한국사회에서 상대방을 保守라고 지칭하면, 그 지칭을 받은 사람은
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모욕감을 느낄 가능성이 있다.
현재의 사회분위기에서는 保守라는 단어 속에 묵시적으로 '反動'이라는 접미어가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아듣게 되는 것이다.
반면에 '진보'라고 하면,
마치 뜻있는 사람이 가져야 할 무슨 신선한 유행의 최신 자세인 것처럼 받아들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우파'에 속할 수밖에 없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스스로를 '보수'라고 자조하며 대립하고 있는 상대편의 좌파들을 '진보'라고 호칭해주어 그들을 더 즐겁게 해주고 있다.
상대방을 진보라고 하지 않고, 예컨대 좌익 또는 좌파라고 호칭했다가는 요즘같아선 무슨 봉변을 당하거나 큰코 다칠지도 모른다고 내심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保守와 進步라는 단어는, 구미 先進國 용어의 번역어다.
그런데..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같은 나라에서 그 이념대립을, 保守와 進步의 대립으로 이름짓는것은 바로 그들의 역사적 경위가 그러했기 때문이다.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에서 '보수'와 '진보'의 개념이 나온 것은
근대 부르죠아 자유주의 혁명에 대한 각 세력의 태도에 그 淵源을 두고 있다.
이들 나라에서 전통과 관습을 존중할 것을 내세우면서, 신분제도에 기초한 봉건제도의 근간만은 지키려고 한 세력이 保守派였고 그들의 이념이 保守主義였다.
보수이념의 구심은 尊王思想이었다. 대표적인 사람이 영국의 에드먼드 버크.
이에 반해, 傳統과 慣習은 그 중심사상이 미신이거나 非合理라고 주장하면서, 전통과 관습을 타파하고 惡인, 신분과 봉건제도를 전복하고 시민으로 구성된 理性的인 자유주의 체제를 건설할것을 주장한 세력이 進步派였고 이들의 이념이 進步主義였다.
그 대표적인 이론가가 프랑스의 장 자크 루소였다.
미국, 일본, 영국, 프랑스 등 先進의 각국에서 이와 같이 왕 · 봉건제도 · 고전사상을 중심으로 보수와 진보의 '개념'이 먼저 정립 발전된 후, 그 역사성을 계승하면서 내용이 다양화 되어서 오늘에 이르른 것이다.
그러나 한국은, 이들 나라들과는 그 사회적인 배경이라 할 수 있는 '역사성(歷史性)'이 전혀 달랐기 때문에, 한국 안에서 '보수'와 '진보'라는 용어를 가지고는
그 言表하려는 대상을 도저히 정확하게 지칭할래야 애시당초 그렇게 할 수가 없다.
아시는 바와 같이..
한국의 近代는, 日帝에 의한 식민지로의 轉落과 병행하면서 개시할 수 밖에 없었고 그 과정에서 한국 봉건 制度는 한국 봉건 文化와 전혀 인연이 없는 外勢에 의하여 해체되고 말았다.
따라서, 그 이데올로기 역시도 이후의 한국 近代로 계승되지 못하고, 스스로 破憚되어 버리고 만 것이다.
독립운동 세력들도, 멸망한 조선왕조를 회복하려는 이데올로기는 내세우지 않았다.
독립운동 세력의 이데올로기는 '자유주의'와 '사회주의' 였다.
後進 식민지에서 독립을 지향하는 자유주의와 사회주의는 둘 다, 進步主義일 수 밖에 없다.
광복 후, 새로운 민족국가 건설을 둘러싸고 벌어진 대립도 자유주의와 사회주의 사이에서 일어났다.
그 어느누구도, 민족의 전통 사상에 입각한 조선王朝로의 회복 즉, 保守主義를 주장하지 않았다.
광복 공간에서의 한반도의 보수주의는 '의미있는' 潮流로서는 이미 '소멸'되어 있었던 것이다....
광복 후 새 민족국가 건설을 둘러싸고 대립했던 '자유주의'와 '사회주의'는
세계조류로서의 이념적 측면에서도 모두 진보주의에 屬하는 세력이었다.
그래서, 광복 당시 이 정치세력들을 左翼과 右翼으로 호칭했지
進步와 保守로는 호칭하지 않았다.
이후로도 좌익은 進步勢力이라고 스스로를 계속 稱하였으나,
그 명칭 자체가 社會科學的 正確性을 이미 결여하고 있었으므로 저네들의 그저 '自稱'이었을 뿐, 상대방에게 있어서나 일반적으로는 전혀 통용되지 못했다.
역시 지금에 있어서도, 한반도에서 대립하는 두 이념세력은 左派와 右派이지, 진보와 보수가 아니다.
굳이 따지자면, 독립투쟁과 근대화 과정에서 한국에 도입된 자유주의와 사회주의는 모두 진보이지 보수가 아닌 것이다.
보편사적으로도 후진식민지의 민족해방투쟁과 근대화 過程에서의 자유주의와 사회주의는 모두 진보적인 思潮이다.
그러므로 진보와 보수라는 부정확한 용어를 버리고 左派와 右派,
혹은 左翼과 右翼이라는 정확하고 '明確한' 용어를 쓰도록 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좌파들의 지향점인 북한의 金正日정권은 진보의 한 갈래인 사회주의 정권을 자임하면서도, 지극히 이상한 變種인 '우리식(?) 수령제일주의'를 내세우며, '先軍政治'라는 이름으로 이 대명천지에 '軍國主義'를 공공연히 자행하고 있는데,
이런것이 바로 言語道斷이 아니면 무엇이랴....
국민, 또는 人民이 나라와 정치의 主權者라는 것에 대하여는
좌우派 어느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진리로 인정된 21세기에, '(우리식)수령제일주의' '先軍政治'를 정치이념으로 내어놓는 者들이 스스로를 역사와의 관계에 있어서의 '進步'라고 자칭하는 것은 언어에 대한 嘲笑다.
김정강(金正剛) 사회평론가